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가장한 비글 때문에 어이가 없어져서 음슴체. 


출근해서 오유 눈팅하며 월급 도둑질 하고 있는데 유치원에서 급 전화가 옴.

벨렐렐레~

네~ 어머님~ 잘 지내셨죠~♡ 비글이 유치원인데요~♡♡

애교 낭낭하신 목소리로 원장님께서 친히 전화하심.

전화 받을때 부터 내심장은 이미 1.2kg 1.2kg 두근두근..요동치고 있었음.

어... 안녕하세요. 혹시 비글이가 또 사고쳤나요? ㅡㅡ;; 

7세 비글녀석은 여자도 아닌것이 마법주기마냥 한달에 한번꼴로 사고를 침..쥬륵..

원: 저.. 어머님 사고는 아니고.. 아니 사고랄까... 음.. 혹시 통화 괜찮으시면 전화상담 좀 어떠실까요? 

나: 네~ 당연히 시간 돼요! 혹시 비글이가 친구들하고 싸웠나요? 아님 혹시... 엄마 이야기를 했나요? ㅡㅡ;;

비글이는 남다른 엄마사랑으로 인해 엄마가 고추가 없다는것부터 최근 왁싱으로 인한 털 ㄴ~없...까지 유치원에 알리고 다녔기에..ㅜㅜ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떨면서 전화 받고 있었음.

원: 그게 아니라 저... 비글이가 그...욕...을 쓰는거 같아요.  비글이가 친구에게 욕을 써서 친구랑 좀 다툼이 생겼거든요.

담임샘이랑 원감님이 둘을 따로 교무실 데려가셔서 이야기 하는데 비글이가 계속 욕을 쓰고 있어서요. 그리고 지금 울고 있어서 대화가 잘 안되는것 같아요.  

비글이가 모르고 쓰는거라 생각하는데 그래도...음... 원에서 교육을 잘시켰어야 하는데 이런일로 전화드려서 죄송해요.

??? 나니? 말썽쟁이지만 나쁜말 한번 안하고 살아온 7년 인생 비글이가?

길가다 길냥이보면 인사하는 비글이가? 존댓말을 안해서 그렇지 예쁜말만 골라쓰는 비글이가?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울컥..

나: 원장님 죄송합니다. 오늘 제가 외부강의 나가는 날인데 조금 일찍 나가서 유치원에 들를께요. 죄송합니다.

원: 아뇨.. 어머님 바쁘신데 죄송해요. 혹시 시간 되시면 잠깐 오시는것도 좋겠지만... 바쁘시면... 음...아니 시간 되시면 꼭 좀 와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나란 징어 아들을 잘키우진 않았지만 잘못키웠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우째 이런일이..


남편에게 바로 링요벨 해서 설명하니 남편 반차내고 나온다고 함.

유치원에 도착하니 비글이는 계속 울고 있었고... 난감한 표정의 원장님, 원감님, 담임샘.... 께서 저를 맞이해주심.

비글이에게 울면서 이야기하면 아무도 못알아들으니 일단 울음을 그치고 이야기 하자고 설득.

십여분의 설득 끝에 비글이가 입을 열었음.

편의상 친구 이름은 차카니로..

비: 차카니가 흑..으흑..차카니가 할로윈이 11월이라고 해서 내가 아니라고 말했는데 자꾸 11월이라고 해서 으흑..내가..흑흑..아니라고..

근데 ㅇㅇ쌤이 나보고 예의 바른 사람은 그런말 쓰는거 아니라고..으헝~

원감님도 와서 나 여기로 데려왔는데 그런말 쓰면 안된다고 흑..으흑..


?? 뭐지??

나: 비글이에게 오해가 생긴거야? 그래서 속상한거야? 어떤말을 썼을까? 

 
비: 차카니가 자꾸 십일월이라고 말해서 내가 "시벌이야! 시벌이라고!" 했는데 자꾸 그런말 쓰면 예의 없다고..으흑..


 엄마 진짜 할로윈이 십일월이야? 엄마가 아침에 일곱밤자면 할로윈이랬잖아. 시벌 맞잖아. 으흑..흐규흐규...



 
대화도중 도착한 남편, 원장님 이하 유치원 관계자분들 그리고 나...단체로 벙찜.

시벌...이라니...시월이라고...시벌이 아니고..하...진짜...

담주 할로윈에 과자조공 들어가야 할 분위기임..ㅠㅠ  

비글아...시벌이 아니라 시월이야... 

p.s. 글씨를 못읽어도, 글씨 쓸줄 몰라도 엄마를 무한애정하는 비글이 엄마가 격하게 사랑한다~ 

p.s. 반차내고 나온 남편은 다시 회사에 돌아가기가 민망하여 밀린 설거지를 하러 집으로 간다 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