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문 옹호 글 중 이상민의 배신은 괜찮고 최정문의 배신은 왜 안되느냐. 둘 다 똑같은 배신이고, 둘 다 똑같이 게임에서 일어난 일이니 시청자가 비난할 거리가 아니다.
라는 주장이 있어서 저는 그것과는 생각이 다르기에 적어봅니다.
우선 지금 당장 기억나는 이상민의 '배신'이라 칭하시는 것들을 떠올려보겠습니다.
첫번째로, 이상민의 마지막 게임이었던 오늘의 메뉴. 이상민은 첫 라운드에 실수를 합니다. 단 번에 꼴등으로 처집니다. 이에 김경훈이 다가와 도와주겠다 제안합니다. 여기서 이상민은 작전을 세웁니다. 김경훈에게 상자 페이크를 알려주어 1등을 해서 생징을 나눠주게끔 틀을 짜고 실행에 옮깁니다. 김경훈과 비밀연합을 맺은 작전이었지 결코 누군가를 콕집어 데스매치행으로 만든다거나, 함께 작전을 펼치려 연합맺은 사람에 뒤통수를 쳐서 자기 혼자 살고 팀원은 날려버리는 그런 '배신' 따위의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두번째로는 그 전 게임이었던 호러 레이스나 사형수 게임. 호러 레이스에서도 어떤 비밀연합 작전이 있었는지는 기억에 없습니다. 사형수 게임에서는 있었죠. 다수 연합에 속해 있으면서 김경훈과 따로 관계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유정현이 사형수 카드를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결코 팀원들 중 누군가를 데스매치에 보내기 보다 김경훈을 살리기 위한 목적이 더 작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사형수카드를 받아서 탈락후보가 된 유정현조차 이상민이게 한마디 툴툴거리는 것 외에는 뭐라고 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구실이 없기에 말이죠.
무슨 차이일까요? 이상민이 그렇게 수 번에 걸쳐서 반전과 충격을 주는 작전을 펼쳐 보여도 플레이어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에게도 질타를 받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보시나요? 단순히 이중잣대다, 이율배반적이다, 편협하다 라고 보시나요? 아마 그 누구도 그렇게 단정짓지 못할 겁니다.
제 생각엔 가장 큰 차이는 명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민의 '작전'들은 모두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 역시도 수긍을 하는 명분과 하다못해 그럴듯한 구실이라도 모두 존재했습니다.
이상민이 뭐 특별해서거나 최정문이 밉상이어서도 아닌,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김경란이 성을 내며 최정문을 겨누어 인터뷰를 했다고 뭐라고들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우리들은 뭐 얼마나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월등해서 타인의 것을 짐작하고 평가내릴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 그네들이나 별반 차이 없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적어도 김경란은 언론인 그것도 아나운서를 직업으로 한 사람이기에 일반적인 사람들 보단 더 빠삭할 것으로 봅니다. 김경란이 그마만큼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은 응당 그럴만한 것이었기에, 이상민의 그것에 대해선 모두가 수긍하게 되는 것 역시 응당 그럴만한 것이었기에 나온 장면들이라 보는게 가장 적절할 것 같습니다.
최정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격적으로 뭐가 어떻다 저떻다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행한 객관적인 플레이, 행위에 대한 것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원주율 공개는 정말 함부로 그렇게 쉽게 혼자 결정내려서도 안되는 나비효과가 뻔한 성질의 것이었고, 아마 그 여파를 계산해서 작전을 꾸려나간다는 것은 글쎄요, 인간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뭐 트릭하나 쓰고, 물건 하나 숨기고 정도가 아닌 판 자체를 뒤집어버리고 판에 속한 모든 플레이어들의 플레이의 방향과 심리 모두를 좌지우지 하는 어마어마한 것이기 때문이죠.
아 참, 그 사형수 게임 마지막 상황에서도 돌이켜보면 유정현에게 즉각적으로 내빼면서 사형수 카드를 토스하듯 넘겨버린 장본인이 최정문이었네요. 이번 방송에서 김유현과 김경란이 했던 말 : ' 경란 누나는 절대 안그럴텐데, 정문이는 본인이 다급해지면 배신해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걱정이다.' 라는 말들이 최정문의 플레이 스타일, 쉽게 깨져버리는 멘탈, 관계에 비교적 쉽게 등을 지는 성향을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그 주인공이 최정문이 아닌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혹시, 바로 뒷사람에게 사형수 카드를 넘길게 아니라, 배신을 해서 사형수카드를 넘긴 자를 공개하는 방향을 선택하진 않았을까요?
플레이 스타일과 성향이 딱 이준석과 반대되는 경우라고 봅니다. 이준석 : 스스로 작전도 구상하고 계산도 하며 설령 나를 제외한 다수연합이 결성되더라도 그네들에게 굴복하지 않고 외려 그네들을 뛰어넘거나 깨부수려는 성향. 여러 화에 걸쳐서 나왔다시피 '내가 데스매치 가는 한이 있더라도' 라는 말을 자주하듯이 본인이 작전을 펼칠땐 그만큼의 리스크도 감수하는 자세를 보입니다. 이런게 '책임'이란 거죠.
혹여 오늘의 메뉴에서 이준석이 장동민에게 사주받은 짬뽕을 안내고 볶음밥으로 바꿔낸 것도 '원래 얘기했던 거랑 다른 플레이를 했으니' 배신이라 보시나요? 명분, 의도, 이유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책임지는 자세까지요.
최정문은 사실 작전이라고도 볼 수 없는 '생각', 공개하면 마지막왕을 받을 수 있겠지 라는 느슨한'예상' 수준에서 본인이 결정내리고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은 전혀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모든 책임과 피해를 노골적으로 떠넘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