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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 보러 갔다가 아줌마들 때문에 멘붕한 썰 + 또다른 멘붕썰
게시물ID : menbung_221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뱀뱀
추천 : 12
조회수 : 1412회
댓글수 : 72개
등록시간 : 2015/08/11 19:40:25
아줌마들때문에 멘탈 없어질뻔 했으므로 음슴체



본인은 예술 영화나 작가 영화 보는 걸 매우 좋아하는 사람임 찾아서도 보고 영화제도 가고 여튼 별별 방식으로 봄

근데 아시다시피 이런 영화는 보기가 매우 힘듬.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상영하는 장소도 적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음

본인은 영화의 도시 부산에 살고 있기에 그나마 접근성이 매우 좋은 축에 속함. 왜냐면 부산에는 영화의 전당이 있기 때문.

영화의 전당은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장소임. 프로그램도 좋고 시설도 지은지 얼마 안 되어서 보기도 좋음.

게다가 여기는 영화광들을 위해 극장에서 으레 틀어주는 광고도 상영 안 함! 자체 프로그램 상영 안내 광고만 나오고

그리고 영화 엔딩 크레딧 다 나오고 나서 불까지 켜줌. 오래 있어도 절대 눈치 안 줌. 여튼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장소임.




본인은 터키 영화 최초로 칸 황금종려성을 받았다는 <윈터 슬립>을 매우 보고 싶었음. 

더불어 본인은 안톤 체홉을 정말 좋아하기에 체홉의 작품을 토대로 했다고 한 작품이래서 더더더 보고 싶었음


바로 이 영화임. 안톤 체홉과 알베르 카뮈를 좋아한다면 강추. 현대 터키 버전의 부조리극을 보는 기분임.

여튼, 영화를 보려고 예매를 하는데 부산+울산+경남 지역 다 해서 부산 영화의 전당!! 딱 한 군데에서 딱 하루에 한 번!!! 틀어줬음.

오후 세 시에 딱 한 번. 부울경 다 합쳐서 인구가 얼만데 볼 수 있는 기회가 이거 뿐이라니 ㅜㅜ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 일단 보통 극장에서는 예술 영화 자체를 잘 안 틀어줄뿐더러, 저 영화 러닝 타임이

자그마치 3시간 16분. 약 200분 가까이 되는 영화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부산이니까 이런 영화도 볼 수 있는 거야.. 해서 예매해서 보러감.




평일 낮인데도 사람이 매우 많았음. 본인 생각에 부산 사람뿐만 아니라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더 많았을 거라고 생각.

근데 유난히 아주머니들이 좀 눈에 띄었음. 영화 자체가 아주머니들이 좋아할만한 영화는 아닌데 싶었는데

아줌마들 계모임으로 단체 문화 생활 즐기려고 왔나 싶었음

(중년 여성들 비하하는 거 아님. 

영화의 전당이 있는 센텀 시티에는 유난히 고학력 고소득 중년 여성들이 많은 편이고, 이 아주머니들이 영화의 전당 vip인 경우들이 많음

그리고 영화관 평일 낮 매출은 계모임에 있는 아주머니들이 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시 못 할 계층이기도 함)




아니나 다를까 아....

본인 뒤편에 친한 사이인듯한 아주머니 둘이 앉아서 영화 보는 내내 수다를 떠심 

말이 수다지 영화 자체가 매우 정적이고(가장 큰 소리가 초반에 나오는 돌때문에 유리창 와장창 깨지는 소리 정도?)

시퀀스도 매우 길고 대사도 정말 길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잠들기 딱 좋음. 

집중을 못 할 정도로 떠들어댐....... 소곤소곤소곤 재잘재잘재잘

예를 들어서

영화의 배경은 카파도키아에 있는 어느 호텔임 중간중간에 카파도키아 모습이 나오고 그럼 그 장면 나올 때마다

아줌마 a : 어머 카파도키아네!! 나 저기 가봤다 xx야 너는 가봤어?
아줌마 b : 누구네 엄마가 저기 갔는데 저기 여름에 가면 그렇게 덥대
아줌마 a : 저기 레드투어하고 그린투어하고 투어가 여러 종륜데 너도 갈 일이 있으면 내가 여행사 소개시켜줄게~

여튼 이런 식으로 내가 터키를 가봤는데 터키 어디가 좋았고 어디에 갔는데 사람들이 친절하더라 돈이 얼마나 나왔는데~ 이런 식으로 떠드심

이걸 띄엄띄엄 떠든 게 아니라 3시간 내내 떠드심... 남자 주인공 옷이 뭐가 어쩌네 애플을 쓰네(주인공이 맥북으로 작업하는 장면이 나옴)

여주가 너무 어리네(영화상 설정이 남주의 아내는 남주보다 한참 어리고 미녀로 나옴) 쟤들은 철학하냐 대사가 왜 저래 기냐




필자 성격 같았으면 성격상 아 아줌마 좀 조용히 좀 하소!!!! 하고 소리 빽 지르고 나왔을 건데

극장에서 그럴 수 없었으니 돌아보지도 못 하고 끙끙거리면서 영화 감상했음....

무슨 아침드라마 보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 의견을 왜 개진하면서 떠들어대면서 조잘거리는지

차라리 그럴 거면 집에서 모여서 영화 볼 것이지 싶었음 그러면 자기들끼리 떠들어도 무방할건데

진짜 화가 너무 났음 왜 내가 좋은 작품 앞에서 이런 고통을 나 혼자만 겪어야 하나 싶었음




근데 가관(?)인 것은

이 영화가 끝으로 가면 갈 수록 감동(??)적으로 바뀜. 남주와 여주가 심하게 다툰 이후 갈라서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결국 불가피한 공존을 선택하고 남주가 잘못했다고 여주에게 말하면서 영화가 마무리 되어감(스포 ㅈㅅ)

나는 하.... 이제 끝나는구나 영화 좋았어 하는데 이제 더 이상 저 아줌마 떠들어대는 거 안 들어도 되겠네 생각했음

근데 아줌마 둘이서 감동 받았다고 엉엉 울고 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소리 소리 질러가며 감동적이야 흑흑 아이고 아이고 ...





나 저 상황 들고 있는데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악의 평범성>이 이런 게 아닌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저 아줌마들은 영화 보는 내내 떠들어대면서 남한테 피해를 준 주제(???)에 영화 감동적이라고 울고 있다니

진짜 악행은 나도 모르게 저지른다는 신부님 강론 말씀이 떠오르고 그랬음

영화 엔딩 크레딧 나오고 나니까 그제서야 이 아줌마들 울음을 멈춤. 그리고 일어서려고 함. 소리 장난 아님.

나도 참다참다가 엔딩 크레딧 끝나자마자 바로 뒤돌렸음. 아줌마 둘이 생긴 게 어떤지나 보고 가자 말이라도 한 마디 하고 가자 해서

멀쩡하게 생김. 아돌프 아이히만(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했던 그 인물)도 그렇게 동네에서 소문난 호인이었다고 하니 뭐..

콩나물 사러 시장갔다가 자기 체면 깎인다고 시들시들한 거 사면서도 돈 한 푼도 안 깎을 거 같은데다 옷은 빈폴이랑 해지스만 입게 생겼음.

신세계 백화점 센텀시티의 유기농 매장에서만 장볼 거 같이 생겼음. 어릴적에 집에 있고 식모 두고 피아노 있을 상..

가정학과 나와서 중매로 남편하고 결혼했는데 남편 졸 무뚝뚝하고 그 동네 아줌마들하고만 어울려 다니고 중산층이라 별 고민 없을 상...





나 : 영화 보러 혼자서 오셨습니까? 좀 조용히들 좀 하셨어야죠. 영화 보는 내내 방해되고 이게 뭡니까?
아줌마 a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안 그럴게요.
나 : 영화 지루한 건 알겠다만 그래도 조심하셨어야죠.
아줌마 b : 아니 그래도 영화가 너무 감동적이라서...



저런 식이니 더 이상 대화가 어려울 거 같아서 째려주고 나왔음. 내 친구 중 하나가 영화 보는 내내 핸드폰 키고 있던 사람이 있어서

영화 끝나자마자 가는 거 세워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인데도 잔소리 퍼붓고 갔다고 말했을 때 내가 야 ㅋㅋ 그런 사람이 있나? 이랬는데

내가 저 꼴을 겪었음. 내가 더 짜증스러웠던 것은 교양있는 척, 잘 사는 척 그래 보인다면서 죄송한다 말했으면서

영화 보는 내내 저런 진상아닌 진상을 부렸다는 점...... 멀쩡하게 생긴 인간들이 더 한다 싶었음.



+ 이거 말고도 다른 경험이 있는데

<와일드>라고 리즈 위더스푼이 나오는 영화가 있음 이것도 부산에서 개봉하는 곳이 몇 안 되어서

롯데 센텀까지 가서 영화 보고 왔음 이것도 정말 작은 상영관에(제일 작은 데에서 개봉했음) 사람이 터질 거처럼 많음


삶이 고달프고 바닥 끝까지 찍은 느낌이 드는 20대 여성들에게 꼭 봐라고 권해주고 싶은 영화임.

이게 실화 에세이를 바탕으로 만든 건데 일반적으로 문학 작품을 영상화하면 원작을 못 따라 간다는 말이 있잖음?

근데 이건 원작도 죽이고 영화도 죽임. 나중에 알고 봤더니 닉 혼비(<어바웃 어 보이>, <피버 피치> 작가)가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고

아... 여튼 영화도 원작도 강추 둘 다 좋음



이 영화도 상당히 정적인 편이라 느린데 내 옆의 옆의 커플(중년 남녀)이 계속 떠듬 막 왜 저렇게 나오냐 저 여자 왜 저래 생겼냐 이렇게

남자가 거의 설교조로 말하면 여자가 그래요 하고 응수하던 커플이었음

보다가 옆에 있고 그러니 거기 조용히 좀 합시다 하고 눈치를 주니 남자가 아 예.. 이러더니 좀 조용함. 그러니 중간 중간에 떠듬

나는 영화를 비판적으로 보는 편이라 감동도 잘 안 받는 편인데 영화 속 주인공 사정이 나를 자극해서 나도 울뻔함

근데 옆의 중년 커플들 계속 속닥속닥 내 사촌 뻘(내 사촌들이 나이가 제법 있음)인데 싸다구를 날리고 싶었음





결정적인 것은

이 영화 엔딩이 진짜 먹먹함. 주인공이 혼자서 몇 천 킬로미터 되는 코스를 걸어가서 도착 지점에 오고나서 인생은 얼마나 야생적인가..

이렇게 독백하는 장면이 있는데

갑자기 내 뒤에서 벨 울림. 아 씨발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아저씬 거 같은데 전화 받으심 ㅋㅋㅋㅋㅋㅋ 통화하심 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사장님!!! 이러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멋진 엔딩이 사장님과의 대화로 망쳐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분 대단하심 ㅋㅋㅋㅋㅋㅋ 5분 넘게 전화 통화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진짜 걷어차고 싶었는데 보다보다 황당해서 영화 집중도 못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영화 끝나자마자 바로 뛰어가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놈인지 얼굴 보고 싶었는데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려내 내 감동 망할놈아 (어쩔 수 없이 엔딩때문에 다시 영화 봤음 ㅜㅜㅜㅜㅜ)




영화 끝나고 나서 내 옆의 열심히 떠들고 설교하시던 남자와 그의 옆에 있던 아내랑 해서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됨 

남자가 계속 설교를 하심 야 나도 트레킹 가봤는데 백두대간 가봤어? 그거 죽여준다 이런 거를 이러이러하게 해야 해~ 그러시고

여자는 그래요 응응 어머 나는 저 여자처럼 계속 그렇게 못 간다 이렇게 응수하면서 

보고 있는데 남자가 여자를 정신적인 것이나 지식적인 걸로 누르려고 하고 여자는 아무 줏대 없이 받아주려고 하는 게 보임 좀 동등해보이진 않았음

뭐 저 나이대에는 남자들이 좀 배웠다고 잘난 척 하는 게 많지 하고 나는 조용히 있었음 어휴 잘난 척 그럴거면 영화 볼 때나 입다물고 있지...







여튼 나는 젊은 영화관 진상은 많이 겪어보지 않았지만 중년들의 진상을 겪어봤기에

이거 중년들 영화관 에티켓 단체 교육이라도 해야할지 의문임 영화관을 자주 안 가서 그런 건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디 아줌마 아저씨들 잘 보는 티비 드라마나 종편에서 이런 거나 언급해주면 좋겠음 

그 나이들은 티비에 나왔다하면 무조건 따라하는 세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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