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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징어가 욕설에 대처하는 방법...
게시물ID : lol_6260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issMarlboro
추천 : 10
조회수 : 1415회
댓글수 : 73개
등록시간 : 2015/08/14 16:19:05
안녕하세요.
롤게에는 처음인것 같군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종종 게임을 즐기는 망명 여징업니다. 
여러가지 게임을 즐기지만 요즘은 동생과 롤을 즐겨 하고있는데요, 
벌써 만 2년이 됐군요. 

시간상으론 2년이나 했지만 실제 플레이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10대나 20대의 미칠듯한 반응속도와 게임센스를 따라가긴 실질적으로 힘듭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플레이하고 승리하면 즐거워하고 그렇게 게임하고 있지요.
첫 시작이 동생따라 하게 된거라 서포터로 시작하다보니 지금도 고질적으로 미니언막타는 잘 못치고...
미드와 원딜 공포증이 좀 있습니다. 

제 지론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인데... 
미드나 원딜을 하게 되면 가장 심하게 폐를 끼치게 되는것 같더군요. 
그래서 서폿 외에 다른 포지션을 연습한게 탑과 정글이긴 합니다만 실력은 미천합니다. 

롤이 욕설로 유명하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전체채팅은 아예 꺼놓고 플레이 합니다. 
그렇지만 팀원들이 욕하는 부분은 걸러지지 않으니 정말 어쩔수 없는 경우들이 생기더군요. 
가급적이면 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는 편이지만 안통하는 경우도 있지요.

유난히 추웠던 겨울, 올해 1월달에 제 인생 첫 고소라는걸 롤때문에 해봤습니다. 
랭킹전은 정말 욕이나 비하 발언등이 심해서 가급적 안하고 그 게임은 노말게임이었어요. 
동생과 징크스, 소나 봇듀오였고 미드엔 리신 탑이랑 정글은 기억이 안나는군요.

전체적으로 게임이 안풀린 상황이었어요. 미드도 죽고 탑도 죽고 봇도 죽고.. 
그러다가 징크스가 혼자 플레이 하면서 미니언 먹고 사릴테니 미드나 탐 로밍 다니면서 도와주라더군요. 
그래서 미드로 올라가면서 와딩도 하고 미드도 가고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 동안 그 판에서 팀원들간의 대화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러다가 미드에서 소규모 교전이 벌어졌고 리신이 킬을 따면서 저도 어시를 먹게 됐습니다. 
리신에게 쉴드를 걸어주고 탑으로 올라가보려고 무빙하는데 갑자기 리신이...

 "봇이나 가 창년아."

제 눈을 의심했었습니다. 
그 전까지 게임에서 아무런 대화도 없이 전 라인이 다 잘 안풀린 상황에서 왜 저 사람은 나에게 욕을 하는가... 
전 천천히 화면 캡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게임에서는 대응하지 않았어요. 망한게임이라도 스크린샷 찍느라 플레이를 무성의하게 하는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지금 기억에 한 명이 아마 플레이를 안했으니 뭐 당연히 졌고요. 

게임이 끝나고나서 리신에게 욕설 신고할거다. 고소할거다 밝혔습니다. 
그랬더니 그때부터 더 신나게 욕하더군요. 
다 캡쳐했습니다. 동생은 옆에서 게임하게 해두고 전 고소장과 대화록을 작성했지요. 

며칠뒤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또 며칠 뒤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에 갔었습니다. 
조사중에 경찰분이 제게 물어보시더군요. "노이해가 뭔가요?" 
저도 당시에 노이해라는 말을 몰라서 모른다고 했지만 지금은 알고있지요. No이해 라는 말이라는걸... 

조사를 받은지 일주일쯤 흘렀을까요? 경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리신을 찾았다더군요. 찾고보니 고2 남학생이었어요. 즉 올해 고3이 되는 고교생이었던것이지요. 
경찰분은 사과를 하고싶다는데 연락처를 알려줘도 되겠느냐고 물으셨고 전 싫다고 대답했습니다. 
다시 한 번 또박또박 처벌해달라고 말했죠. 

그 날 저녁, 제 롤 아이디에 그 리신이 친구신청을 했더군요. 물론 안받아줬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경찰분께 연락이 왔습니다. 그 친구 부모님이 꼭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한다더군요. 
합의하라고 하는거 아니니 대화를 해보시는게 어떻겠냐는 것이었지요. 
성의껏 수사해주시는 경찰분의 말씀에 전 서브연락처를 전해드렸고 그렇게 통화는 종료됐습니다. 

평소 종종 대화를 하던 지인과 이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본인이 커뮤니티사이트에서 욕설로 고소당한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지인 왈 
 "네가 합의를 해주지 않고 처벌을 한다면 기소유예로 끝날 확률이 높아. 그리고 넌 평생 그 친구의 인생에 큰 족적을 하나 남긴 사람으로 기억 되겠지."
 "평생 잊지 못할?"
 "다만 합의를 해주게 된다면 인생에 족적까지 남기지 않고 넌 약소하나마 금전적인 방법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것이고... 선택은 네가 하는거야."

용서와 합의는 없다.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저런 조언을 들으니 고민되긴 하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리신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이가 잘 몰라서 그렇다. 선처 해주시면 안되겠느냐. 죄송하다. 제가 교육을 잘 못시킨탓이다. 

부모들이 말하는 뻔한 스토리. 심각성을 모르는 멘트의 연속... 
제가 그 어머니께 당신 아들이 제게 어떤 욕설과 폭언을 하셨는지 모르시나본데.... 라며 리신에게 들었던 욕설을 다 읊어드렸습니다. 
말문이 막히셨는지 한숨을 푹푹 쉬시더군요. 

죄송하다며 정말 죄송하다며 아들을 바꿔주었습니다. 
변성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한 앳된 음성... 죄송하다고. 뭐 정말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거 같습니다. 
전 그런 욕설은 하지 말아라. 당신 눈에는 그저 캐릭터로 보이겠지만 그 캐릭터 사람이 플레이 하고 있는거다.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어머니의 간곡한 사정과 사과에 적당한 합의금으로 합의를 해주고 처벌불원서를 내는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됐습니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뭐 이미 지나간 일이고요. 욕 몇마디에 수십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겪었으니 앞으론 안하겠지 생각해봅니다. 

7개월도 전 이야기를 왜 갑자기 지금적어?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며칠전에 다른 건으로 다시 경찰서에 고소장 접수하고 왔습니다. 

전 게임에서 욕설을 안해요. 실 생활에서도 안하고요. 동생도 욕설하지 않게끔 주의를 자주 주고 동생 후배나 친구들에게도 부탁합니다. 
욕설을 자주 하게 되면 당장 너의 어휘력에 안좋은 영향을 끼치고 주변에서 듣는 사람도 불쾌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너희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이죠.  
그러다보니 롤을 하면서 욕설이나 안좋은 단어를 말하게 되는 상대를 만나면 최대한 정중하게 자제를 권유합니다. 
이런 식이지요. 

욕유저: ** 씁알. 제대로 못하냐. 잔나년아.
본인: 그런식으로 말씀하지 마세요.
욕유저: 웃기고있네. 잔나년 개못해.
욕유저: 개
욕유저: 색
욕유저: 기
욕유저: 년
본인: 잔나가 처음이라서 그렇습니다. 욕하지 마시고요.
욕유저: 씌발. 자랑이다. 
본인: 부끄러울것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욕유저: 너 몇살이냐.
본인: 제가 알려드릴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욕유저: 아 ** 몇살이냐고!!! 너 여자지?
본인: 알려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식입니다. 
저런식으로 대응하다보면 정말 희귀하지만 최선의 경우 대화중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경우도 아주아주 가끔씩 있습니다. 
또 때로는 "너 좀 귀엽다. 몇살이냐."라고 이야기하면서 치근대는 부류들도 있지요. 
혹 종종 갑자기 욕을 멈추고 과묵모드로 게임 끝날때까지 채팅을 안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끝까지 욕하고 비속어에 온갖 모욕적인 말로 게임 끝까지 계속하시는 부류가 많은게 사실입니다.

제가 무조건 욕을 듣는다고 해서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 이유없이 그냥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 타인의 감정은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욕부터 하시는 분들은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고소도 칼바람 하는데 원하는 캐릭터로 바꿔드리고 잘 해보자고 격려하며 시작한 게임인데 
게임 시작하자마자 저를 비롯한 팀원들에게 아무 이유없이 욕설을 하고 시비를 걸었기 때문에 고소를 하게 됐습니다. 

뭐 저런걸 가지고 저렇게까지 하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게임내 욕설 문화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활동 자체는 미미하지만 저로 인해 한명이라도 게임 내에서 욕설을 자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저랑 같이 플레이 할 때만은 동생이나 동생친구, 후배들도 욕설은 자제해주고 있거든요. 

아무 이유없이 단지 자신의 기분풀이나 재미를 위해 롤에서 욕설을 마구 하는 것은 지양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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