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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게, 멘붕게, 혹은 연게의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글
게시물ID : wedlock_107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칼라듐
추천 : 15
조회수 : 132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10/11 18: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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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이스북 이서희 님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726486347536682&id=100005259694545

참 자주 듣는 말. 좋은 환경에서 부모님 사랑 듬뿍 받고 자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말. 그런 사람이야말로 사랑을 주고 받을 줄 알아서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말. 

어쩌면 그 말에 취해서 나의 지난 시간을 보낸 듯도 하다. 친한 친구도 연인도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었다. 물론 찬찬히 들여다 보면 모두가 균질한 행복을 누리고 산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대체로 모두가 보기에 너무나도 훌륭한 환경에서 참 잘 자란 사람들이었다. 

그렇지만 내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이야말로 그들 중 자신의 환경에 확신한 이들이었다. 태생부터 당연히 행복을 누리도록 태어난 이들이라고 믿는 자들. 

환경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에게는 스스로를 깨닫고 부딪치고 성찰할 기회가 없었다.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감당치 못할 고난이 닥쳤을 때 대응하는 법에 대한 어떠한 매뉴얼도, 또 그걸 마련할 필요도 없었다. 가장 간편한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완벽한 자신의 무리가 아닌 다른 무리에게 원인을 돌리는 법. 세계가 좁은 사람일수록 타인을 배제하는데 익숙하다. 세계는 좁되 관용을 이론으로 배운 자들은 자신의 행복만큼 세상에 관용적이다. 하지만 자신의 행복이 위협당했다고 느낄 때 누구보다도 방어적이된다. 왜냐면, 자신의 행복만큼 세상에 당연한 건 없으니까. 

나는 어설프게 정신분석학을 인용하여, 자라온 환경을 운운하고 사람을 판단하고 가장 알맞는 사람을 고르는 법을 이야기하는 글들을 불신한다. 지난 세월 동안 살아남은,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은 모두, 불균질한 삶을 거쳐오며 그것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성찰하고 갱신하고 자신을 회의하지만 바닥부터 끌어올려 믿고 다듬어온 사람들이다. 거친 환경 속에서 자신을 믿고 끌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믿고 끌어가기로 마음 먹은 사람에게도 그만큼의 노력과 애정을 기울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조금도 겪지 않고 필요조차 느끼지 않고 자신에게 당연히 주어진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대체로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그 이외의 것을 관용하다 어느 순간 배척한다. 세계가 넓어짐은 주어진 안락함에 의해서가 아니다. 얼마만큼 스스로 개척해 나갔는가에 있다. 

삶은 날씨와도 같다. 언제나 화창하지 않다. 누군가는 남캘리포니아와 같이 화창한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폭우가 쏟아지고 지진이 일어나고 화재가 발생한다. 건조하고 화창한 날씨이기에 화재는 더욱 빠르게 번지고 쉽게 진압되지 않는다. 고난은 그런 것이다. 당신이 어떤 환경에서자랐는가에 따라 길들여지고 당신이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자랐는가를 알아보고 고개를 숙이고 갈 만한 만만한 무언가가 아닌 거다. 오히려 고난을 잘 알고 길들일 수 있는 자만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야생의 생명체와도 같다. 고난의 극복이란, 겪어보거나 그에 대해 겸허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오만함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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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게나 멘붕게, 연게의 어떤 오만한 자들이 읽었으면 하는 글
그리고 어떤 자들에게는 위로와 지지가 되었으면 하는 글
출처 출처: 페이스북 이서희 님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726486347536682&id=10000525969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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