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에겐 요구사항을 분명히 말로 전달하라는 평범한 글에 화내는 댓글 보면서 글 남깁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글을 보고 떠올린 후, 자신을 불쾌하게 만든 상태에게 해야할 이야기를 작성자에게 하면서 화내고 있는건 아닐런지요...
"매번 집안일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 말하는 사람도 지칩니다" 라는 정도의 이야기가 하고싶은 거였을텐데,
보다보면 격분(?)해서 남긴 것 같은 글들이 보여요.
정말로 아내에 대한 공감과 소통능력이 없어서 말해도 말해도 속터지게 만드는 남편이랑 살고 있을 수도 있죠.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 글이 틀린말은 아니잖아요...
덧붙여, 일일이 말해도 안듣는다고 하지만 그 요구가 '진짜 자기가 원하는것'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안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매번 말하는것도 구차해서 화난다! 라면 그건 본인이 원하는게 "저거 지금 치워" 가 아니라, "여보가 집안일에 있어서도 회사일처럼 주인의식 갖고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어" 이기 때문인거죠.
또 예를 들면, 아는 동생이 남편이 친구들이랑 제주도에 자주 놀러가는 것 때문에 싸운다고 고민상담을 해왔습니다. 왜 제주도에 가는게 싫으냐 하니, 제주도는 비행기 타고가니 위험할 수도 있고 해서 안갔으면 좋겠는데, 자기 말 안듣고 심지어 몰래 갈때도 있다고 너무 속상해 해요.
근데 듣는 저도 잘 공감이 안되더이다.. 같은 여자인 나도 안되는데, 그 남편은 그러니 '가지마라~~'해도 씹고 가겠죠.
그래서 되물었어요.
"사실 니가 하고싶은 말은 친구랑만 가지 말고 나랑도 가요, 아니야?"
그러니 아무 말이 없더라구요.
아내로서 지금 내가 화나는 원인이 정말 어디에 있는지, 나조차도 잘 모를때가 있어요. 저도 그렇기도 하니까요.
요구사항을 말로 정확히 전달하라는 건 참 맞는 말이고, 거기에 덧붙이자면 '정말 내 요구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잘 파악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엄마들이 "이놈의 집안일 지긋지긋해!"라고 화내면서도, 정말 나 없이 집안이 잘돌아 가는걸 기대하기보다, "엄마가 수고가 많아, 엄마 없음 우리 어쩔뻔 했어"라는 말에 더 기뻐하는거 알잖아요.
우리 스스로도 마찬가지일껍니다.
스스로의 불만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걸 대화로 전달하고,
그것을 공감해주는 것.
이게 결혼생활인거죠.
남자들도 마찬가지에요. 보통은 여자들이 상대방 기분을 잘 읽다보니, 굳이 불만을 말하지 않아도 아내가 맞춰주어서 문제 없는 경우도 있지만,
아마도 '내입으로 말하기도 치사스러워서' 말 못하는 불만을 가진 남편들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제대로 말해도 못들어먹는 배우자도 있을 수 있겠죠. 예전에 어느분 글 중에 크게 공감했던 것이, 공감능력을 갖춘 사람과 결혼하라는 말이었습니다.
공감능력이 있다면, 싸우더라도 화해하고 극복할 수 있지만 공감능력이 없다면, 99가 똑같아도 1때문에 항상 싸우고 틀어져버릴 수도 있어요.
암튼, 자신의 개인경험 투사해서 필요 이상으로 분노하지 맙시다.
남자 여자 다 마찬가지에요.
결혼게시판에 더 다양하고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글들이 나와서, 이야기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이 논의되는 과정이 분노와 공격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결국 어려운 얘기 피해서 올라오는 글은 알콩+자랑글 뿐일꺼고, 그럼 그냥 우결게시판 되는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