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침대 일등기업인 에이스 침대가
자기 자신이 침대가 아니라고 부정합니다.
대선과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승리로 이끈
조동원씨의 대표 카피입니다.
잘나가는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터였던 그는
누가 뭐래도 현정권의 일등공신이지요.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새누리로 바꿨으며
당의 기본색깔까지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꾸고 맙니다.
총선에서는 세월호 사태로 위기에 몰린 새누리에게
오히려
억울함 호소의 대명사인 1인 피켓시위를 기획합니다.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길거리 처량 코스프레를 시도한 새누리당 네임드들의 일인시위는
진정성과 지지자들의 집결을 이끌어내어
총선마저 승리로 이끌고 맙니다.
2.
알고보면, 일등의 광고전략만큼 쉬운 것도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순간 임팩트가 터집니다.
그것은 자신감인 동시에 겸손함이니까요.
3등이었던 통신회사가
휴대폰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고 말했다면
"헬~헬~ 헬로우미"라고 비아냥을 들었을 겁니다.
2등이었던 통신회사가
휴대폰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고 말했다면
"쇼를 하냐?"라는 반응이 나왔을겁니다
1등이었던 통신회사가
휴대폰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고 말하자
번호의 자부심으로 느껴집니다.
"새누리당은 파란색이 아닙니다."
"빨간색입니다."
조동원씨의 전략은 들어맞았습니다.
일등의 강한부정은 오히려 강한긍정,
자신감과 혁신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3.
조동원씨같은 홍보전략가를 찾던 문재인 대표는
드디어 손혜원씨를 발탁합니다.
그녀는 영입된지 보름도 안되서
셀프디스 캠페인을 세상에 내놓게 됩니다.
아이디어는 결국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냐 안하냐의 문제입니다.
실행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영입된지 2주만에 이토록
좋은 캠페인을 실행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대단합니다.
(그녀에게 2주일이란 2달보다도 더 긴 시간이었을겁니다.)
4.
손혜원씨는 자신은 브랜드 컨설턴트이고
조동원씨는 카피라이터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쉽게 말하자면
손혜원씨는 디자이너고, 조동원씨는 카피라이터입니다.
손혜원씨는 상품의 로고 디자인과 네이밍을 책임졌었고
조동원씨는 그 상품의 광고전략과 카피라이팅을 책임져왔습니다.
더 쉽게 말해 그림쟁이와 글쟁이의 차이입니다.
물론, 그정도 연륜이면 두분 다 컨설턴트이자 마케터가 맞습니다만
시작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손혜원씨가 참이슬 브랜드 로고를 만든 건 맞지만
참이슬 브랜딩까지 한 것은 아닙니다.
참이슬이 성장한 것은 그녀의 탁월한 브랜드 네이밍도 있지만
그것 하나만이 성공의 요인이 아닙니다.
소주광고 최초로 이영애라는 빅모델을 기용했고
모델 이미지를 차용한 '깨끗함'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냈으며
신문1면 연속개재라는 전략적인 측면도 있었으니까요,
(이 전략은 소주광고하면 당대 최고의 여자모델 기용이라는 클리세가 되고 맙니다)
5.
"한줄도 길다"
메시지의 기본 원칙입니다.
짧을수록 좋습니다.
어느날부턴가, 여당이나 야당이나 회견자리 뒷쪽
벽면을 슬로건으로 채우기 시작합니다.
종이신문은 안봐도 인터넷 신문은 보는 요즘에
인터넷 포털뉴스에 정당 회견사진은 반드시 실리니까
이만큼 좋은 광고매체가 없지요.
올여름, 민생을 걱정하는 새누리당은
이런 슬로건을 내겁니다.
"여름휴가는 우리나라에서"
이 짧은 한마디에는
내수경기를 생각하는 진정성은 엿보입니다.
6.
얼마전, 초유의 국정원 사건이 터졌습니다.
새정연에선 이런 슬로건을 내걸더군요.
"국정원 불법사찰의혹의 진상을 규명합니다"
"국민정보 지키기 위원회"
"국민의 정보인권, 우리당이 지키겠습니다"
세줄입니다.
너무깁니다.
못읽습니다. 안읽힙니다.
게다가 국정원 사건은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밝히는 것입니다.
사건의 본질까지 놓쳤습니다.
6.
손혜원씨는 저렇게 3줄로 정리한 뒤로,
모든 카메라나 매체가 저 3줄을 한 프레임 안에 다 잡아준다고 자랑을 합니다.
죄송하지만
저 3줄은 예쁜 그림은 될지언정 좋은 메시지가 되지는 않습니다.
故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광고를 만들었던 송치복씨도
새누리당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던 조동원씨도 카피라이터인건 우연이 아닙니다.
그들은 메시지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짧은 한줄을 쓰려고
수십년을 보낸 사람들입니다.
이부분은 조금 아쉽습니다.
국정원사건의 본질은 정보인권이 아닙니다.
설사 정보인권이 거시적인 측면에선 본질이라고 지향점일지라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쉽게 반영하진 못합니다.
정보인권보다는 불법감시가 더 쉬운 워딩입니다.
"카톡 훔쳐보지 마세요"
"국정원의 대국민 불법감시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국내경기를 활성화 시킨다는 어려운 말보다는
여름휴가를 국내에서 보내라는 노림수가 더 쉬웠던 것처럼
예를 들면, 이정도로 짧고 쉽게 썼으면 어떨까 아쉬운 대목입니다.
7.
물론, 이정도 일정에 그정도 퀄리티를 뽑아낸것은
그녀의 탁월한 실력입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재 상품의 홍보나 광고와 달리
정치라는 상품의 특수성은 좀 더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상품이 아니라
머리속에 파고들어야 하는 상품이라서
유통기한부터 다르니까요.
생각은 쉽게 휘발됩니다.
정치란 유통기한은 극히 짧은 상품입니다.
셀프디스 캠페인도 훌륭하고,
앞으로 100회까지 이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만,
화제성이나 신선도 측면에선
오히려 총선을 앞두고 한두달 단발성으로 짧고 굵게 진행했으면
더 큰 효과를 불러일으켰을 것입니다.
정치인의 자기반성이란 화두는 그만큼 좋은 컨텐츠인데 반해
정치적인 이슈는 선거를 앞둔 짧은 시간안에만 소비되니까요.
크리스마스 케익 사달라는 캠페인은
머라이어 캐리의 캐롤을 주구장창 틀어대며
12월 한달만 짧고 굵게 해도 충분합니다.
여름부터 한다면 오히려 지겹겠지요.
셀프디스 캠페인을 100명이나 할 인물도 없거니와
디스도 자랑도 아닌 애매모호함은 횟수를 채우기도 전에
지루함에 빠져들 위험이 큽니다.
좋은 카드라면
조금은 숨겨두고
나중에 꺼내는건어떨까 생각됩니다.
8.
일등하는 가수는 노래하다 삑싸리가 나도
실수가 됩니다.
이등하는 가수는 노래하다 삑싸리가 나면
실력이 됩니다.
그만큼 2등은 힘듭니다.
새누리와 새정연의 케이스는 많이 다릅니다.
새정연은 더 힘들고 어려울 것입니다.
미국의 렌트카 회사 1등은 헤르츠입니다.
2등이었던 아비스는 대놓고 2등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2등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를 이용할까요?"
이 캠페인이 나가자 1등 회사인 헤르츠에 쌓였던 고객불만은 한꺼번에 터지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2등회사 아비스에 소비자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계속 고민하다보면
2등에게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9.
누군가를 설득할 때
진심만큼 큰 무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새정연이나 새누리나
국가를 위한 마음가짐이란 같을 것입니다.
누구를 위한 국가냐는 차원에선 다르겠지만요.
여름휴가는 국내에서 보내자는
새누리의 발언이
경기활성화를 생각하는 진실됨으로 보인다면
새정연은
과연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할까요?
어렵게 생각하지 맙시다.
힌트를 드리자면 이런겁니다.
정권심판이라는
타당성(fair)에 얽매이지 말고.
국가발전이라는
신념(faith)에 더 신경을 쓰고.
10.
결론은 늘 똑같습니다.
이를테면 이런거겠지요.
연인 사이에 그녀의 말이 맞다 틀리다라며
타당성만 따지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어딨을까요?
그녀가 속상할 땐,
얘기를 들어줍시다. 안아줍시다.
사랑앞에선
2등이 됩시다.
2등은 그런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