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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820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생물하나★
추천 : 13
조회수 : 2972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5/07/29 01:30:17
유서를 남기고 죽는 이들에겐 어떤 공통점이 존재한다.
가령 그동안 저질은 잘못들에대한 용서라던가
이루지 못한 꿈들에대한 미련이라던가
남겨진 자들에 대한 죄송함이라던가...
지금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이들은 조금 다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년전쯤 나는 한 빌라에서 목메어 죽은지 3개월이 된 사체 한구를 수습하게 되었다.
당시 수습 정리원이었기에 청소기 돌리러 가잔 말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던 시절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선배의 청소기 돌리잔말에 다급히 준비하여 출발하게 되었다.
준비라고 해봐야 디카가 전부지만 말이다.
어쨋든 찾아간 청소장엔 역시나 긴 가죽벨트에 메달려있는 부처가 보였다.
아참. 우린 사망한 시신을 수숩하러 가자고 말할때 청소기 돌리러 가자고 말하고 망자를 가르켜 부처라고 부른다.
부처앞에서 2분여간 기도와 함께 작업은 시작되었다.
뭐 부처의 바로 아래에는 인분과 알수없는 기름덩이들이 굳어져 있었고 방안 구석구석 동승의 알이 흩뿌려져 있었다.( 동승은 망자의 시신과 항상 발견되는 벌레들을 지칭한다.)
어쨋든 사진을 이리저리 찍는 와중에 부처를 관찰하던 선배가 부처의 왼쪽 호주머니에서 유서를 발견했다.
유서에는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언제나처럼 가족에게 죄송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유서의 말미에 의미심장한 글이 있었다.
내가 죽으면 제일 기뻐할 누군가에게 전달할 물건이 있으니 누가 찾아서 전달해 달라는 것이었다.
주어도 목적어도 없는 유서에 당황했지만 유품의 정리단계에서 윤곽이 들어났다.
냉동실 속 돼지고기 뭉치 사이에서 식도와함께 조그마한 종이가 하나더 발견됬는데 그내용이 심히 충격적이었다.
"사랑하는 내동생 @@아. 아마 이게 발견되었을 무렵이면 나는 죽고 없겠지. 그동안 참 많이 힘들었다.
니가 날 많이 원망한다는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살의로 바뀐것을 차라리 알지 못했다면 좋았을것을 알게되니 많이 힘들구나.
니가 나에게 타주던 커피속에 미처 다 녹지 않은 약물이며
니가 지어준 한약재속 양잿물 성분이며...
미처 깨닫지 못한채 죽어 버렸다면 아무일 없을것을...
미안하다. 이젠 한계구나...
이젠 내가 널 찾아 갈게."
모든것은
부처의 과거 병력이 있었는데 단기 치매 증후군으로 일반 치매증상과 달리 일정기간동안은 치매 환자와 완전히 동일한 증상을 보이지만 단기간 제정신이 돌아오는 병이라고 한다.
그 병을 부처는 무려 20년을 앓았고 그 곁에서 지켜주던 동생또한 점점 지쳐 살해 계획을 세우게 되었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정신이 돌아와 그 상황을 피해 갔던것이다.
이 악순환의 끈을 끊을방법은 자신의 목숨을 끊는것이라고 생각한 부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생각해보며 오늘밤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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