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넘게 제목 붙인 새 글을 싸면서 조언을 드립니다. 같은 초보 작가로서, 다만
초보작가의 구차한 글질을 때론 취미처럼 때론 사명처럼 오래 했네요.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자신의 문학적 성취를 소중히 여기세요.
아무리 허접한 초보의 소설이라도 일단 한 편의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면
작가만이 알 수 있는 문학적 성취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 성취는
그 작가의 삶을 둘로 나눌 수 있는 대단한 발견일 수도 있고, 작게는
그저 한 편의 소설을 써보았다 라는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 문학석 성취는
그 소설을 쓰기 전의 그대와 쓰고 난 뒤의 그대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려요.
'그 소설을 쓰기 전의 나'로 되돌아 가지 못해요.
마지막 문장 뒤에 '끝' 이라고 마감을 하고 난 뒤
작가의 가슴에 소용돌이치는 기쁨은
소설을 써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여주고싶고,
같이 느끼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지는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독자는 냉정해요. 졸라 냉정해요. 때론 죽여버리고 싶어요. 원래 그런거에요.
아 씨바 저새끼도 글 쓰는 새끼가 내 글 쫌 재미 없다고 졸라 머라 그러네...하는 불평이 들기도 하겠지만
당신 또한 그러잖아요. 독자의 입장은 항상 냉정해요.
그러니 기죽지 마세요. 그래도 지구는 도는거니까.
'네 글 졸라 허접해' 하는 비난에 눈물을 쏙 뽑아내고 돌아서더라도
자신의 작품에는 자신만이 아는 반짝이는 비범함이 있죠.
소중히 간직하세요. 그런 작은 성취가 쌓이고 쌓여서 결국 좋은 소설을 만들어냅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문학석 성취를 자랑하세요. 교만해지시고 뻔뻔해지세요.
그대가 아무리 교만하고 뻔뻔하더라도
독자들은 여전히 졸라 냉정하고 죽여버리고 싶을거에요. 그러니 맘껏 교만해지세요.
독자들의 눈에는 그게 교만으로 보이지 않을거에요, 왜냐하면
당신의 글은 여전히 재미 없고 허접하기 때문이죠. 어쩌면 당신은
미친놈 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럴 때 스스로를 축하해주세요. 작은 케잌을 사다가
골방에서 촛불 하나 켜고 축하하세요. 작가로서 그대의 첫번째 생일입니다.
자랑하세요.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어미는 그 자식을 어떻게든 자랑하는 것처럼
당신의 자식같은 당신의 글을 자랑하세요.
자랑하고 욕먹고, 또 자랑하고 욕먹고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오랜 담금질에 쇠가 단단해지는 것처럼
당신의 글이 견고해집니다. 작가는 말 그대로 집을 짓는거에요. 당신의 집이 튼튼해집니다.
2. 교양 과학서적을 읽으세요.
우리나라의 교육은 논리를 가르켜주지 않아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교육을 마치고 나면 대부분
'일상적인 비논리'가 몸에 베어 있어요.
사람의 일상은 대부분 비논리적이에요. 또한 비논리적이어야 일상적인 생존에 유리해요.
우리의 교육은 그래서 비논리를 배워요.
초보 작가들의 글을 보면
글이 되기 전에 일단
말이 안되요.
논리력을 배양하라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당신의 몸에 벤 비논리에 극렬히 저항해야 합니다. 처절하게 저항해야되요.
대부분 20년간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쉽지 않아요.
20년간 만들어진 상식을 버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20년간 만들어진 당신만의 종교를 버리는 일이에요.
몸에 벤 비논리를 버리고 나서야
세상이 있는 그대로 보여요. 그게 작가가 세상을 보는 시각입니다.
풀을 풀로 보고 나무를 나무로 보고 하늘을 하늘로 보는거에요.
그제서야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 보이고
거룩했던 것이 우스워 보이고
보잘것 없던 것들이 소중해 보여요.
제 경험상 가장 좋은 방법은
교양 과학서적을 꾸준히 읽는겁니다. 요즘은 좋은 책이 많아요. 덤으로 상식도 풍부해집니다.
어렵더라도 읽으세요. 도전하는 마음으로.
논문을 쓰는 과학자의 자세로 소설을 쓰세요.
논리의 집을 차근차근 지어가는 기쁨을 누리세요.
당신의 소설이 '말이 되게' 하는 방법입니다.
3. 제대로 된 합평회를 하세요.
대부분의 합평회는 쓰레기에요. 안하는게 차라리 나을만큼.
글을 배우는게 아니라
남 눈치 보는 것만 배우는 경우가 허다해요. 좋은 합평회를 위한 조건을 말씀드릴게요.
첫째. 모르는 사람들과 하세요.
당신의 글을 마음껏 욕해줄 사람들과, 또한
당신이 그들의 글을 마음껏 까대도 괜찮을 사람들과 하세요.
이리떼처럼, 하이에나처럼 작가로서의 당신을 낱낱이 발라줄 사람들과 함께 하세요.
그 틈에서 당신도 감춰두었던 송곳니를 드러내세요.
친해지지 마세요. 문학에 동지는 없어요. 그들이 당신의 글을 대신 써준답니까?
끝나고 술을 먹거나 밥을 먹는 합평회라면 애초에 가지 마세요. 그런 합평회는
전혀 도움 안되요. 집에 와서 가족들과 밥을 드세요.
문학과 관계 없이 만난 오랜 친구와 술을 드세요.
합평회가 냉정함을 잃어버리면 그만 두세요. 그런건 인생의 낭비에요.
친구가 필요한가요? 글을 쓰는 일이 외로운가요?
당연한거에요. 글 쓰면 외로워요. 외롭기 때문에 써요. 당신의 외로움은 소설의 자양분이에요.
삶이 다사다난하고 즐거우면 글을 왜 씁니까? 남이 쓴 재미있는 글만 읽기에도 생이 짧은데.
둘째. 리더를 정하세요.
글을 쓰지 않은 자는 모욕과 함께 퇴출시킬 수 있을만한 권한을
리더에게 주세요.
글을 쓰지도 않은 자가 합평회에 참가하고 있는데
리더가 그를 허용한다면
당장 그 합평회에서 발을 빼던가 아니면
당신이 리더가 되어 글을 쓰지 않은 자를 쫓아내세요.
셋째. 기간과 목적을 정확히 정하고 하세요.
그저 주기적으로 만나서 서로의 글을 돌려본다 라는 식으로 룰을 정하지 마시고
세세한 목적과 개인적인 과제를 정하고 시작하세요.
최소한 몇 단어 이상의 단편을 한달 안에 라는 작은 계획이라도 정하세요.
개개인에게 스스로의 작업 계획을 미리 정하고
되도록이면 시작하기 전에
작업 계획서와 시놉시스를 제출하게 하세요.
정해진 기간이 끝나면
간단하게 그간의 수고를 서로 칭찬하고
쿨하게 헤어지세요. 살면서 쿨해질 기회가 흔치 않아요.
찐덕찐덕하게 전번을 교환하고 카톡질 하지 마세요.
세상에는 만날 사람 많아요. 사랑할 사람도 많으니 염려 마시고.
4. 단편을 쓰세요.
단편과 장편은 완전히 다른 장르의 문학이에요.
장편이 여행이라면 단편은
외줄을 타는 것과 같아요.
장편이 3차원의 시공간을 휘젓고 다니는 것에 반해 단편은
1차원의 외줄을 똑바로 걸어요. 한걸음. 한걸음.
여행할 때는 모르죠. 중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사실을.
중력의 힘이 일상적이고 거대하며,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장편에서는 가다 못가면 쉬엇다 가기도 하고 돌아 가기도 하지만 단편은
발을 헛디디면 천길 낭떠러지에요. 죽죠.
눈은 목적지에 고정한 채
모든 감각은 열어둬야해요. 바람이 불고, 몸은 좌우로 기울고
뒷걸음질 치지도 못해요.
여행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게 즐겁지만, 외줄을 타는 사람에게는
올려다보는 관중들의 함성이 오히려 방해되요. 목숨을 위협하죠.
그러니 단편은
긴장하시면서 쓰세요. 당신이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외줄을 타는 곡예사의 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하세요.
균형감각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목적지만을 바라보세요. 똑바로 가는거에요.
똑바로 걸어가는게 얼마나 힘든지 체험하는거에요.
그렇게 한걸음씩 줄 위를 걷다 보면
어느 순간에
끝에 다다르게 되요. 처음 시작했던 봉우리에서
건너편의 봉우리로 훌쩍 건너온거죠. 단편을 쓰고 난 작가는
'문학적인 순간이동' 을 경험해요. 목숨을 걸었으니 그만한 댓가가 주어지는거죠.
이 4가지 조언을 드립니다.
부디 건필하시고
소설을 쓰는 재미가 평생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