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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3분칼럼]조선시대 사극에 머리 풀어 헤친 남주인공
게시물ID : history_106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케
추천 : 12
조회수 : 170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07/16 12:10:04
<서화숙의 3분칼럼 /조선시대 사극에 머리 풀어 헤친 남주인공, 일본 드라마 흉내내서 그런가요?>

제가 잘 보지 않는 드라마로 이야기를 하려니 조금 미안합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으로 드라마의 장면사진이나 일부 동영상까지 다 나오니까요. 보지 않는 드라마도 내용이나 출연진은 대충 알게 됩니다. 문화방송에서 시작한 ‘불의 여신 정이’라는 드라마는 조선 선조 때를 배경으로 여성 사기장의 일생을 다룬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 정이 곁을 늘 지켜준다는 남자 주인공 김태도는 조선시대 모습이 아닙니다. 앞머리를 내려서 이마를 가리고 뒷머리를 절반쯤 묶은 머리 모양입니다. 이 머리,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구가의 서’에도 나왔습니다. 남자주인공의 머리로 말이지요. ‘구가의 서’ 역시 이순신 장군이 등장했으니 조선 선조때가 배경인데 말이지요. 선조 때 이 머리가 유행이었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알기로 조선시대 남자들의 머리는, 장가 가지 않으면 머리를 뒤에 하나로 땋았고 장가를 가면 상투를 틀었습니다. 머리를 풀어헤친 것은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되거나 버려진 사람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최하층민이나 죄인이 그야말로 봉두난발, 산발을 했지요. 보통 사람이라면 상을 당했을 때, 유교의 법도에 따르면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 하여 머리를 풀어헤쳤습니다. 그리고 스님이 되면 머리를 삭발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사극에서 좀 멋있게 나오는 주인공은 모두 머리를 단정하게 풀어헤칩니다. 그것도 길이는 어깨 정도. 그리고 앞머리를 내리고 뒷머리를 중간에 절반만 묶어줍니다. 머리 모양만 그런가요? 이런 사람들은 옷차림도 보통의 조선 옷차림을 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약간은 중국식이기도 하고 일본식이기도 한 옷을 입습니다. 장화를 신고요. 도대체 왜 그럽니까? 조선의 전통 복식은 멋이 없습니까? 사극이면 상투적으로 꼭 이런 주인공이 나옵니다. 전에는 판타지 사극에서 그런다더니 요즘은 조선 어느 시대를 특정한다는 정통 시대극에서조차 그럽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뻔하지요. 주인공이 멋있게 보여야 하니까. 그걸 내용이나 대사나 연기력으로는 극복하지 못하니까 현대식 젊은이처럼 보이려고 하는 겁니다. 모두도 아니고 꼭 주인공 하나만 그럽니다.
중국 사극 드라마를 보면 청나라 시대가 배경이면 남자들이 모두 변발을 합니다. 주인공도 예외가 없습니다. 머리를 거의 다 밀다시피 하고 뒷머리만 기르는 변발이 남자의 얼굴을 돋보이게 해주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런 얼굴로도 중국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용이지 그런 머리모양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왜 우리나라 드라마는 모든 남자들도 아니고 오로지 멋있게 보여야 하는, 뭔가 반항적으로 보여야 하는 주인공만 머리를 풀어헤칠까요?
저는 실상 이런 부조화를 일본 드라마에서 많이 봤습니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앞머리를 면도하고 뒷머리를 길러 정수리에 오이처럼 또아 붙인 머리인데 주인공은 앞머리를 내리고 뒷머리를 묶은, 우리나라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불의 여신 정이’에도 나오고 ‘구가의 서’에도 나온 바로 딱 그 머리입니다. 그리고 저 모습은 일본의 판타지 사극만화에도 주인공이 늘 하는 머리입니다. 전국시대가 절반의 배경인 ‘이누야샤’의 남자등장인물 머리를 보세요. 어쩌면 이 머리는 일본에서는 실제로 과거의 머리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알고 있는한 조선시대 남자의 머리는 땋은 머리 아니면 상투였습니다. 유교의 가르침을 따랐던 조선시대는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으려고 했고 긴 머리를 쉽게 간수하는 방법은 땋는 것이 최고였습니다.
제가 사극 드라마를 보면서 남자 주인공의 풀어헤친 머리에 짜증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게 역사를 공부해서 나온 새로운 발굴도 아니고 그저 일본 드라마를 베낀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극조차 이렇게 하는 것은, 일본에 드라마를 팔아보려는 얄팍한 수까지 들어가서는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들면 더 짜증이 납니다.
게다가 이런 생각, 반항적인 주인공은 용모조차 시대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 자체에는 용모에 사고가 깃들어 있다는 아주 단순한 사고가 들어있습니다. 지금 보면 우스꽝스럽거나, 갓과 상투라는 딱딱한 규격에 박혀있는 모습이더라도 머리속 사고만은 자유로운 그런 주인공이 나오는 역사극을 만들 수는 없는지요? 그리고 착한 편 나쁜 편이 단칼에 갈리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도 때로 나쁜 마음을 품고 음모를 꾸미며 나쁜 편도 올바르게 사는 것을 고민하는, 다만 상황에 따라서 대치하고 갈등하며 어떤 편이 될 수 밖에 없는 모습을 그려줄 수는 없는지요. 사회가 단순해져서 드라마가 단순해지는 것인지, 드라마가 단순해져서 사회도 복잡한 생각을 못하는 것인지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었습니다.

RT @oisoo: 강추. 읽어 볼 만한 칼럼입니다. RT @naticle: <서화숙의 3분칼럼 /조선시대 사극에 머리 풀어 헤친 남주인공, 일본 드라마 흉내내서 그런가요?>

제가 잘 보지 않는 드라마로 이야기를 하려니 조금 미안합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으로 드라마의 장면사... http://dw.am/L1aG8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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