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어디서든 마담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그녀는 네 하는 높은 목소리를 내며 걸어갔다. 아마 그녀도 마담이라는 호칭에 익숙한 모양이다. 그렇담 나도 그녀를 마담이라 불러야 할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훅 하고 진한 향수 냄새가 풍기더니 그녀의 말이 귓가에서 들려왔다. 그녀의 상체 전체가 내 왼팔로 느껴질듯 닿아있었다. 하지만 내겐 그 아찔한 자극보다 그녀에 대한 호칭 문제가 더 궁금했다.
"마담... 입니까?"
"네? 아, 네. 마담이라고들 부르시더라구요"
그녀는 반달 눈웃음을 지으며 호호 웃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결혼 하셨습니까?"
"...결혼 한 것처럼 보이나요?"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 물어보는 것이긴 합니다"
"글쎄... 아직 미혼이긴 해요."
"그런데 마담...입니까?"
"음...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 그렇겠죠?"
마담은 유부녀에게 붙이는 호칭이 아니었나 하고 중얼거리자 그 소릴 들은 모양인지 그녀는 쿡쿡거리며 웃었다.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마드모아젤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 겁니까?"
"마드모아젤??"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나는 괜히 찔끔해서 그녀의 눈을 피했다.
"아, 하긴 프랑스에선 마드모아젤이란 말을 차별적 표현이라 금지했다고 듣긴 했습니다. 그럼 마담이라 부르는 게 맞군요."
"네??? 호호호, 아하하하하하하!"
그녀는 자신의 오른손으로 내 어깨를 때리며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눈물까지 흘리며 웃어댔다. 나는 영문을 몰라 이젠 자신의 배를 잡고 웃고있는 그녀를 보며 눈만 꿈벅거리고 있었다.
"아하하, 여태 그걸 생각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녀는 겨우 진정이 된 모양이지만 여전히 웃음기가 남아있는 얼굴이었다. 여자들은 잘 웃는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다.
"음... 제가 당신을 부르는 호칭이 마땅치 않아서 그랬습니다."
그녀는 미소띤 얼굴로 내 눈을 잠시 바라보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주라고 부르세요, 그냥. 전 그게 좋아요."
"은주......"
나는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려 천장을 바라보며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몇 번 읖조려봤지만 왠지 마음에 차지 않았다. 몇 번 더 입밖으로 소리내 봤다. 역시 만족스럽지 않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은주씨라고 부르겠습니다."
"응? 왜요? 거리감 느껴지잖아요."
그녀에게 뭐라 대답해 주려 입을 열었다가 나 스스로도 이 감정을 설명할 수 없음을 깨닫고는 다시 입을 닫았다. 눈을 몇 번 깜박였다가 눈동자를 뒤루룩 굴려보곤 하며 내 감정의 정체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다. 어렵게 찾아낸 답은 나 스스로도 쉽게 납득이 되는 감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 설명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몇 번 큼큼 헛기침을 하고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음... 은주씨라고 부를 때의 그 거리감 때문에 저는 당신을 더 갈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듯 가깝지 않은 그 간극이 저를 더욱 안달나게 하고 목마르게 합니다. 이렇게 가까이 살을 맞대고 있어도 저는 계속 당신을 갈망합니다. 우리 사이에는 아직 메우지 못한 거리가 남아있기 때문에 말이죠."
내 입을 통해 의미를 담은 기호들이 일정한 규칙을 만들며 쏟아져 나오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내가 쏟아낸 그 기호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말해, 난 지금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누구도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해버린 것 같아 조금 부끄러워졌다. 얼굴이 슬쩍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급히 말을 마무리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녀의 쿡하는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촉촉하고 따뜻한, 부드러운.... 감촉이 볼에 닿았다.
출처 |
멍하게 있을 때면 종종 핸드폰 메모장으로 머리에 떠오른 장면을 글로 쓰곤 하는데요.
그러다보니 항상 시작도, 끝도 없는 붕 떠 있는 소설이 나오네요.
내가 뭘 쓰려 한 건지 저 스스로도 모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