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음슴체임을 경고함. 그리고 글쓴이의 되다만 드립들이 글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으니 다리미를 옆에 두고 읽기를 권함. 높은 확률로 글쓴이보다 나이가 많으실 여러 오유저 분들께 점핑큰절로 사죄함. 이제 그만 글을 시작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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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사실 몇 달~일 년 전에 일어났던 일임.
먼저 작성자 소개를 하자면 본인은 엄마와 5살 짜리 늦둥이 동생과 함께 외국에서 공부를 하는 유학생임.
그리고 이 이야기는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오는 공항에서 있었던 일임.
외국에서 한국에 돌아오는 날은 항상 매우 복잡하고 피곤함.
왜냐하면 첫번째로는 비행기표가 항상 새벽발이고, 두번째로는 줄이 엄청 길어서 일찍 가야 하고, 세번째로는 엄마가 항상 한 사람에 거대한 짐가방 두 개를 할당하시고 그걸 가득가득 채워 가시기 때문임.
그래서 항상 엄청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 함.
공항이 집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라서 가는 길에 눈을 붙일 수야 있지만 거기에는 잠의 질이 다르다는 불편한 사실이 있음.
게다가 본인은 굉장히 자는 걸 좋아함.
심지어 친구와 사람은 자기 위해 깨어있다는 내용으로 토론을 해본 적도 있음..
장거리 비행에서는 항상 꿀잠을 자고, 비행기에 타면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이 베개와 담요일 정도임.
한 번은 스트레이트로 48시간을 자본 적도 있음.
한마디로 그날은 잠이 부족해서 굉장히 신경질적인 상태였음.
게다가 그 때 아프기까지 했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타국에서 아프면 엄청 신경이 날카로워짐. (무시하는 발언은 아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짐을 다 부치고 출국심사를 받기 위해 2층으로 올라와 보니 세상에서 가장 긴 줄이 있었음.
과장없이 그 넓은 심사국 입구 앞을 가득 채우고 에스컬레이터 앞까지 줄이 밀려와 있었음.
결국 줄이 너무 길어서 내가 먼저 줄을 서 있고 엄마가 내 여권을 가지고 출국서류를 작성하시고 따라오시기로 했음.
근데 거의 다 왔는데도 엄마가 여권을 들고 따라오시지를 않았음.
결국 끝까지 다 와서 직원들에 의해 나는 줄에서 쫓겨나고 말았음.
그래서 씩씩대며 줄 끝으로 돌아갔는데 줄은 이미 몇번이나 더 구부러지게 길어졌고 엄마는 아직도 서류를 못 끝내셨음.
댐 잇. 세상은 내게 작정하고 시련을 얹어주고 있었음.
일이 더이상 나빠질 수는 없을 것 같았음.
그러나 금방 나는 세상일은 그렇게 쉽게 단정지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음.
그 일 후로 나는 가능성이라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없음.
상황은 기어코 악화되고야 말았음.
그 복잡한 공항속에서 동생을 잃어버리고 말은 것임.
진짜 동생을 그런 인파 속에서 잃어버리는 것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그 심경을 앎.
사실 팔불출은 아니지만 내 동생은 진짜 똑똑함.
4살 주제에 말을 조리있게 하고 아주 똑 부러짐.
게다가 영어도 어느정도 할 줄 알아서 솔직히 동생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는 크으은 걱정은 없었음.
본인도 6살 정도로 어렸을 적에 서울랜드에서 가족을 잃어버리고 근처 모자장수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지나가던 여대생 언니의 폰을 빌려서 가족의 품에 돌아간 기억이 있었음.
(참고로 이 자리를 빌어 지난 십몇년동안 전하지 못한 감사를 보내고 싶음.
언니, 그 때 그 폰 빌려줘서 고마워요.
엄청 당황했을 텐데도 모르는 꼬맹이가 하는 말들을 다 믿어주는 모습 참 예뻤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돼요.
세상이 너무 험악해졌으니까요.
특히 훤칠한 훈남이 폰을 빌려달라고 하면 그건 백퍼센트 오징어 사냥이니까 조심해요.)
내가 진짜 걱정한 것은 악의적인 유괴였음.
동생을 찾아다니는 내내 머릿속에 왔다가는 생각은 두 가지 뿐이었음.
이 놈을 찾으면 엉덩이를 카와이하게 별모양으로 때려주겠다는 악마의 생각과 내 새끼를 찾으면 꼭 껴안아주리라는 천사의 생각이었음.
결국 기념품 가게 앞에서 양인형을 보면서 가만히 서있는 녀석을 발견했을 때 내 안의 두 초자연적 존재는 한가지 결론으로 도달했음.
결국 나는 그녀석을 안아들고 그녀석이 바라보던 양인형으로 기저귀 찬 통통한 엉덩이를 뚜쉬뚜쉬 팼음.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그냥 평범한 멘붕썰임.
그리고 나는 많은 징징어분들께 멘붕게로 쫓겨날 것임.
사이다는 여기서부터 시작됨.
동생을 체포해서 묵비권을 강요하며 엄마한테 돌아와보니 왓더, 줄은 말도 안되게 길어져서 다시 입구쪽으로 돌아가고 있었음.
다만 줄 앞쪽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사람들은 입구를 바라보고 나는 입구를 등지고 있었음.
젠장. 저 자리가 내자리였어야 함.
나는 앞쪽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질투를 불태우고 있었음.
근데 우리 줄 앞에 짐을 바리바리 들고있는 인도여자 두 명과 중국남자 한 명이 새치기를 해서 끼어들었음.
? 뭐지.
참고로 나는 극한의 평화주의자임.
그래서 아무래도 긴 줄의 끝이니까 어디가 끝인지 조금 혼란스러워서 헷갈린 줄 알고 느긋하게 그 사람들이 알아서 뒤로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음.
그 사이에 내 뒤에는 착착 착실하게 사람들이 쌓이고 있었음.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새치기를 했다는 사실이 명확해지기 시작함.
줄 끝이 거기가 아니라고 사람들이 다 눈치를 주는데도 그 치들은 엄청난 양의 자기네 짐을 가다듬고만 있었음.
그동안 조금씩 쌓여왔던 분노가 마침내 터졌음.
나는 그 사람들에게 가서 당신들이 새치기를 하고 있으며 그것이 나를 포함한 정직하게 줄을 서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말을 함.
그랬더니 그사람들이 줄 끝이 여기라고 착각해서 그렇다고 대답해옴.
구라였음.
나는 분명 객관적으로 누구든지 내가 줄을 서있음을 알 수 있을만한 간격 안에 서 있었고, 그 사실은 내 뒤로 몇 사람이 더 서 있었다는 것으로 증명이 되었음.
그러나 관대한 나는 한 번더 기회를 주기로 하고 그렇다면 빨리 뒤로 가라고 함.
그랬더니 그네들이 급한 상황이어서, 표 시간이 늦어서 그랬다고 대답해 옴.
구라였음.
말이 바뀐 데다가 표시간이 급하면 공항 내의 승무원에게 비행기를 잡아줄 수 있겠냐고 묻고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야지 줄 끝 몇사람보다 먼저 출국심사를 받는다고 될 일이 아님.
게다가 그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에서 새치기를 하는 데까지 뛰지 않고 매우 자연스러웠음.
2연뻥에 나는 빡이 칠 대로 쳤음.
그래서 좀 거칠게 말하기 시작함.
당신들이 늦었다면 그 것은 당신들의 잘못이요,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당신을 이해할 의무가 없다.
만일 당신들이 그 잘못에 대해 이해와 도움을 받고 싶었다면 그것은 상대방이 배려하는 것이지, 상대방의 의무가 아니다.
그러므로 당신들의 비행기표가 걱정이 될 시 당신들을 돕는 것이 의무인 사람들을 찾아가라.
그게 아니라면 당장 뒤로가서 서라.
그 때쯤 되자 그 사람들도 내가 얼마나 빡쳤는지,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알아차린 듯 그렇다면 그들이 내 뒤로 서겠다고 말했음.
싫음.
내가 애초에 한 자리 밀려났다고 화낼 거였으면 아무리 그동안 기분나쁜 상태였어도 그 화를 참았을 것임.
그래서 나는 만약 당신이 당신에게 밀려날 뒤의 모든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온다면 나는 흔쾌히 앞에 세워주겠다고 말함.
완곡한 거절이었음.
결국 그 사람들은 줄 끝에 가서 섰음.
줄은 그동안 더 늘어서 결국 그사람들은 본전도 못 찾았음.
솔직히 그러면 안되는데 조금 고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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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내가 고소한 것 보니 사이다가 아니고 미숫가루정도 되는 듯. 미숫가루 먹고싶다.. 아무튼 여기까지 읽은 분들 계시면 다시 점핑큰절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