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둑들은 한 영화속 1부와 2부로 나뉘어진 듯한 구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오션스 일레븐처럼 범죄 전문가들이 모여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카지노를 턴다! 여기까지가 1부라면 한국을 배경으로 2부가 시작되고 사실 여기서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윤석과 이정재, 김혜수 셋의 얽힌 매듭이 풀어지는 과정 말이죠. 즉 도둑들은 '어떻게' 카지노를 터는가가 아니라 '그들은 누구인가' 에 더욱 촛점이 맞춰진 영화인 것입니다 덕분에 호쾌한 범죄액션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후반부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죠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이번 영화 암살도 같은 맥락이기 때문입니다. 제목만으로 보면 독립운동가들이 모여 '어떻게' 암살 작전을 진행하는가 가 주가 될것 같지만 사실 이 영화는 그들은 왜 독립운동가 혹은 변절자가 되었는가 그리고 그들은 누구인가에 사실 더 관심이 있습니다. 암살이라는 '사건'은 그들을 얽혀놓고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한 셈이죠.
그동안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미지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며 목숨을 내놓는걸 아까워 하지 않는 초인, 위인 의 모습이였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암살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의 다양한 인간군상이 그려지며 그들을 좀 더 인간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현실감 있게 그려냅니다. 1930년대 독립운동가들의 가장 암울했던 시기 그 꿈과 희망이 좌절당한 젊은이들이 바로 속사포, 하와이피스톨, 염석진 입니다. 한때는 독립에 대한 뜨거운 뜻을 품었던 젊은이들은, 도저희 빛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미래 앞에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들 셋이 나아간 방향은 또 전부 달랐죠 조금 속물스러운 면은 있지만 그래도 독립을 위해 일하는 속사포, 돈만 쥐어주면 누구든 죽이는 청부업자가 된 하와이피스톨, 그리고 조국과 동료도 가차없이 팔아치우는 괴물이 되어버린 변절한 독립운동가 염석진.. 그들은 인간이기에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합니다. 안옥윤도 쌍둥이 자매라는 설정이지만 사실 언니의 모습은 안옥윤의 내면이 투영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라고 부잣집 딸로 좋은옷을 입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며 여느 여자처럼 시집도 가고 애도 낳고 그런 생활을 꿈꿔본적이 없을까요. 그리고 실제로 그녀에겐 그런 기회가 옵니다 왕자와 거지의 왕자가 된 거지처럼 왕자를 연기하면 왕자로서 살 완벽한 기회가. 하지만 그녀는 결국 그 길을 택하지 않죠 어쩌면 자신의 삶이였을지도 모를 언니의 삶의 길을요.
이렇듯 도둑들 처럼 이번 영화 암살도 '사건' 보다는 '인물'에 집중했을때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 였던것 같습니다 그들의 인간 군상을 통해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영화 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그 시대를 살아가던 독립운동가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혹자는 독립운동이라는 주제를 너무 가볍게만 다룬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하지만, 이런식의 접근도 좋지 않은가 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쉬리 이후 남북분단 관련 소재의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쏟아졌듯 독립운동가들과 일제강점기 소재의 다양한 영화들이 이 영화 암살을 계기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