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4년 5월 10일 중종 29년 5월의 어느날 조용하던 도성을 아니 조선 전역을 떠들석하게 만드는 사건이 터집니다.
간원이 아뢰기를, “고(故) 영산 현감(靈山縣監) 남효문(南孝文)이 아들이 없어서 동성(同姓)의 족질(族姪) 남순필(南舜弼)을 수양 아들로 삼아 집에 드나들게 했습니다. 남효문의 아내가 겉으로는 수양 아들이라 하면서 속으로 음탕한 욕심을 품어 한 곳에서 침식(寢食)을 하며 몰래 서로 간통하기를 오랫동안 계속하여 자못 추한 소문이 퍼지게 되었지만 남효문만 알지 못했습니다.
영산 현감이 되어 부임한 뒤에 어떤 사람이 순필의 언간(諺簡)17142) 을 가지고 있다가 잘못 남효문에게 전했는데, 남효문이 봉함을 뜯고 자세히 보니 편지 전체가 온통 음탕하고 더러운 말들로 가득 하였습니다. 남효문이 그 편지를 가지고 늙은 어미와 함께 앉아 그의 아내를 불러다가 추궁하자 그 아내가 실상을 속이지 못하여 말이 막히는 데가 있었습니다.
남효문이 실정과 상황을 다 알고는 분개해서 화를 견디지 못하여 그의 어미와 통곡하다가 소주(燒酒)를 지나치게 마시고 드디어 스스로 죽고 말았습니다. 강상(綱常)의 변이 이보다 클 수 없습니다. 남효문은 이미 죽었지만 그의 어미는 아직도 생존했으니 추문해 본다면 추한 실상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아내 및 순필을 즉각 잡아다 가두고 추문하게 하소서.” 하니, 전교하였다.
“모름지기 도망가기 전에 먼저 잡아가둔 다음 승전(承傳)을 받들어 추문하라. 남효문의 어미는 자신이 죄를 범한 것이 아니어서 옥(獄)에다 구류할 수 없으니, 불러다가 물어볼 것인지 낭관(郞官)을 보내 물어볼 것인지를 의금부 당상과 의논하라. 또 그 언간이 아직도 보존되어 있다면 추문하기가 쉬울 것이다.”
지체 높은 사대부의 여인이 지아비를 두고 수양 아들과 정을 통한 것입니다,
아침드라마나 섬나라의 빨간 만화책에서나 볼법한 일이 선비들의 나라 조선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조용히 끝날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정원이 의금부의 뜻으로 아뢰기를, “남효문의 집에서 수양 아들이라 칭하고 드나든 사람을 잡아내어 보니 이름이 남순보(南舜輔)였고, 남순필(南舜弼)은 청주(淸州)에 장가들어 그대로 머물러 살고 있었습니다. 서울에는 내왕하지 않았는데, 대간이 아뢴 말은 순필이라고 했습니다. 만일 아울러 추문하려면 마땅히 시급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감히 아룁니다. 또 남효문의 아내는 3월에 그의 지아비의 주검을 따라 적성(積城)으로 가서 아직 서울에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니, 전교하였다. “순보는 이미 잡아왔지만 순필도 아울러 시급히 잡아오라.”
가해자의 공범(?)으로 잡아들인 사람은 남순보였고 정을 통하였다는 남순필은 멀고먼 청주땅에서 이미 일가를 이루어 살고 있었습니다,
뭔가 단순한 근친상간 + 간통으로 그칠 사건이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정원이 의금부의 뜻으로 아뢰었다. “남효문의 어미에게 물어보니 ‘남순보나 남순필은 모두 수양 아들이 아니고 다만 가까운 이웃에 살면서, 남효문이 관의 일로 바빠서 집을 지을 때 모두 드나들며 일을 주간한 사람들이다.’ 하였습니다. 다시 더 자세하게 힐문하니, 하는 말이 ‘조금 더 드나들었던 사람은 지금 갇히어 있다.’고 하였습니다.”
더욱이 남효문의 노모가 말하기를 남순보, 남순필 모두 수양아들이 아니라고 합니다. 일이 어떻게 된것일까요?
“어제 남효문의 아내에 관한 일에 대해 대간이, 언간을 서로 주고받았다고 아뢰었기 때문에, 내관(內官)에게 명하여 수색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남효문의 어미가 단지 하는 말이 ‘하루는 효문이 「어찌하여 이러한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게 되었는가?」라고 했다.’는 것이고, 집안에 별다른 것은 없었으며, 남순보의 집에서 잡다한 문서(文書) 두 부대와 유사한 언간을 가져왔는데, 이 두 부대의 것은 위에서도 역시 열지 않은 것이다. 지금 내리는 언간은 곧 자취가 드러난 뒤에 서로 왕복한 편지들이니, 두 부대의 문서와 아울러 의금부에 내려 추문하게 하라.”
게다가 아무리 가해자의 집을 수색해봐도 별다른것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원이 의금부의 뜻으로 아뢰기를, “어제의 전교에 ‘종과 상전 사이에는 서로 용인(容認)하여 은휘(隱諱)하게 된다.’고 하셨는데, 다른 사건은 그렇지만 이는 곧 간음한 일이어서 일을 주관한 노비(奴婢)도 아울러 심문해야 하기 때문에 계집종 공덕(孔德)을 잡아가두었습니다. 그러나 비록 공덕이 아니더라도 단서가 이미 나타났으니 더 심문해야 할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만일 공덕을 심문한다면 법에 유해할 뿐만이 아니라, 또한 사간(事干)을 끌어대어 심문받게 되는 자가 반드시 많아질 것이니 놓아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사내종 연석(延石)과 계집종 흔비(欣非)는【연석은 곧 남순보의 언간을 가지고 영산(靈山)으로 내려간 사람이고, 흔비는 곧 순보의 언간을 남효문에게 전달한 사람이자 또한 남효문의 아내가 황당한 짓 저지르는 것을 본 사람이다.】 긴요한 관계가 있는 사간인데 당초에 남순필을 잡을 적에 도망갔습니다. 내외 친척들로 하여금 잡아 대령하게 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일단 무죄추정 원칙따위는 없는 조선의 기개를 살려 남효문의 부인의 계집종 공덕을 잡아다 조져보았는데, 나오는 것도 없고 생각해보니 애를 조져봐야 일만 번거로워지고 별 필요도 없는게 사실이었습니다.
따라서 수사의 방향을 바꿔 이번에는 휴대폰..아니 편지를 가지고 오고간 이와 목격자를 조져보기로 합니다.
듣건대 남효문의 누이인 우윤(禹綸)의 아내가 평소에 남효문의 첩과 더불어 특별히 서로 긴밀하게 지내는 사이였고, 남효문의 아내의 일을 우윤의 아들이 여러곳에다 전파하였고, 그의 종 돌이(乭伊)가 또한 널리 이웃 마을에까지 전파했다고 합니다. 남효문의 아내의 추악한 정상을 반드시 잘 알기 때문에 그처럼 분명하게 전파했을 것이니, 우윤의 아들 및 돌이를 모두 자세하고 빠짐없이 추핵하소서.”
또한 사헌부 에서는 비단 휴대폰과 목격자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동생 남우윤의 아내가 평소 가해자와 친밀하게 지냈으며,
그녀의 아들이 SNS괴담..아니 소문의 근원지이기에 피해자 동생의 아들을 그의 휴대폰종과 함께 코렁탕을 먹이기로 합니다.
그러나 사건은 열띤 고문수사에도 불구하고 근친상간 + 간통 수준에 머무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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