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이 없었다" 면서 "대북자료를 삭제"하는 것은 매끄럽지 않습니다.
대북 공작 자료라면 그 존재를 구태여 삭제할 필요가 없었고,
게다가 국정원은 기껏 자살로 목숨을 마감한 직원이 삭제한 그 자료를 복구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데....
이게 뭔가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되지 않습니까?
애당초 대북자료를 목숨걸고 지울 이유가 없기도 하고
지워진 자료에 대한 복구를 자신하는 것도 이상하고요. 차라리 복구는 시도해보겠지만 못 할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 몰라도요.
그런데 한번 소설을 써보겠습니다.
만약, 국정원이 선거조작에 관여했다면, 선거 조작에 사용된 기록이 컴퓨터에 남아있을겁니다.
그런데 국정원의 해킹툴을 이용한 민간인 사찰 때문에 컴퓨터를 조사받게 된다면, 그 기록을 들키겠죠.
그래서 그 기록을 삭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기록을 삭제하면 "기록을 삭제한 기록"도 남습니다.
따라서 국정원은 뭔가를 삭제한 기록이 남더라도, 삭제된 자료가 선거 조작 기록이 아닌 것 처럼 연출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일단 삭제하고, 그것을 대북 공작 자료라서 지운 것 처럼 대외적으로 알립니다.
왜 하필 대북 자료로 위장하냐면, 일단 내국인 사찰 내용인데 지웠다고 한다면 뒤가 구리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 밖에 되지 않지 않습니까?
하지만 대북 관련한 업무로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면, 이것은 문제가 되는 내국인 사찰에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되겠죠.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북관련 자료라면 구태여 현 시점에서 삭제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일단 삭제를 하고, 삭제를 한 사람이 죽는겁니다.
그러면 왜 그 사람이 그런 이상한 행동을 했는지는 아무도 증명할 수 없게 되는거죠.
유서를 남김으로서 "삭제된 자료는 대북 관련 자료다"는 것을 홍보하는 효과도 있고요.
이후 국정원은 복구 시도를 통해 해당 자료를 복구하려 시도하겠지만,
뭔가가 삭제된 흔적만 발견하고 자료의 복구 자체에는 실패하게 된다면,
국정원은 최종적으로 "대북 공작 자료가 지워진 흔적이 있지만 복구하진 못했다" 고 발표하겠죠.
그게 정말로 대북 공작 자료였는지 아니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물론 다 소설이고요,
어쨌든 개인적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 것 같냐면,
1. 국정원은 자료복구에 실패했다고 발표하며, 그러나 대북 관련 자료가 삭제된 흔적을 찾았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해당 자료가 정말 대북관련 자료였음을 입증하는 자료는 숨진 국정원 직원의 유서가 유일할 것이다)
2. 혹은 국정원이 자료복구에 성공하며 대북관련 자료였음을 증명할 것이다.
(이 경우는 이 사건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또 다른 뒷공작을 했을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