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안티딴지일보
"군대는 빡세게 돌려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꽤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 군대를 빡세게 돌려야 한다는 말의 뜻은, "빡세게 굴려서 <FM이 틀림없이 지켜지도록> 돌려야 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규정과 원칙대로만 움직이면 절대 거칠것이 없을 정도로, 그 정도로 FM을 제대로 지키도록 굴려야 한다. 딴 생각이 들 틈이 없을 정도로 공식 규정과 규율을 지키도록 해야 하며 몇몇의 사적 이익과 편안함을 위해 규율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돌려야 한다"라는 뜻이다.
이렇게 돌리지 않으면, 빡세게 굴려봤자 그게 군대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규정을 열심히 안 지키고 헛짓거리를 벌이는 일에 열심으로 집중하는데 그런거 해서 어떻게 군대가 잘 돌아가나. 그냥저냥 하루하루 지탱하는 거지. 그러다가 사고가 터지는 거고.
(비슷한 얘기로, 명장 밑에 졸장부 없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말하는 명장이란, 부하가 정말 올바른 신념 하에 "어디다 내놓아도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는 소신"을 가지고 일을 했을 때 그 일이 설혹 결과가 나쁘게 나왔거나 여타 부조리의 힘에 의해 공격을 받아도 자신이 부하를 커버해주는 위엄과 힘을 가진 장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 명장 아래에서는 누구나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양심껏 내세울 수 있는 법이고, 그 때문에 명장 밑에 약졸(弱卒)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서울대 가기 위해서는 의자에 오래 앉아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고 그 말은 분명 맞는말이다. 그런데, 이게 만약 공부를 하느라 앉아있는게 아니라 게임하느라 오래 앉아있는 거라면, 그런거라면 하루 10시간을 앉아있어도 서울대 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빡세고 힘들게 돌리라고? 그래야 군대가 잘 돌아간다고? 그 얘기는 분명 맞는 측면이 있지만, "그 얘기가 왜 맞는 측면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전혀 이해가 없으면서, 남들이 군대는 고되게 돌려야 한다고 말하니까 뜻도 모르고 따라 말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게 현실이다.
군대가 교육훈련이나 규정을 열심히 지키는게 아니라 헛군기를 잡고 내무 부조리를 벌이는 일을 열심히 하면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도움이 되기는 커녕 그런것은 심각한 군기 위반이며 기강 해이인데, 열심히 기강을 해이하게 만들어서 과연 군대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착각하면 안된다. 군대가 무섭고 빡세게 돌아가야 한다는 그런 의견도 세상에는 존재하는데, 그런 의견이 존재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것은 부대 분위기에 준법의 무게를 엄중하게 만들어 사사로운 편의를 위해 상부의 규정을 쉽게 위반할 생각이 누구도 안 들게 만들음으로서 엄정하고 정확한 부대운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그 의견의 취지가 있으며 그것이 이 의견이 희망하는 목적이다. 그 목적이 성공적으로 현실화될 때에나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목적이 달성되지 않고 그저 힘없는 계급을 괴롭히고 힘들게 만드는 일 및 특정계급의 편의와 규정위반을 위한 일에 빡세게 돌아간다면, 그런것은 전혀 도움되는 행동이 아니다. 그런것을 열심히 하고서 군기확립을 기대하는 것은, 서울대 가겠답시고 의자에 10시간 앉아있겠다면서 빡세게 게임하느라 10시간 앉아있고서는 "어이구 나 오늘 책상에 오래 붙어있었네. 책상에 오래 앉아있었으니까 계속 오늘대로만 하면 서울대 가겠지?" 하고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학생이, 어쨌든 10시간 빡세게 앉아있었으니까 서울대 갈거라고 생각하는가? 정말 그렇게 생각해?
조금 더 쉽게, 돈을 예로 들어 말해보자.
굉장히 생활이 빡세고 엄정한 A라는 부대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산이나 물자의 착복 및 유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쪽으로 빡세다고 생각해보자.
또다른 빡세고 엄정한 B라는 부대가, 상급자의 예산착복이나 물자 빼돌리기를 함부로 제지하지 못하는 쪽으로 빡세다고 생각해보자.
A, B 두 부대는 둘 다 장교나 사병을 고되게 굴렸을 것이다. 그런데 똑같이 복무하기 빡센 A, B 두 부대 중, 과연 어느 부대가 더 제대로 예산절약을 했을까? 회계감사나 검열을 했을 때 과연 어느 부대가 예산이 효율적으로 돌아가 있을까? 알아서 생각하기 바란다.
뭔가를 어설프게 아는 것은, 때때로 아예 아주 모르는 것보다 더 곤란한 일을 가져온다. 군대는 빡세게 돌려야 한다는 말을 뜻도 모르고 입에 담는 한심함도 그렇고, 작금에 벌어진 유감스러운 사고를 보는 시선의 어리석음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70년대 80년대에 군생활을 한 사람들조차 요번 사건을 보고서 통탄해 하고 있다. 그 시절 군생활을 한 사람들은 엄정함뿐 아니라 내무부조리 측면에 있어서도 최근의 군대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옛날 군대 경험자들조차도 가해자들을 잘했다고 말하며 군대는 이래야 한다고 흐뭇해 한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과연 그런 "열심히 내무부조리를 저지르는 행동"이 국방에 도움이 될까?
젊은 생을 억울히 마감한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 총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