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포메일 시절부터 오유 했지만 로그인도 잘 안하는 눈팅족이 이번 지뢰사건 관련해서 너무 답답해서 글 올립니다.
비싼 소고기에 술 잘먹고 무한 귀소본능으로 집에 잘 들어와서 뭐하러 새벽에 이 길어질것만같은 글을 쓰는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저는 이번 지뢰 사건있었던 지역에서 간부로 있었던 사람입니다.
전역한지는 5년되었지만 망할 *사단이 자대에서 예비군 받는 시범부대로 선정되었다는 믿지못할 소식에
예비군 2년차부터 근무했었던 **연대로 소환당했었습니다.
같이 근무했던 여러 간부들 아직 그 부대에 계시고 올해도 2달전쯤 예비군가서 인사 잘 드리고 왔었네요...
아침에 출근해서 담배한대 피고 자리에서 자연스레 뉴스먼저 검색해보는데 지뢰가 터졌다고....
근데 전 수사단장님 얼굴이랑 이름이 눈에 확 들어오더이다
국방부 수사단장 안영호 준장
저 군에 있을때 연대장님이었습니다. 제 전역신고도 받으신 분인데 이렇게 다시 뵈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파주지역이라길래 혹시나 싶어서 같이 근무했던 부대사람들에게 연락하니 제가 있던 그 부대에서 있었던 일이 맞다고 하네요
그나저나 안영호 준장님은 본인이 지휘했던 연대 섹터에 믿기 힘든 사고가 났는데
그 사고의 수사 총책임자로 다시 내려오는 그 기분은 어땠을지 참..
각설하고 시사계 글을 쭉 읽다보니 뭔가 미심쩍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참 많더라구요
경계의 실패라고 말씀하시는분들 부터 북풍의심까지...
술을 좀 먹었긴 했지만 남산가기는 싫다는 방어본능에 이것저것 많이 적지못하고 글이 좀 두서가 없더라도
제가 무슨말을 하고 싶은건지 군대다녀오신 분들 특히 GOP나 전방 수색대대 GP 투입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실꺼라고 믿습니다.
몇가지 정리해보면..
** 위치
지금 사고난 지점은 추진철책 통문입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북한군이 우리 GP 출입문까지 접근해서 지뢰 설치하고 도망간거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사실 이 추진 철책은
아군 GP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진정한 의미의 최 전방 철조망입니다.
뉴스에도 정확히 몇 GP 근처인지는 못봤고 보안때문에부대사람들하고 통화할때도 못물어봤었지만 일반적으로 GP에서 사람이 경계근무선다고
잘 볼수있고 하는 지역은 아닙니다.
** 초병의 잘못인가?
물론 군은 결과로 보여지는 조직이라 경계근무에 실패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이 문제는 '경계 시스템'에 대해 먼저 논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인원은 적은데 살펴보아야 하는 지역은 속된말로 X나 넓은게 사실이지요.
처음부터 불가능한 임무를 줘 놓고 그걸 못했다고 책임을 묻는건...
그것도 나라의 최전방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그런식으로 관리한다는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뉴스에 안나올 뿐이지 노크 귀순..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닙니다. 제 기억에 예전 청문회때 김광진 의원님이 들쳐내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아직도 별다른 개선점이 없이 일선 장병들만 몇푼 안되는 생명수당 받으면서 목숨걸로 위험지역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사각지대 CCTV 설치를 한다느니 감시장비를 늘린다느니 말로만 그럴듯하게 넘어가놓고 별다른 개선점이 없는게 현실입니다.
** 감시장비 만능설
언론에 나온 TOD화면입니다. 일부러 어둡게 조작하거나 한게 아니라 진짜 저렇게 보입니다.
저 화면에 철책선 밖의 수풀에서 북한군이 기어 와서 철책에 지뢰를 설치하는게 감지가 쉬울꺼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실제로 저 부대엔 TOD외에 포병부대에서 지원받은 타***라던지 스*** 라던지 하는 관찰장비가 항시 DMZ내 주요 관측지역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GOP 대대 OP-연대-사단-그 위 상급부대까지 같이 보고있지요. 저도 많이 봤었습니다.
혹자는 학대해서 보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는데... 저 사진은 한대의 TOD에 배정된 관측 할당지역의 정말 일부분 지역입니다.
당장 사진만 봐도 사람한명 구분할 수 있을정도로 확대를 한다면 사진상 철책 왼쪽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화면을 돌리는데 시간이 오래걸릴꺼라고 딱 보이실껍니다. 그리고 왼쪽끝을 확대해서 보면 오른쪽 끝이 관측이 전혀 안되지요. 무턱대고 확대해서 보면되지 않냐라고 말씀하시기 전에 생각을 좀 해보셨음 합니다. 그리고 이미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셨듯이 365일 연중무휴로 쉬는시간없이 계속 돌리는게 아니라 운용시간이란게 있기도 하고
날씨가 안좋으면 관측이 아예 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관측장비는 만능이 아닙니다. 다만 경계의 효율성을 조금 높여주는 역할을 할 뿐이지요
** 자작극
저기가 어디냐.. 진정한 의미의 최전방인 GP 추진철책입니다. 내가 지금 당장 GP에 투입되어 있다고 해도 추진철책까지 가는게
후방부대 생활관에서 PX 가는것마냥 활동복에 슬리퍼신고 갈수 있는 그런곳이 아닙니다.
임진강 건너는 순간부터 이동동선이 실시간으로 보고되고, GOP 통문을 통과하는것 자체가 하나의 작전으로 인식되고, GP를 거쳐 도착해야되는 저 곳을 아무도 모르게 가서 목함지뢰를 묻는다고요??
단 하나의 가정을 세우자면 자기들이 지뢰 묻고 자기들이 가서 밟는 경우입니다... 외부인의 비밀스런 투입은 절대 있을 수 없는곳입니다.
그 통문을 계속 왔다갔다 했을텐데 왜 이제야 터지느냐라고 도 말씀하시는데.. 수색작전의 루트는 계속 바뀌는게 상식이지요
에고 여기까지 쓸렵니다
아침에 회의있어서 일찍일어나야되는데 새벽에 뭐하는짓인지 모르겠네요
더 하고싶은 얘기는 많은데...
혹시나 더 궁금하신사항 있으시면 댓글루 문의 주세요 아는만큼 최대한 말씀드리겠습니다. 남산 끌려가지 않는 한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