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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 들은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304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탁구왕김탁구
추천 : 14
조회수 : 102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7/02 17:41:59
중학교때 한 선생님이 나중에 책으로 엮어서 낼꺼라면서
자기가 지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생님이 지은게 아니라
그냥 떠도는 이야기이더군요.
못 들어본분도 계실꺼라 생각합니다.


국민모두가 가난한 시절..
연탄몇장이면 온가족이 하루종일 뜨듯한 밤을 보내던 시절..

한 여자가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 조용한 성격, 착한 마음씨..
누가 봐도 1등신붓감이었던 이 여자는 한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눈썹이 없다는 것 이었다.

여태껏 사귀거나 맞선을 본 남자들도 잘 대해주다가도
눈썹이 없다는 사실을 얘기한 순간 틀에 박힌 듯 다른 이유로
널 떠난다고 이야기하며 상처를 남겼다.

그렇게 무던한 세월만 보내던 여자에게 맞선자리가 들어왔다.
"남자가 착해. 남자는 그거하나면 된거야."
맞선을 주선한 아주머니는 의미심장한 그 말한마디만 남긴채
장소와 시간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맞선장소에 나선 여자.
그 곳엔 먼저 나와있는 수줍게 상기된 얼굴의 남자가 있었다.

처음부터 모든것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 남자답지 않게 착한 성격, 건강한 마음가짐, 남자다운 성격과 
듬직한 체격.

그렇게 그 들은 연탄이 서서히 불을 때우듯 서로에게 빠져갔다.

하지만 주위에서 보게 될 남자의 조건은
부모님이 없으며, 집도 없고, 벌이가 시원찮았다.

특히 그 "벌이"라는게 연탄배달업무였던 것 이다.
이 때만해도 리어카를 끌고다니며 온몸이 검게 연탄재로 뒤덮힌
연탄장수가 많았다.

리어카를 끌고다니기 힘든, 언덕길이 많은 달동네가
제일 고객이 많은 곳이었기에 참으로 힘든 직업이기도 했다.

그런 젊은 나이에 연탄장수를 하는 사위를 누가 좋다고 하겠는가..
하지만 부모님은 반대를 하지않으셨다.
아마 딸아이의 입장이 그리 까다롭기만하진 못하다고 생각했을 것 이다.

그렇게 그 둘은 식도 올리지 않고 부부가 되었다.
남편에게는 눈썹에 대한 것 은 전혀 말하지 않았다.

가장 속이고 싶지 않은 사람,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비밀을 말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여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

보통 직업이라면 그정도로까지 숨기기는 힘들었겠지만
다행히 남편의 직업은 항상 검댕이가 얼굴에 묻어나는 연탄장수였고
남편의 일을 돕는 동안은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였다.

그리고 남편이 뒷정리를 할 동안 식사준비를 하며 
세수후에 눈썹을 그려 넣었다.

여자는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몸은 힘들지 몰라도 항상 자신을 보며 웃어주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보면 행복한 자신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원한 행복은 없다고 했던가...

유난히도 주문이 많아 퇴근이 늦어진 어느날...

남자는 앞서 끌던 리어카를 잠시 멈추고 아내를 보았다.
여자는 밀고있던 리어카가 멈추자 의아하여 남편의 얼굴을 보았는데
잠시 생각에 잠겼던 남편이 던진 한마디는 그 어떤 세상의 말보다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당신 예쁜 얼굴이 연탄재때문에 잘 안보이네. 잠깐 있어봐, 내가 닦아줄께."

여자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정색하였다.

"아녜요. 맨날 이런데 오늘따라 왜 그래요. 좀만 가면 집인데 그냥 집에서 닦을께요."

하지만 남편은 막무가내였다.
더 이상 남편을 속이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 생각하던바,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남편의 수건이 여자의 얼굴을 닦는 그 짧은 순간에,
여자의 머릿속에는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래도 여태껏 쌓아온 정이 있는데..이 사람만은 날 이해해줄꺼야.'
'하지만 자신을 지금까지 속여왔다는게 얼마나 섭섭할까....아.'

이런 저런 생각에 여자는 절로 눈물이 흘렀다.
앞으로의 일들과 여지껏 누렸던 행복을 생각하니 더욱 서글펴졌다.

하지만 이윽고 아내의 얼굴을 다 닦은 남편은 
"다 닦았다. 예쁘네 우리색시.ㅎㅎㅎ" 
이런 실없는 소리만하고
다시 묵묵히 리어카를 끌 뿐이었다.

여자는 의아해졌다.
너무나도 궁금해 우는것도 잊은 여자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거울을 보았다.

그러자 그 어떤 때보다 행복함과 서글픔, 미안함, 기쁨등이 한꺼번에 밀려와
그만 소리를 내면서 울고 말았다.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의 얼굴은
눈썹부분만 빼고 나머지 부분만 닦여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진작부터 아내가 감추고 싶은 걸 알고 있었다.
남편은 처음부터 아내가 눈썹이 없는 얼굴보다 훨씬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여자란걸 알고 있었다.

여자는 그렇게 서럽고 행복하게 울고 있고 남편은 말없이 아내를 안아줄 뿐이었다.




아직 연탄에 사람의 온기가 남아있을 적의 이야기인데
저는 중학생 꼬꼬마 시절에 너무 큰 감동을 받아 아직도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데군데 빠지거나 한 부분도 있을꺼 같네요.
글 솜씨가 부족해 그때 제가 느낀 감동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분들도 이 부부만큼 마음도 부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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