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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은 왜 전문가를 데려다 놓지 않는가
게시물ID : tvent_64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생개냥이
추천 : 5
조회수 : 1495회
댓글수 : 29개
등록시간 : 2015/07/20 15:11:53
왜 동상이몽이 전문가를 쓰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많아서
좁은 식견으로나마 몇글자 써보려고 합니다.
저도 이쪽 업계 사람이다보니
프로그램의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일단 전문가를 쓰지 않는 이유는 재미가 없어져서는 아닐 겁니다.
어차피 1시간 내내 전문가만 말을 하는게 아니고,
말 잘하는 전문가는 많고 연예인 사이에 찔러 넣으면 재미도 있습니다.
 
이유는 다른데 있습니다.
 
방송으로써 동상이몽이 갖고있는 가장 큰 장점은,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가려내기 보다,
자식은 어떤 생각을 하고, 부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 차이가 얼마나 커다란가를 인식하는데 집중한다는 것이죠.
 
각각 '애say'라는  '맘say'라는 이름으로
방송에 등장하는 2개의 사전영상은
철저하게 각각의 입장에 진행됩니다.
같은 사건을 놓고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이죠.
마치 영화 라쇼몽 처럼 말이죠.
 
물론 사전영상 어느 정도 편집적인 과장이 있을겁니다.
하지만, 이것을 왜곡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방송을 보겠지만,
당사자들은 1인칭이거든요.
나에게 유리한 것 위주로 생각하고,
내 기분, 내 의도 대로 상황을 끼워맞추니까요.
그걸 3인칭 앵글로 촬영 한 것 뿐입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부모와 자녀는 상대방을 이해하게됩니다.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보며 자신의 행동에 자신도 당황하거나,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 가는 거겠죠.
흔히 말하는 세대간 소통의 창구를 연겁니다.
 
프로그램의 제목이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인 것은
이와 같은 프로그램의 구조를 잘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집에 살지만,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며 점점 멀어져 가는 부모와 자녀세대.
옮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 서로 괜찮다고 보듬어주며 상대를 이해해가는 과정.
거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그런데 여기에 '권위'를 갖춘 전문가가 등장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사실상 재판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여러 패널들 사이에서 가장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전문가가 입을 여는 순간,
지금까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주고 받은 말들이 무의미해지는 것이죠.
 
' 이미 정답은 정해져 있어. 너희들이 하는 말은 변명일 뿐이다. '
 
그리고 또 한 문제, 특히 인문사회과학쪽에서 발생하는 부분인데요.
방송에 전문가는 분들을 모셔다 놓으면 전문가들마다 생각이 다 다릅니다.
의학프로그램만 봐도, 같은 행동에 대해
의사들마다 건강에 좋다 나쁘다 각기 다른 의견을 피력하곤하죠.
이런 현상이 이런 종류의 상담 프로그램에서는 더 심하게 벌어집니다.
 
애초에 어느 한쪽이 완벽하게 잘못한 경우라면,
논쟁이라는 프로그램 포맷에 들어갈 수 없는 아이템이니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렇다고 전문가들로만 패널을 깔면, 예능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부모와 자녀를 재판대에 세워다 놓고
전문가들끼리 평가하고 저울질하는 것 밖에 안되거든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명쾌해서 편하겠지만,
당사자에게 이건 상당히 폭력적인 방송입니다.
 
만약 이 프로그램이 잘못된 누군가를 수정하고, 고치기 위한 솔루션 프로그램이라면,
전문가가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정답이 정해진 요컨데 건강이나 안전 관련 프로그램이라면
전문가가 나와서 정답을 알려줘야겠죠.
 
하지만 서로가 가진 생각의 차이를 이해하자고 시작된 자리에서
전문가가 평가하는 순간.
프로그램에 출연한 부모와 자녀 중 한쪽은 할말이 사라져 버립니다.
패배자가 되겠지요. 권위에 의한 공개처형입니다.
 
과연 그런 방법으로 세대간의 단절된 소통을 다시 잇고,
가족을 치유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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