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날 헤어졌어요
이젠 전 여자친구가 되버린 그녀가 마음이 식었다는 이유로
자그마한 불씨도 남아있지 않다며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놔줬습니다.
붙잡고 싶은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놔주는 것이 그녀를 사랑하는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했거든요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행복하게 잘 살자며 좋은 말 하면서 일어났어요
일어나서 집으로 가려는데 지하철 역이 바로 앞에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친구한테 전화해서 그냥 미친듯이 웃었어요
최선을 다해 사랑해줬기 때문에
후회가 남진 않았어요
하지만 그녀가 제 곁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어요
이성적으로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엄청난 매력이 있는 친구였거든요
눈물이 나진 않았어요
마음이 아프진 않았는데 술이 먹고 싶었어요
맨 정신엔 자꾸 전 여자친구 생각이 나서 그냥 다 잊은채 잠들고 싶었거든요
수요일부터 어제까지 마신 술이 2014년 1~3월 동안 마신 술 보다 많은 것 같아요
근데 웃긴게 꿈에 나타나서 저 보면서 웃는거에요
그래서 술로 해결하면 안되겠구나 생각했어요
혼자 있고 싶진 않아서 친구들을 닥달해서 불러냈어요
어젠 노래방에서 이별에 관련된 노래를 불렀는데
평소엔 슬픈 노래 부르면 울컥할 때도 있는데
어젠 멀쩡했어요
서로의 일상에 깊게 스며들지 않아서인지
엄청 아프거나 속상하진 않은데
자꾸 멍하니 있을 때가 있어요
엄청 아파야한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렇지 않으니까 제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게 아니었나 하는 나쁜 생각도 들어요
이별에 대처하는 저의 자세
정상적인가요 ?
아니면 정말 전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던걸까요 ?
제가 이별을 부정하고 있는걸까요 ?
글을 쓰면서도 완전히 정상은 아니구나 싶긴해요
쓴소리, 토닥토닥 모두 환영합니다
저를 위한 한 마디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