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피시방 알바 할때
제가 일하던 피시방은 좌석이 300대에 가까운 대형 피시방이였습니다.
위치는 술집과 모텔이 많은 소돔과 고모라의 한 복판에 위치한 피시방이여서
주말 평일 가릴것 없이 밤만 되면 술취한 사람들이 지친 위장과 간을 달래는 곳이 바로
제가 일하던 피시방이였습니다.
그리 큰 피시방인데 야간에 일하는 사람은 저와 같이 일하던 형 한명이였고
그 당시 좌석에서 흡연이 가능했던지라
재떨이를 닦고 이왕 닦는거 파전도좀 닦고
술취해 잠든 손님 도 꺠우고 진짜 힘들었습니다.
근데도 그 피시방에서 6개월 넘게 일했던 이유는
세명의 손님 때문이였습니다.
그중 한분은 노가다 아저씨입니다.
항상 스스로 노가다 아저씨라고 말하는 이 아저씨는 일단 피시방에 노가다 장비와 철학책 몇권을 들고 오십니다.
그리고 몇몇 게임 오토를 돌리시고 책과 함께 담배를 피셨었는데
마침 제가 좋아하던 작가의 책을 보시길레 아는체를 한 이후로
친해지게 되어서 일 끝나면 같이 순대국과 술한잔 하고 헤어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진짜 돈 많이 버시더라구요
그리고 항상 같이 밥먹고 헤어지기 전해 미안하다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시더군요
자기 세대들 때문에 니들이 개고생하는거라고 하시면서 미안하다 말하시는 모습이
어른이란게 뭔지 좀 알게 된거 같습니다.
다른 한 분은 아줌마입니다.
처음에 이분 오셨을 때 같이 알바 하던 형이 욕하더라구요
"저 년 또 왔네"
알고보니 주변 술집에서 일하는 "아가씨"였습니다.
그리고 그 아줌마 옆에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던 꼬마 여자애가 손을 꼭 붙잡고 있었구요
네시간만 충전하고 이 아이 좀 봐달라는 말에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술취한 손님에게 맞아도 참을 수 있습니다.
돈받으면 되거든요
가래침이 범벅된 키보드 괜찮습니다.
분해해서 닦으면 되니까요
근데 그 아이 그리고 부탁하는 아줌마에
그냥 너무 힘들었습니다.
일단 흡연석에서 제일 먼 자리에 아이를 안쳐두고
제가 싸온 도시락과 컴퓨터에는 뽀로로를 틀어줬습니다.
일하는 중간 중간에 가서 같이 놀아주고
같이 일하는 형은 뭐라 했지만
별로 듣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2주일이 지나고 틈틈이 아줌마는 오실 때 마다 먹을 거를 싸다 주셨습니다.
괜찮다 했지만
그 꼬맹이가 제가 먹을 도시락을 줬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너무 고마워 하시면서 딱봐도 집에서 만든
제것보다 훨씬 맛있던 반찬들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어느샌가 더 이상 오지 않았지만 그때 먹었던 반찬들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마지막 손님은 취준생 형이였습니다.
맨날 새벽에 와서 롤을 키고 직업 소개서를 쓰던 손님이였습니다.
어쩌다 같이 담배 피면서 롤애기 하다가 친해졌는데
취업하기 전까지 너무 힘들어 했습니다.
물론 롤 승급전에서 티모 트롤을 만나서 졌을 때 더 힘들어 보이긴 했는데
결론적으론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취업하기 전까지 힘내라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어째 취업하고나서 힘들다고 피시방을 더 자주 오게 된것은 함정이지요
어쩃든 이형은 가끔식 치킨을 사들고 왔습니다.
그것도 메뉴를 바꿔서요
후라이드? 아닙니다 요거트 뭍은거 셀러드 뭍은거 간장 양념 마늘
한번씩 질리지 말라고 로테이션으로 사왔습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손님은 안오는 손님과 맛있는거 사오는 손님이였던거 같네요
주유소, 매장 알바할 떄도 좋은 손님이 있었는데 나머지는 댓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