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한달 전쯤 밤 11시 46분의 김경수 사진이다.
첨부한 사진은 내가 찍은 건 아니고 수행하시는 분이 찍었다.
퀄을 보면 알겠지만 홍보용으로 찍은 게 아니고
그냥 아직 퇴근 안했다고 단체방에 올린 거다.
근데 나는 언제가 누구한테 이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 사진을 꼭 소개해야지 하고 냉큼 저장해뒀다.
공식 일정에서 좋은 장비로 솜씨 좋은 사람이 찍어 포토샵으로 닦아놓은,
그러니까 피사체 본인이 카메라가 본인을 찍고 있다는 걸 아는 그런 간지나는
사진으로 소개하면 좋으련만 나는 이 사진이 제일 강렬했다.
설명하지 않으면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는 이 사진이.
지역 축제에 초청 받은 날, 공식 행사가 끝나고 바글바글 했던 사람들이 다 떠난 자리,
행사할 땐 가득했던 즐거운 소란들의 여운이 아지랑이 처럼 휘발해가고,
이제 그것을 정리하는 사람들의 진득한 피로만 깔린 자리
그 자리에 이 사람도 남아, 그 피로들과 함께 한다.
즐거움이 가득한 곳, 사람들이 넘치는 곳, 그 넘치는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곳, 숨구멍까지 잡아낼 수 있는 좋은 카메라들이 빵빵 도는 곳.
이 사람은 그런 곳들에만 주인공처럼 머물다가
흡사 내가 있을 곳은 따로 있다는 양 그렇게 휙 떠나지 않는다.
여럿이 주목하는 이가 없어도, 카메라들이 없어도, 즐거움은 다 지나간 자리,
누군가는 반드시 짊어져야하는 야심한 밤의 피로 옆에도 이 사람은 남아서 끝까지 함께 선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보는 많은 것들은 파편이자 단면이다.
중앙 정치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수많은 소음들은 프레임이다.
사실은 숱한 연출과 그림들 뒤에, 사람들이 잘 볼 수 없는 이런 진짜가 있다.
장면을 포착하려고 대기하는 이가 아무도 없는 '진짜 순간'은 늘 이렇게 흐릿한 법이다.
오늘 선거 시작했다. 그래서 핸드폰에서 이 사진을 꺼낸다.
내 페친들 중 경상남도 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연결은 강하잖아. 몇 다리 거치면 우리 다 위아 프렌드 아니던가요?
여러분이 소문 내주면 경남의 몇 분 정도에게는 닿지 않을까?
보정된 모습 말고, 그냥 핸드폰 카메라로 대충 찍어도 담기는
이 사람의 빛나는 진심이.
항상 건물의 경비실에 찾아들어가 꾸벅 인사를 하고 퇴근하는
이 사람의 됨됨이가.
자기가 머물러야 할 곳이 도지사석이라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들의 피로 옆이라는 것을 잘 아는 이 사람의 진짜 모습이.
페이스북 하헌기님 글 펌
<출처 : 레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