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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백일장]팬티
게시물ID : readers_213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쿠밍
추천 : 3
조회수 : 739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08/16 1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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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게시판 사랑합니다.
병신백일장, 등신백일장 모두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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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일어난 기묘한 일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하루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가누며 들어온 집에서 기다리는 것은 끝없는 집안일이었다.

빨래는 해놓았지만 푸석하게 마른 저것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내일 입을 옷이 없을 터였다.
씻고 나니 밤 10시. 한시간 정도 정리하고 자면 그래도 내일 출근하는데 지장은 없겠지 싶어서 빨래 정리를 시작했다.
 
큰 옷들을 다 정리한 후 자잘한 속옷을 정리하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입어온 팬티를 접고 한켠에 놓은 순간.
웬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똑같은 모양의 팬티가 한장 더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 기억에 이 팬티는 한장뿐이다. 평범한 체크무늬의 사각팬티이긴 하지만 분명 한장만 샀고 그 이후 같은 모양을 사거나 선물받거나 한 기억은 없다.
그리고 이 집은 혼자 자취를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것이 섞여있을리도 만무하다.
 
일단은 개서 서랍에 넣었다.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고민을 하며 시간을 낭비한다면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어서도 궁금증은 떠나지 않았다. 몇시간을 생각하다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다음날 서랍을 열었을때 난 까무러칠 뻔 했다.
같은 모양의 팬티가 한장 더 늘어난 것이다. 이제 녹색 체크무늬의 이 평범한 팬티는 총 3장.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할 수 없다.
팬티 세 장을 비교해보았다. 사용감이 있고 약간의 바랜 색깔까지 똑같았다. 만약 누군가가 나를 놀리기 위해 이런 짓을 한다면 똑같은 종류의 팬티를 새로 사
서 넣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용감까지 똑같을리야 없지 않은가.
"도깨비 장난"이나 "귀신이 곡할 노릇" 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찝찝한 마음에 다른 팬티를 입고 회사에 갔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야근하는 것은 다반사고 주말에도 일을 해야 했다. 어제와 같이 10시에 집에 들어오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일주일에 총 합쳐서 10시간정도를 잔 것 같다.
정리해야 할 서류를 반복해서 3시간동안 복사를 할 때에는 정말 시간이 아까워서 몸을 둘로 나누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 복사기에 몸을 넣고 몸이 복제시킨다면 어떨까. 하고 상상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물며 오늘 아침엔 팬티가 복제된 상황까지 겪었으니 일에 집중이 될리
가 없었다.
 
"김대리. 복사 아직 멀었어? 오늘안에 자료 정산해서 제출해야 하는거 알지?"
 
"네 압니다. 곧 끝내겠습니다."
 
과장님의 부름에 허둥지둥하다 서류철을 엎어버렸다. 나는 짜증이 있는대로 났지만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
 
"에이씨. 직원을 뽑든지 할 것이지 막내일까지 다 부려먹네."
 
집에 가는 길 회사 동료와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그러게. 지금 혼자서 몇명 몫을 해내는거야?"
 
"사람을 더 뽑든지 일을 나누든 해야지 회사가 아주 막장이야 진짜. 나도 못해먹겠어."
 
서로 불만을 쏟아내고 비틀거리며 포장마차를 나왔다. 불만투성이이지만 그래도 당장 내일 할 일을 걱정하는것이 회사원인지라 집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
다.
 
집에 들어가니 이미 새벽 2시였다. 속옷을 갈아입기 위해 서랍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심장이 두근대는것을 느꼈다.
아침에 보았던 그 팬티는 어떻게 되었을까? 3개일까? 4개일까. 아니면 모든건 피곤에 지친 내 착각이고 하나만 있는걸까?
 
천천히 서랍을 열었다. 세상에나. 팬티는 4장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웬지 모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팬티를 한장한장 꺼내서 바닥에 펼쳐놨다. 조금이라도 다른 부분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 팬
티들은 사용감까지 일치했다. 자세히 살펴보다가 팬티들을 뒤집어보았다.
팬티 한장이 이상하다. 마치 픽셀이 깨진 듯, 사각형 모양의 타일같은 느낌으로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자세히 보니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다. 은빛의 벌레같이 생긴 그것은 팬티를 한올한올 짜고있었는데 재봉하듯 실을 엮는 형식이 아니라 플로터가 인쇄하듯 공중에 그렇게
팬티의 형상을 인쇄하고 있었다. 그렇게 쳐다보는 동안 팬티는 형태를 갖추었고 이윽고 완전한 모양의 팬티가 되었다.
 
"뭐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저 벌레는 무엇일까? 술이 덜 깬 것인가? 하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핸드폰으로 이 광경을 찍지 못한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팬티를 아무리 뒤집어보고 흔들어봐도 그 벌레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이런 광경을 본다 한들 뭐가 달라질까. 지금은 새벽이고 빨리 자지 않으면 내일 일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얼른 씻고 자기로 했다.
 
다음날이었다. 어제 입었던 옷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씻고나니 취기가 돌아 정리하지 못하고 그대로 잔 탓이다. 나는 큰 옷부터 천천히 들어올
려 행거에 걸어놓기 시작했다.
티셔츠를 들어올렸을때 나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이번엔 그 팬티가 아니었다. 어제 벗어놓았던 검정색 삼각팬티가 2개로 늘어나 있었다.
왜 팬티인거냐. 하필 빨지도 않은건데. 하고 벌레를 원망했다. 어제 봤던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도 이해했다. 어제 팬
티를 하필 그 벌레가 있던 팬티 위에 벗어놨던 것이다. 둘이 밀착해버렸으니 벌레가 검정팬티로 옮겨간 것이다.
어쨌든 기분은 찜찜했지만 이것으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 검정 팬티 위에 10000원권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출근을 했다.
회사엔 10분정도 지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엄청 갈굼을 당했다. 평소라면 출근시간 30분전에 가서 이미 어느정도의 일을 하고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은 이것저것 관찰할 것이 많아 어쩔 수 없었다.
 
그날도 밤 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팬티 위에 올려둔 돈부터 확인했다.
돈이 2장이 되어있었다. 속으로 만세를 외쳤다. 일단 아무일도 안하고 공돈 만원이 생겼고 앞으로 이 돈은 계속 복제될것이다. 두장의 돈을 한번 살펴보았다. 어
느 하나 다른점이 없었다. 구겨진 모양하며 위조감별까지. 완벽했다. 이렇게 똑같이 계속 만들수만 있다면 앞으로 돈 걱정은...
 
잠깐. 돈이 똑같다는건? 난 돈을 뒤집어 보았다. 그리고 일련번호를 확인했다. 일련번호마저 똑같았다. 그렇다. 이 돈은 위조지폐와 다를바 없다.
위조지폐를 만드는건 다른 방법도 많다. 굳이 이렇게 하루를 들여서 만들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렇게 불안한 짓을 하고 싶지 않다.
돈을 찢어버리려다 말았다. 이 돈엔 그 벌레가 살고 있겠지. 돈 두장을 어디에 놓을까 하다가 벽을 장식하고 있는 말린 꽃에 꽂아놓았다.
 
다음날 출근하려다가 전날밤 돈을 걸어놓은 마른 꽃을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세 송이의 꽃이 6송이로 늘어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줄기나 잎은 그대로였고 꽃송이만 한 줄기에 두개씩 붙어있었다.
팬티처럼 완벽한 두개가 된 것이 아니라 의아했다.
 
그날부터 나는 본격적인 실험을 했다. 마지막으로 늘어난 물건 옆에 실험하고 싶은 물건들을 놓아서 2개로 복제하곤 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대강의 규칙을 알 수 있었다. 복제되는 것은 소위 그 물건의 본질적인 것이었다. 예를 들어 꽃이 복제되었을 때 꽃송이만 늘어난 것은 그 본
질이 꽃이지 줄기나 잎은 아니기 때문이다. 평소 먹던 약봉지 위에 놨을땐 약 자체가 아니라 약봉지 안의 알약만 두배로 늘어났고 밥이나 반찬 근처에 놓았을
땐 그릇은 늘어나지 않고 그 그릇 안의 음식물만 두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빈 그릇을 놓았을 땐 그 그릇이 옆에 하나가 더 생성되었다.
 
집안 살림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던 찰나였다. 마지막으로 6개까지 늘어났던 팬티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계산해 보니 복제된 것의 수명은 열
흘 정도였다.
 
돈이나 보석을 복제해서 팔아넘길 수도 있겠지만 난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당하게 이득을 챙길만한 담이 없다. 급하게 무슨 물건이 필요할 때 매우 사소한 일에
만 이 벌레를 이용하기로 했다. 옷걸이라든지 잠깐 쓰는 방향제가 떨어져 갈때라든지 비누라든지 하는 생필품 말이다.
먹을것을 복제해서 먹었다간 열흘뒤 몸속의 백혈구나 근육이 사라질것같은 기분이 들었고 하루종일 몸에 걸치는 것을 복제했다가 사용하면 나 자신이 복제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최대한 조심해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사용하면 아마도 후회할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집에선 이런저런 소소한 실험으로 즐거웠지만 회사 일은 여전히 힘들었다.
 
오늘도 몸이 두개 세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백번 하면서 일을 했다. 사무실에서 할 일도 산더미인데 뭐 그리 외부에서 오라는 일이 많은지.
 
핸드폰으로 모르는 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받았다. 새로운 거래처일수도 있으므로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네 거마주식회사의 김현철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오빠 나야. 선미."
 
수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1년 전 유학을 갔던 선미가 전화를 했다. 몸속에서 뭉클하는 감정이 생겼다. 한때 짝사랑했던 선미, 비록
사귀지는 못했지만 매일 그녀를 그리워했고 마음을 졸였다.
그녀가 갑자기 유학을 가면서 헤어지게 되었지만 간간히 연락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3개월 전 마지막 문자를 끝으로 연락이 오지 않았고 내 연락도 닿지 않고
있었다. 섭섭하고 서운한 감정에다가 약간의 분노까지 겹쳐서 한달정도는 매우 괴로웠지만 조금씩 잊어가고 있던 중이었다.
 
"오빠 내일 만날 수 있어?"
 
그녀의 차분하고 성숙한 목소리.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항상 만나자고 먼저 제안하는 것은 나였고 그녀는 나를 친구로만 대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이렇게 먼저 만남을 제의하다니.
 
"아, 그래. 갑자기 무...슨 일이야?"
 
다시 생각했다. 내일은 중요한 외부미팅이 있고 나 대신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분명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여유는 없을 것이다.
내일은 안된다고 말을 할까. 입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다. 선미가 말했다.
 
"오빠. 갑작스럽지?미안. 하지만 나 내일밖에 시간이 안나. 모레 아침에 다시 미국으로 떠나거든. 제발 만나주면 안될까?"
 
선미의 부탁에 애간장이 녹는 기분이었다. 당장이라도 회사를 뛰쳐나가 그녀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사적인 전화를 받는 것을 눈치챈 과장이 노려보고 있었다.
 
"미안. 있다가 전화하자."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심장이 빨리 뛰고 식은땀이 흘렀다. 컴퓨터 화면을 켰다. pc메신저를 통해 그녀의 메세지가 전달되었다.
 
"오빠. 미안해. 통화도 어려울 것 같아. 지금 지하철역에 있는 pc에서 메세지만 잠깐 보낼 수 있거든."
 
"응. 그럼 메신저로 하자. 무슨 일이야?"
 
"약속만 정하고 갈게. 난 이제 시간이 얼마 안남았어. 죽기 전에 오빠랑 만나고 싶어. 1년전 그 장소 기억나? 나랑 헤어졌던 멜버른 호텔 앞. 내일저녁 7시. 거기
에서 기다릴게."
 
선미는 그 말을 남기고 로그아웃을 한 듯 했다. 내가 아무리 그 뒤에 메세지를 남겨도 1이 사라지질 않았다. 당황스럽고 놀라고 슬프고 이상한 감정들이 뒤엉켰
다.
1년전 멜버른 호텔 앞.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마지막으로 좋은 것 먹이고 싶다고 말해서 불렀고 선미는 순순히 나왔다. 사실 묘한 기대감
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밥만 먹고 몇가지 이야기만 나눈 채 선미는 떠나버렸다.
 
그 장소로 부르다니. 하필이면 왜 호텔 앞일까. 그보다 죽기 전이라는 말이 걸렸다. 안좋은 일이 있어 자살이라도 하려는건가? 시한부 판정이라도 받았나? 안좋
은 사람에게 쫓기고 있나? 그래서 마지막으로 나와 밤을 보내려고?
 
어쨌든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반드시 내일 나가야 한다. 한번 더 주소를 확인하려고 인터넷으로 주소를 확인하는 순간
 
 
"김대리. 내일 미팅 준비 잘 돼가지?"
 
과장의 말에 난 굳어버렸다. 내일의 미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사활이 걸렸다고도 할 수 있었다.
 
"네. 네..."
 
"잘하라고. 자네만 믿어."
 
갑자기 웬 격려람. 갑자기 책임감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 개인적인 약속때문에 공적인 일을 망칠 순 없었다. 차분하게 과장 보란듯이 80%정도 완료된
PPT 자료를 마저 작성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괴로워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날 집에 도착해서 나는 크나큰 결심을 했다. 이번에야말로 상상만 했던 나 자신이 2명으로 복제되어야 할 순간이다. 벌레가 어디에 있는지 찾았다. 마지막으
로 복제하던 옷걸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거기엔 팬티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벌레는 옆에 새로운 팬티를 자아내고 있었다. 95%정도 완성된 팬티를 집어들
었다. 이걸 내 몸에 옮기면 나는 이제 복제가 될 것이다. 다만 걱정은 나를 온전히 복제할것인지 아니면 본질적인 일부만 복제할 것인지.
여러가지를 상상했다. 나의 본질은 무엇일까. 전신? 머리? 뇌? 심장? 아니면 영혼? 그 무엇이든 끔찍하다. 몸의 일부만 복제된다면 그것을 없애는 과정은 마치
살인이라도 하는 느낌일 것이다. 만약 영혼이 복제된다면 또하나의 나인 그것은 열흘동안 내 방을 떠돌 것이다.
두려웠다. 밤에 자는 사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내 몸 전체를 잘 복제 할 수 있을까. 실험하면서 큰 물체나 생물을 가지고 실험해보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
다. 역시 이런 요행을 바라지 말고 하나만 선택할까.
 
"죽기 전에 한번 만나고 싶어서 그래."
 
"잘하라고. 자네만 믿어."
 
선미와 과장의 목소리가 뇌리에서 동시에 울린다. 도저히 둘중 하나를 고를 수 없다. 큰 맘 먹고 100% 완료된 팬티를 입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호텔 앞
에서 선미를 만나고. 그 이후의 일들을 상상하면서.
 
시끄러운 핸드폰 알람에 잠이 깼다. 어제의 상상 탓인지 아래가 조금 묵직한 느낌이었다. 옆을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뇌라거나 심장이 침대 위에서 펄
떡펄떡 뛰거나 하지는 않았다. 영혼인건가?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방안엔 완벽히 나 혼자다.
살아있는 생명은 복제가 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너무 커서 시간이 걸리는것인가.
 
역시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능력은 정작 필요할때는 발휘되지 않는 것이 진리인가보다. 출근 준비나 해야겠다. 요즘 외근을 자주 나가기 때문에 핸드폰 충전
기가 필요했다. 집과 회사에서 같이 쓰기 위해 오늘은 충전기를 복제하기로 했다. 팬티를 충전기 위에 올려놓으려고 벗었다.
 
순간 난 내 눈을 의심했다.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으아악. 내 본질이 겨우!!내 본질이."
 
2개가 되면 안되는 그것이 2개로 늘어나버렸다.
 
좌절하고 말았다. 결국 남자의 본질은 겨우 이것이란 말인가. 고작 나란 인물은 이 물건의 숙주일 뿐이란 말인가.
30분은 그 자리에 서 있었던것 같다. 또 한차례의 알람이 울리자 조금 정신이 들었다.
 
"외근이나 나가야겠다."
 
선미와는 만나지 않기로 했다. 물론 단순히 저녁만 먹거나 데이트만 하게 될 수도 있지만 혹시나 이런 끔찍한 광경을 보여주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래. 열흘만 참으면 되. 열흘만."
 
열흘 후엔 복제된 것이 사라진다는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선미에게는 카카오톡으로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최대한 미련이 남지 않도록.
외부 미팅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 바이어는 꽤나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며 돌아갔다.
 
조금 일찍 퇴근해서 집에 도착했다. 씻으려고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았다. 갑자기 눈물이 주륵 흘렀다.
그래 선미는 잊자. 어차피 안될거였으니까.
 
마음을 가다듬고 소변을 보려고 팬티를 내렸다.
 
그것이 3개로 늘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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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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