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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백일장] 그 친구, 나쁜
게시물ID : readers_211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눕겠습니다
추천 : 3
조회수 : 26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8/10 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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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재밌다.
오래보아야
흥이 나온다.
책게도 그렇다.
(풀꽃/나태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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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부터 함께한 친구가 있다.
붙어있지않은 적이 없을 정도였으니
항상 같이 있어그런지 싫진 않았다.

조금 머리가 크고서 주위에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을땐 늦어 있었다.
재수없어, 더러워, 가까이 가기싫어
저항할줄 몰랐고 겁만 났었던 나는
행여 부모님께 걱정이라도 끼칠까
조용히 깊숙하게 묻어 둘 뿐이었다.

그러자 그 시간은 더욱 길어져 나와
함께있는 사람은 늘 붙어있던 녀석,
녀석 밖에는 내 주위에 오지 않았다.

그때, 녀석이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다 너때문이야, 왜 넌 잘 하지 못해.
어떻게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어
듣기싫었지만 들을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이상해짐을 눈치를 채셨을때
나는 더할 나위 없이 불쌍한, 아이.
혼자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
정신차려라, 생각은 하고 사는 거야?
다른 사람은 벌써 제 앞가림을 다해.

너는 언제- 타인의 시선이 잠들 때쯤
녀석은 가시를 두르고 날 껴안았다.
넌 게을러, 넌 원래 그랬지, 안그래?
그말에 부정하려던 답은 먹어버린다
불평만 하는 쓰레기, 일어나려고도
하지않는 멍청이, 너를 창피해할거야.

조금 더, 조금 더 머리가 커서 아무도
이것 해, 저것 해 하는 이가 없을때
손발에 실이 묶인채로 끌려 다니던
나는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혼자 울며, 미끄러져 내려가 숨을,
그대로 내 눈물에, 삶에 죽어 갈때
녀석이 가슴을 치며 말을 걸어 왔다.

왜 말하지 않았어, 여기 있다는 것을
왜 말하지 않았어, 외톨인 싫은 것을
왜 말하지 않았어, 참긴 힘들은 그것

그제서야 나는 고개를 들어 널 봤다.
너는 내 손을 꽈악 잡고서는, 울었다.

아무리 외쳐도 내가 들어주지 않아
너는 그렇게 말을 할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말해도 나는 알아주지 않아
너는 그렇게 나의 탓을 할 수 밖에.

그게 내가 할 수있었던 최선이었다.
나를 탓하지 않으면 일어났던 일이
억울하고 분하고 열이 치밀어 올라
울고 화내고 소리치며 휘두를 밖에.

그제야 나는 깊숙하게 너를 이해했다.
너를 보지 않았던 나를 포기하지않은
네게 감사하고, 대견하고, 감사했다.

울고 있는 너의 손을 나도 맞잡았다.
붙어있는 게 아니라 함께, 하자고.
나는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었으며
너는 혼자가 아니라도 혼자 있으며
우리는 언제나 항상 함께 있어왔다.
너와 나는, 나와 너는,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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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구석 짜디 짠 물이 젖어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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