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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없는 한자이야기 1 - 龝
게시물ID : phil_121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얍테
추천 : 5
조회수 : 106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08/12 03:06:25

한자라는 문자는 정말 매력적이면서도, 그리고 일상생활 어디든지 녹아들어 있지만, 막상 배우기 어렵고, 또 의외로 중국어나 일어를 하는 것이 아니면 쓸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요즘 시대에 뒤쳐진 문자이긴 하지요. 문자 주제에 열린 집합이라 모든 자를 섭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사실상 유니코드에 들어있는 한자만 해도 수만자가 넘습니다 (...) 거기에 중국에서 관리하고 있는 한자는 모두 팔만자가 넘는다고 하네요. 외우지 못하면 사용하지 못하고, 그만큼 학습하는데 오랜 시간이 들어가는 것이 한자입니다. 번체를 사용하는 대만에서는, 사실상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한자를 외우기 위해, 고등학교 때 까지 깜지를 쓰며 한자를 외운다고 합니다 (...) 정말 세종대왕님에게 수만번 감사를 표해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저는 한자가 좋습니다. 네. 실용적이지 못한건 배우기 시작했을 때 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좋은걸 어쩌겠습니까! 정말 잉여로운 훈(뜻)이나 음을 가지고 있는 한자를 보면 왠지 모르게 알고싶고, 또 외우고 싶어집니다. 이게 덕후 기질이라는 걸까요. 그리고, 의외로 한자는 수천년동안 사용된 문자인지라 나름 과학적이기도 하고 체계적이기도 합니다. 음을 나타내는 자와 뜻을 나타내는 자가 결합되어 자가 완성되기도 하고, 일단 어느정도 학습이 되어 있으면, 처음보는 자라도 읽는 법과 뜻 정도는 때려 맞출 수 있습니다. 자 안에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지요. 한 자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어력도 뛰어난 편입니다.


사실상 사용되는 몇천자만 안다면, 자전에나 뿌리를 틀고있는 괴악한 벽자만 아니면, 거의 다 알아맞출 수 있습니다. 뭐 그 몇천자를 외우는데 엄청난 시간이 드는것이 사실이니까요 (...) 우리나라 교육용 한자가 대략 1800자 정도 되고, 일본 상용한자가 3000자 가량이 되는걸 생각 해 보면, 사실상 한자가 주된 문자인 일본인만큼이나 한자를 알고 있어야 한자에 대한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는 말이기도 하지만요.


어쨋거나 한자에 대한 생각은 다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거부감을 많이 가지고 있으신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게 당연하겠지요. 점점 한자의 사용은 줄어들고만 있으니까요. 젊은이들이 접하기 어렵지요.


하지만 한자에는 철학이 담겨 있다고 하지요. 수천년간 인간이 살아온 역사, 그리고 그것을 기록한 문자인 만큼 의미가 있고, 또 의외로 재미있는 점도 많이 있습니다. 아 물론 재미있다고 해도 그건 당연히 제 기준입니다. (...) 그러니까 타이틀도 재미없는 한자이야기 입니다 (...) 한자를 통해서 사람들이 살아온 모습, 그리고 그 삶에 대한 방식을,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뭐, 진심은

블로그에 유명세에 편승해 봅시다 (...)




그래서 오늘 소개하고 싶은 자(字)는 바로  라는 자입니다. 슬슬 입추도 지났고, 말복이 다가오고 있지요. 절기상으론 이제 가을인데! 아직 왠지 덥습니다. (...) 


뭔가 굉장히 어려워보이죠? 폰트를 20이상 하지 않으면 거의 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자를 모르는 분은 거의 없으실겁니다. 어디선가 한번씩 보셨을 거에요. 바로 의 옛 자형입니다. 가을 추자이지요. 


왜 가을 추자가 이렇게 복잡한 자일까요? 파자를 해 보면, 곡물을 뜻하는 자와, 거북이를 뜻하는 자가 됩니다(禾龜). 하지만 여기서 자는 거북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곡물에 달라붙는 해충을 뜻하는 자 입니다. 그래서 곡물에 해충이 붙는 절기, 가을을 뜻하는 자인 것이지요. 그래서 갑골문에는 해충을 태우는 자() 형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태운다는 형태가 들어가 지금의 가을 추 자가 만들어 진 것이지요.


우리의 위대한 유니코드에는, 이 가을 추 자의 고자 뿐 아니라, 이 고자의 신자체까지 담고 있습니다 (...)  정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즉, 지금의 가을 추 자는, 곡식을 거두는 계절에 해충을 태우던 것에서 기원한 것 이지요.


그래서 하고싶은말은,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덥잖아요...




ps. 어디다 쓸까 고민하다가 익숙한 철학게에 쓰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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