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가까이하면 대화가 풍미해 집니다. 항상 책을 곁에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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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알고지낸 건 십여 년이 넘는데.
너를 깊이 알아가기란 십여 년이라는 시간을 가지고도 넘기 힘든 장벽인가 보다.
내 시선은 소주잔 끝에 있는데 마음은 건너 앉아 친구들과 웃고 있는 네 곁에 있다.
그 마음은 너에게 딱 달라붙어 좀 처럼 내게로 올 생각이 없나보다.
'이놈아, 되돌아 오지 않을꺼면 요동이나 치지마라, 혹여나 눈치챌라.'
그녀가 움직여 나에게로 온다.
"야! 남이 말하는데 무슨생각을 그렇게 하냐?"
"남이사?"
"말하는 본새 보소??"
익살스럽게 웃으면서 내 어깨를 '툭' 친다. 닿는 순간 달라붙어 있는 녀석을 잡아왔다.
이와중에 빌어먹을 향기는 좋기만 하다.
'친구 그 이상은 무리지, 말도 안되는 일이야.'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은 내게로 왔다 네게로 간다.
오고가는 동안 내 안의 계절은 꽃이 피고 진다.
그게 좋다가도 싫다.
"야아~ 나 남자친구랑 헤어졌다니깐 넌 위로 한마디 없냐?"
"맞어! 너는 얘랑 몇 년 친군데 관심이 없어!"
동공이 커진다. 표정관리 하자. 내 연봉처럼 입꼬리도 동결하자.
"왜 헤어졌는데? 오래 사귀지 않았어?"
"아, 핵 무관심.. 나 완전 실망... 아까 다 얘기 했거든요?? 클럽에서 다른 여자랑 엉켜붙어 나오는거 내 친구가 발견해서 헤어졌다고?!"
"야, 너는 꼭 만나도 그런 그지같은 놈 들만 만나더라?"
"그걸 알면 내가 만나겠니? 근데 얘는 왜 지가 뜬금없이 화를내?ㅋ 웃겨ㅋ"
"어휴.."
멍청하게 화를 내고 말았다. 이따금씩 너에 대한 감정이 세어나온다.
힘들었겠네, 웃는게 웃는것이 아닐텐데, 괜찮아 너가 아까워. 말 하고 싶지만 할 수가 없다.
너에게 전해줄 마음, 표현할 방법은 작은데 감정은 커다랗다. 그래서 흘러 넘칠까봐 두렵다.
"하기야 연애 한지가 백만년 넘는 너 님께서 사랑의 아픔이야 뭘 알겠니?ㅋ"
"내가 더 아프게 해줄까? 틀니끼고 싶어?"
"오! 나 그 대사 어디서 들어봤는데ㅋㅋ저번에 너 소개해준다고 한 사람 니가 안받아서 남친 생김ㅋㅋ"
자기가 아끼는 친구에게 소개시켜 줄 만큼 내가 괜찮은 녀석이란 건가 하는 생각에 기뻐해야 할지.
본인과의 인연은 단 한번의 상상도 없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슬퍼해야 하는 것인지 아이러니 하다.
마음의 머리끄덩이를 잡는다. 명치에 주먹을 '푹푹'
마음은 잠을 재우고, 술잔은 채운다.
돌아가는 방향이 같은 너와 나는 어느세 택시안 옆자리.
술취한 너를 먼저 밀어 넣고, XX동이요 외치는 익숙한 우리모습.
변하지 않는 모습에 좋으면서도, 변하지 않는 위치에 우리가 싫다.
"하.. 그래도 이럴때 친구가 있어서 좋다. 진짜..."
"술 냄새 난다. 말하지마라.."
"이씨.."
친구가 있음이여 너는 좋지만, 나는 그것을 유지해야만 함이여 힘이든다.
십 년의 우정을 변질시킬수도 있는 변절자가 될 용기도 없다.
너를 잃게될 수도 있는 상실감 보다, 이 관계에 대한 나의 성실함이 더 낫지 싶다.
너를 집으로 바래다 주고, 아주머니께 인사를 한다.
야 이놈아, 네가 먹어야 할 야단을 왜 내가 먹어야 하냐?
그래도 나를 보는 아주머니의 눈에 안심이 서려있어 그게 좋다.
현관을 나서며 너가 있는 방에 불이 켜짐을 본다.
나는 마치 회전목마를 탄 어린아이처럼 자꾸 뒤를 돌아본다.
그러면 너는 어김없이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 주니까.
나쁜 지지배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어야 내 마음이 시들시들해지 않겠니.
그러면 나는 또 고백이라는 것 한 번쯤은 할까, 말까 고민을 하게 돼
-세월호 영원히 기억합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