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실은 왕따라서 친구가 없습니다...
아, 화내지 마세요.
장난이니까.
위의 문장만 보고 낚시글인줄 알고 뒤로 가기를 누르면 곤란해요.
실은 제가 왕따처럼 보여도 친구는 있습니다.
저랑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죠.
단짝이냐구요?
하하, 쑥쓰럽게 그런 단어까지 쓸 것 까지야.
아, 이야기를 시작해야겠죠?
친구를 A라고 할게요.
음...제 친구는 옛날부터 좀 유별난 녀석이었어요.
뭐랄까...이상한 거에 흥미를 가졌다고 해야할까?
그래요. 오컬트.
오컬트에 강한 흥미를 느끼는 녀석이었죠.
그런데 하필 그 취미를 어렸을 때부터 가진 게 문제였을까요?
초등학교 때 그 녀석의 취미를 알아낸 못된 녀석들이 A를 왕따시키기 시작했어요.
일본에선 이지메라고 그러죠?
이야...그게 얼마나 지독했는지.
처음에는 아무도 모르게 학교 뒤로 불러내서 돈을 뺏고, 협박 좀 하고 그러던 게 나중에 가서는 점점 확대가 되고, 반 전체가 왕따시키기 시작했어요.
아, 선생한테 상담은 안했냐구요?
A도 당연히 그 생각을 했어요.
담임한테 당연히 상담을 했죠.
그런데 단 둘이 한 그 상담 내용을...이야.
다음날 선생이 반 아이들한테 말하더라구요?
그때 A 그 녀석의 얼굴은 정말...엄청났을 겁니다.
특히 마지막.
약한 애 왕따시키지 말고 사이좋게 놀아라-
그 말이 참...
그게 안되니까 왕따를 당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제 생각으론, 그 선생은 '저는 이런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후에 해결된 줄 알았습니다' 라고 말할 변명거리를 만든 거라 생각됩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상각하지 않나요?
아...글 쓰는게 좀 힘드네요. 짧게 쓰려고 했는데 의외로 길어지고 있어요.
아, 그래도 지루해하지 말아주세요. 아직 얘기는 시작도 안했으니까.
그 사건 이후로 아이들은 더 음성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죠.
그 게임 아시나요?
담력 시험의 일환이었는데, 손바닥을 쫙 펴고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 뾰족한 걸 빠르게 꽂는 놀이...
그 뾰족한 것이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를 왕복하는 것을 보며 스릴을 느끼는 그 담력 시험.
아시죠?
세상에.
반 아이들이 그걸 A 손으로 한거에요.
뭘로 했냐구요?
샤프? 자? 컴퍼스?
그것도 끔찍하지만...
무려 송곳으로 하더군요.
그것도 화장실에 굴러다니던 송곳을.
반 아이들은 울부짖으며 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A를 비웃으며 그걸 했고, 송곳은 그 녀석의 손가락을 두 번이나 찍었죠.
근데...송곳이 오염된 송곳이었어요.
그 녀석은 오른손 검지 손가락과 중지 손가락을 못쓰게 되었고, 오른손 자체의 움직임도 매우 부자연스러워졌죠.
반 아이들 때문에 졸지에 장애인이 된겁니다.
그리고 그 지경에 이르자 학교는 난리가 났죠.
그런데 여기서 더 웃긴 일이 일어나요.
거 아이들이 크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 아닙니까-
이 마법의 문장이 누구 입에서 나왔냐구요?
가해자 부모? 선생?
아니요.
교감 입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상황은 원만하게 해결되었습니다.
제 친구는 송곳으로 직접 찌른 녀석들한테 치료비 몇 푼 받고 끝나고, 그 녀석들은 면죄부를 얻었죠.
아, 왕따 가해자들이 처벌은 받았냐구요?
아니요.
정학? 전학?
그런 거 없이 무사히, 행복하게 반 애들이랑 놀면서 지냈습니다.
아, 그럼 그 A는 어떻게 됐냐구요?
반 애들이 A가 껄끄러운지 없는 사람 취급하더군요.
그러고도 참는 A가 호구같다구요?
하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세요.
성질이 너무 급하신 거 아니에요?
A는 반 애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비밀스럽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오컬트의 지식을 이용하기 시작했죠.
밀짚 인형을 이용한 축시의 저주.
닭 피와 인형을 이용한 서양의 저주.
강령술을 이용한 저주.
심지어 악마 소환까지 했어요. 제물까지 바쳐가면서.
그런데...알잖아요?
그런거 효과 없는거.
하하.
공포 게시판이라서 귀신이나 악마가 나타나서 복수해주길 기대한 건 아니죠?
A는 절망했죠.
그런데.
기회가 찾아온 거에요!
귀신이나 악마는 아닌데, 그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그 녀석이 사는 지역에 아동 연쇄 유괴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거죠.
A는 그걸 듣고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건 최고의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면 난 앞으로 복수를 할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하하. 초등학생이 생각할만한 건 아니죠?
하지만 그 녀석은 악에 받쳐 있었어요.
아, 그래서 어떻게 됐냐구요?
A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철저하게.
필기를 하면서 세우면 어디서 새어나갈지 모르니까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고물들을 뒤져서 흉기를 만들어내고, 몇몇 장소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죠.
그리고, 계획을 실행했어요.
자신을 괴롭히는 데 주동했고, 가장 먼저 자신을 괴롭혔으며, 자신의 오른손을 못쓰게 만든 세 사람.
그 녀석들을 타겟으로 잡아서요.
A는 그 녀석들이 학교 근처 뒷산에 사슴벌레를 잡는다고 들어가자 계획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었어요.
A는 몰래 그 녀석들의 뒤를 밟고, 녀석들이 따로따로 떨어지기를 기다리곤...
흉기로 퍽.
그 녀석이 증오를 품으며 만든 흉기는 녀석들의 목숨을 정말 손쉽게 끊어놓았죠.
그리고 A는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다가 녀석들을 집어넣고 흙으로 덮었어요.
근데 중요한 거 하나.
여기서 그 녀석의 영악함을 볼 수 있어요.
인간이 증오에 차면 얼마나 똑똑해질 수 있는가를 볼 수 있는 포인트!
A는 시체를 묻고, 그 위에다가 얼마 전 투견장에서 죽은 커다란 도사견을 놓았죠.
그리고 묻은 다음, 작은 돌무덤을 만들고 그 위에 도사견의 목걸이를 걸어놓았어요.
거기다가 꽃까지 몇 송이 꺾어서 돌무덤에다가 가져다 놓았죠.
누가 봐도 개의 무덤이죠?
아 그 후에 어떻게 됐냐구요?
당연히 난리가 났죠.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근데 A가 워낙 철저하게 해놔서 그런지 시체는 찾지 못했습니다.
돌무덤이 의심스럽다고 하면서 조사도 해봤지만...
나온 건 개 시체.
그 시점에서 거길 조사하는 건 그만두더라구요.
그리고 A는 무사히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뭐, 무시 당하는 게 기분 나빴지만 적어도 괴롭힘 당하는 것보다는 편했으니, '무사히' 란 표현이 맞는거겠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그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종결이 나고, A는 공소시효가 지나서 자수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끔찍하다구요?
뭐...그럴 수도 있겠네요.
누가 끔찍하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시간이 지나서 A를 괴롭혔던 반 애들이 초등학교 동창회를 열었어요.
그리고 뻔뻔하게도 A에게도 초대장을 보냈죠.
물론 A는 당연히 거절했구요.
그런 놈들을 만나는 게 뭐가 좋겠어요?
그 시간에 컴퓨터 게임을 하고 말지.
그 동창회 때, 반 애들이 다 죽어버린 거에요.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나쁘다고 해야할까.
그 동네에 연쇄 방화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그 동창회 건물에 불을 질러버린 겁니다.
연쇄 방화범이 누군진 몰라도 A에게는 기쁜 일이었죠.
아, 거기다가 놀랍게도 그 동창회에 지금은 퇴직한...당시 담임, 교감, 교장이 와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뭐 다른 선생들도 몇몇 있었다곤 하는데, 그건 별로 관심이 없어서요.
그 방화범 덕분에 A 녀석의 어린 시절을 악몽으로 만든 주범들이 다 타죽은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다는 작열통 속에서, 끔찍하게요.
하하. 이걸로 이야기는 끝입니다.
뭐...시간 때우기로는 나쁘지 않으셨죠?
아, 궁금한 게 있는 눈치네요. 제가 뭔지 맞춰볼까요?
그 사건도 미제 사건으로 끝났냐!
이게 궁금한거죠?
A의 동창들이 다 타죽은 그 사건은 얼마 전에 일어난거라서요.
미제 사건으로 끝나려면 한참 멀었어요. 잡히면 바로 실형을 받게 될걸요?
뭐...증거도 없으니 범인이 잡힐 것 같진 않지만요.
이상.
제 친구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