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썼던 글에서
최정문이 원주율을 70자리까지 충신팀에 공개한 상황에서
그 이후의 6턴 안에 역적팀이 1000을 넘기기가 얼마나 쉬운가에 대한 계산을 댓글로 올렸었는데
중간에 계산 실수가 있어서 다시 정리해 올립니다.
일단 원주율 70개가 공개된 17턴 + 충신들의 2턴인 19턴까지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이 최저 숫자 계산에는 앞뒤로 변수가 많아 이렇게 이상적으로 가는 것 자체도 힘듭니다. 지니어스 본방에서도 보시면 10턴까지 이 최적 조합보다 높은 숫자가 나왔었습니다.
A열 | 2 | 3 | 4 | 6 | 7 | 9 | 10 | 20 | 44 | 52 | 60 | 62 | | | |
B열 | 1 | 2 | 3 | 4 | 6 | 7 |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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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한쪽은 3턴밖에 안남아있는데도 숫자가 100도 넘지 않아 이기기가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역적들이 자기 턴에 숫자를 조작한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질 수 있는 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A열 | 2 | 3 | 4 | 6 | 7 | 9 | 10 | 20 | 44 | 52 | 60 | 62 | 79 | 101 | 117 |
B열 | 1 | 2 | 3 | 4 | 6 | 7 | 8 | 34 | 35 | 51 | 87 | 608 | 1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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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역적팀이 조작한 숫자 / 빨간색: 전 숫자 대비 배율이 가장 높은 숫자
이 표는 역적 1명, 충신 1명이 감옥에 들어가고 나머지 역적인 6번, 7번 역적이 판을 조작했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숫자입니다.
보시면 2턴을 남기고 일찌감치 1000을 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역적팀은 숫자를 크게 뻥튀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의심을 받을만한 것은 숫자의 배율을 크게 높인 34나 608을 쓴 사람들일 것입니다.
다른 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A열 | 2 | 3 | 4 | 6 | 7 | 9 | 10 | 20 | 44 | 52 | 60 | 62 | 71 | 82 | 83 |
B열 | 1 | 2 | 3 | 4 | 6 | 7 | 8 | 23 | 71 | 90 | 124 | 345 | 512 | 802 | 4667 |
파란색: 역적팀이 조작한 숫자 / 빨간색: 전 숫자 대비 배율이 가장 높은 숫자
조금 아슬아슬했지만, 오히려 숫자는 더욱 큰 폭으로 1000을 넘겼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역적으로 의심받는 것은 마지막 4667을 쓴 플레이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플레이어가 김경훈입니다...)
이 표는 3번 역적 대신 7번 역적이 감옥에 들어아고, 대신 6번, 3번 역적이 판을 조작했다는 가정 하에 계산해보았습니다.
물론 역적 세명이 모두 프리로 있다면 숫자를 조작하긴 더욱 쉬울 것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역적 두명이 감옥에 간 상황이라면 게임은 끝난 것이니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게임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숫자의 자리수가 커질 수록 숫자 선택의 제한이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한자리수의 숫자에서야 1~2씩 야금야금 올리며 늦게까지 버티는 것이 가능하지만 (또한 조작도 힘들지만)
두자리수, 세자리수로 갈 수록 숫자는 한번에 2배, 3배, 심지어는 5배씩 까지도 팍팍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결론은
1. 최정문의 전략대로 원주율 숫자를 70자리까지 공개했다고 해서 역적 한 명이 자기 정체를 꼭 까발릴 필요는 전혀 없었으며
2. 원주율을 공개하든 공개하지 않든 어차피 승부는 후반 턴에서 나게 돼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결과론적인 이야기며,
게임 내에서의 최정문이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원주율을 공개했겠느냐고 하신다면
글쎄요. 최정문의 마음을 들여다보진 않았으니 거기까지는 저도 알 수 없지요.
다만, 계산된 것이었든 소 뒷걸음이든
원주율 공개는 팀에게 돌아갈 손해는 미미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은 큰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게임에서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역적팀이 받을 심리적 압박을 고려하지 않은 게 패착이라면 패착이고
그냥 역적팀의 어색한 연기를 장동민이 너무 잘 캐치해서 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