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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폐아입니다.
화가 난다든지 기분이 불안하면 입술을 깨물거나 머리카락을 뜯어냅니다.
아무거나 손에 닿는 대로 던지기도하고, 머리를 바닥이나 벽에 박는 자해행위도 합니다.
쓸데없는 말과 의미 없는 소리를 혼자서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런 나를 자폐아라고 했습니다.
담배를 피우냐구요?
아니요, 나는 단 한번도 담배를 피워 본적이 없답니다.
그럼 팔의 화상은 어떻게 된 거냐구요?
후후~ 이런걸 담배방이라고 한다지요?
어쩐지 철도 같지 않나요?
이렇게 두 줄로, 나란히 길게 되어있잖아요.
제 허벅지를 보여 달라구요?
이건 언제, 어떻게 생긴 화상이냐구요?
자세히 안 봐도 알 수 있을텐데요, 이건 다리미 자국이잖아요.
어릴 때부터 만들어진 건데, 자랄수록 이것도 같이 커지더라구요.
악! 만지지 말아요, 만지는 건 싫어요!
난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았어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당신들이 알기나 하겠어요?
그 차트와 진단서들이요?
그렇군요, 그것만이 당신들의 명확한 증거와 자료가 될 수 있겠군요.
하지만 당신들은 이걸 아셔야만 해요.
진실이 언제까지나 안전하게 포장될 수는 없다는 것을...
- BOHEMIAN RHAPSODY 中 -
Mama just killed a man,
엄마, 나 방금 사람을 하나 죽였어요.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
그 사람 머리에다가 총을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겨 사람을 죽였어요. 그 사람 지금 죽었어요.
Mama, life had just begun,
엄마, 내 인생은 이제 막 시작했는데,
But now I've gone and thrown it all away.
근데 나는 이제 그 모든 걸 놓아 버린 거에요.
Mama, ooh, Didn't mean to make you cry,
아, 엄마. 엄마를 울게 만들려 했던 건 아니었어요.
Too late, my time has come,
너무 늦었어. 내게 주어진 시간이 다 되어가니까,
Sends shivers down my spine, body's aching all the time.
내 등줄기를 따라 전율이 흐르고, 온몸이 항상 쑤시고 아프네.
Goodbye, ev'rybody, I've got to go,
모두들, 잘 있어요. 나 이제 가야 해요.
Gotta leave you all behind and face the truth.
이 모든 걸 내 뒤로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해요.
Mama, ooh, I don't want to die,
아, 엄마. 나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I sometimes wish I'd never been born at all.
나 가끔은 내가 아주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더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그래요, 내 소망처럼, 그녀의 말처럼,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하지만, 내가 태어난 건, 내 뜻도 아니었고 그녀가 저주했던 어떤 남자의 의도도 아니었다구요!
어쨌든, 그녀는 날 제멋대로 낳았고, 제멋대로 날 유린했어요.
끝없이 나를 찢기고, 태우고, 짓밟았지요.
물론, 그녀가 내게 행했던 가해들은 전부 내 손에 의한 자해로 포장되었어요.
언제부터 시작이었는지 기억하지도 못해요.
아마도 내 인생이 시작된 때였겠지요.
후후~ 끔찍하게도 그 몸서리치는 고통을 알고, 익숙해지기까지는 십 년도 넘게 걸리더군요.
그러자, 머리를 벽에 박는 것도, 이 팔목에 있는 수많은 칼부림도 혼자서 할 수가 있게 되었어요.
참 이상하지 않아요?
그 끔찍한 고통을 내가 직접 저지르다니...
그랬어요, 그랬어요, 난 그랬어요!
난 그렇게 살지도 죽지도 못했다구요!
그렇게 보지 말아요.
살려달라고, 그만 하라고, 수없이 기도하고 수없이 애원하고 수없이 매달렸어요.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 처절한 절규는 그녀의 행위를 고무시킬 뿐이었지요.
자, 이젠 당신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상황을 얘기해볼게요.
우발적이었지만 어쩌면 나는 치밀했는지도 몰라요.
그 날은 병원에 갔었더랬지요.
가장 최근 차트를 참고하면 될 거에요.
아, 저기, 그때 진료했던 담당의가 계시군요.
그 날 새벽, 그녀가 잠든 사이에, 난 유리컵을 깨서 내 손목에 박아두었지요.
제발 끝이길 바라면서, 내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잠이 들었답니다.
선생님은 기억하시지요?
그녀는 저 선생님을 붙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을 했었지요.
살려달라고, 제발 저를 살려달라면서 울고 또 울었었지요.
혼미한 정신이었음에도 난 그녀의 가증을 똑똑히 기억해요.
후후~ 차라리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어쨌든, 그 날은 왼쪽팔목을 아홉 바늘 꿰매고, 아무 일 없듯이 집으로 왔었지요.
기가 막히게도 그녀는 내가 자해나 자살기도를 할 때면, 미친 듯이 펄펄뛰었지요.
마치 자기영역에 침범이라도 했듯이, 자기만의 유희를 빼앗기라도 했듯이...
역시나, 집으로 오자마자, 그녀는 나를 욕실로 밀어 넣더니 밟기 시작했어요.
욕실은 바닥도 단단하고, 피가 아무리 흘러도 샤워기로 금방 씻어낼 수 있기 때문에,
때리기에도, 맞기에도, 그녀와 나에겐 가장 적절한 장소였지요.
당연히, 채 붙지도 않은 실밥이 전부 터져 버렸어요.
피가 욕실바닥을 흥건히 적시자 그녀는 짜증을 내면서 붕대로 팔목을 감아주었어요.
그녀가 나가고, 나는 욕조 안으로 기어 들어가서 잠을 조금 잤어요.
피를 많이 흘린 탓인지, 심한 갈증을 느끼면서 잠에서 깼는데, 욕실 문이 열려있었어요.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욕실은 잠금 장치가 밖으로 되어있답니다.
그 날은 그녀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문을 잠궈 놓는걸 아마도 깜빡했었나 봐요.
희미한 불빛이 좁은 틈새로 새어나왔지요.
나는 조심조심 일어나서 거실로 나왔어요.
그녀가 소파 위에서 말끔한 얼굴로 잠들어 있더군요.
그녀는 나를 재울 명목으로 처방 받은 수면제를 자신이 먹곤 했었지요.
곤하게 자고 있는 그 모습을 보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 그녀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눈물을 닦아내려고 손을 올리는데, 그때, 팔목을 감쌌던 붕대가 힘없이 풀어져버렸어요.
그때, 붕대를 주어 올리려는데, 그때, 내 다리는 그녀에게 가고 있었어요.
정신을 차린 건, 그녀의 얼굴이 피로 물든 걸 보았을 때였어요.
붕대가 그녀의 목에 휘감겨있었고, 힘을 세게 준 탓인지 지혈되었던 팔목의 피가 그녀의 얼굴위로 흐르고 있었지요.
그 다음 상황은 다들 아시겠지요?
난 아마도 정신질환의 패륜아로 매스컴에 대서특필되었겠지요.
그래요, 여기까지에요.
그렇게 나를 보지 말아요...
그건 존엄한 생명체에게나 보내는 시선이잖아요.
나를 보세요, 똑똑히 보세요!
난 살아있는 게 아니었다구요!
당신들은 아직도 내가 살아 있는 걸로 보이나요?
정말 그렇게 보이나요?
천만에, 나는 살아있지 않았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살 수 없을거에요.
그렇게 나를 보지 말아요!
이제 그만, 끝내줄래요?
피곤해요! 쉬고 싶다구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나는 너무 피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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