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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주의)나의 모태솔로 역사에 대한 고찰
게시물ID : gomin_14822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침엔씨리얼
추천 : 2
조회수 : 65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7/18 03:20:24
저는 모태솔로입니다.
 
26년 6개월 동안요.
 
인터넷에 떠도는 솔로 계급표를 보니 26년 이상 애인 없음은 대장이더군요.
 
저 포스탑니다. 어허허허헣허허헣ㅎ헣
 
뭐 딱히 여자에 관심이 없던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관심이 참 많죠.
 
 
한 번은 나는 왜 여자가 생기지 않을까.
 
라는 주제로 깊은 고찰을 해본 적이 있었더랬습니다.
 
몇 가지 생각나는 이유가 있더군요.
 
제가 생각해본 바와 저의 모태솔로 연대기를 한 번 쭉 적어볼까 합니다.
 
좀 글이 길어질 것 같으니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주변에 여자가 정말 없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길 남중-남고-공대-군대 테크가 가장 우울한 거라고들 하죠.
 
전 남중-남고-군대 테크를 탔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함과 동시에 군인이 되서 만 7년동안 부사관 생활을 했습니다.
 
부사관 생활을 길게 하면서 겪은 얘기나 군대에 대한 생각은 나중에 밀리터리 게시판에 한번 써볼까 하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전 정말 주변에 여자가 없었죠.
 
남중은 그렇다치고 고등학교때가 정말 우울했던게,
 
전 조금 특수한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평일엔 외출도 못나가고...
 
정말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살았더랬죠.
 
그 당시에 핸드폰을 꺼내서 연락처를 쭉 훑어보면
 
가족이나 친척 제외하고 나면 여자 번호가 달랑 4개였드랬죠. 초등학교 동창들 번호였습니다.
 
그나마도 무의미 했던건 전 고등학교를 친구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녔기에 누굴 소개받거나 할 수도 없었죠.
 
고등학교 졸업 후에 부사관 생활을 시작할때도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으로 가다보니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여자를 소개받을 방법따윈 없었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만들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2번째 이유를 보시면 왜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 납득이 가실겁니다.
 
 
 
2. 여자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경험이란 게 뭔가 특별한 걸 얘기하는게 아닙니다.
 
워낙 남자들만 있는 세상에서 살다보니 여자와 대화하는 것조차도 어색하고 힘들었습니다.
 
원래 성격이 낯을 좀 가리는 편이기도 하고 대화를 해본 적도 없다보니 참 힘들더군요.
 
외모가 좀 된다거나 정말 말빨이 좋다거나 한게 아니다보니 어디가서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세상에 대한 경험도 너무 적었습니다.
 
보통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놀러도 다니고 하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참 많이 경험하게 될겁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전 고등학교 내내 기숙사에서 살다시피 했었고 문화생활이나 무언가 새로운 경험을 해볼 기회따윈 없었습니다.
 
일례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처음 본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지만 그 다음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본 건 20살때였습니다.
 
카페는 22살에 처음 가봤구요. 베스킨라빈스를 23살에 처음으로 가봤네요. 아직도 베스킨 들어가서 주문할때
 
제일 크고 맛있는 놈으로 주세요. 라고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불을 빵빵 찹니다.
 
고등학교 졸업후에 군생활을 하면서도 시간적인 여유나 무언가 함께 할 친구도 거의 없었기에 전 스스로 집돌이가 되어갔습니다.
 
그와 동시에 점점 더 솔로의 포스는 강해지고 있었죠.
 
이때는 슬슬 여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까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3. 연애경험 부족.
 
 
주변에 여자도 없었고, 세상 경험도 적은데다가, 말빨이나 외모도 되지 않는 한 20살은 문득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시간보내다가 정말 마법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흔히 혈기왕성한 나이라는 말이 있죠. 보통 중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때를 이르곤 하는데
 
남자라면 여자에 있어선 언제까지고 혈기왕성한 나이지 않겠습니까? 저도 물론 그랬습니다.
 
그 당시의 전 정말로 여자가 그리웠습니다.
 
여자와 대화해보고 싶어.
 
여자와 달달한 것도 해보고 싶어.
 
라면 먹고 싶어.(?)
 
등등 말이죠. 그래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고참들에게 가서 매달리고 조르기 시작합니다.
 
저 여자 좀 소개해주세요.
 
저 소개팅 좀 해주세요. 등등
 
하지만 슬프게도 군생활 하는 7년동안 저에게 여자를 소개해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이쯤되자 점점 초초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한가닥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 장교분께서 저를 교회로 데리고 간거죠.
 
상당히 큰 교회였습니다. 근무지가 광역시 였는데 그 도시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큰 교회였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제 핸드폰 연락처에 여자 번호가 10개가 넘어간 것이.
 
나이가 대학생 나이였던지라 대학부에 속하게 된 저는 군대문제로 인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은 집단에 처음으로 들게 됩니다.
 
이 때 처음으로 제 핸드폰 연락처에 여자의 번호가 10개를 넘어갑니다.
 
이 때의 저는 행복감에 가득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과 대화하고 무언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모두가 예상하는 일이 생깁니다.
 
네.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죠.
 
참 인기가 많은 친구였습니다.
 
나이가 저와 동갑이었던데다가 같은 조에 속해있다보니 금방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슬슬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여자에 대한 경험이 극도로 적었던 저는 둘만 있는 자리만 되면 말문이 막히고 긴장합니다.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영화보고 밥먹고 노래방 갔다가 수요기도회 참석한 날이었죠.
 
그 하루동안 전 도무지 열리지 않는 제 입과 할 말을 떠올리지 못하는 저의 머리가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분명히 그 쪽에서도 호감이 생겼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그 호감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지 아는게 없었죠.
 
오히려 자충수를 잔뜩 두게 됩니다.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이불을 뻥뻥차게 되는 일들도 많이 했습니다.
 
결국 저는 이런저런 문제로 인해 그 교회마저 떠나게 됩니다.
 
뭐 진짜 싸이코 같은 짓을 한건 아니었구요. 그냥 '쟤 왜저래...?' 정도의 말을 들을 짓을 몇번했습니다.
 
창피해서 못나가겠더라구요 교회....
 
 
그런 실패를 겪고 나니 슬슬 제 자신이 미워지기 시작합니다.
 
아, 난 왜 여자하고 말을 제대로 못하지?
 
난 왜 재밌는 스타일이 아닐까?
 
난 대체 뭐하는 놈이야.
 
아 이놈의 얼굴.... 등등
 
네거티브한 생각을 잔뜩하게 되고, 슬슬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 따위가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나 같은 놈을 만나줄 여자는 없을거야.'
 
그렇게 자신감이 부족해지기 시작하니 주변에서 한 두 번씩 지나가는 말로
 
여자 소개해줘? 라는 말을 해도 거절을 하게 됩니다.
 
내가 소개받고 나서 삽질하면 저 사람한테도 피해가 될꺼야.
 
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이 자신감 부족은 참 오랫동안 저를 괴롭히게 됩니다.
 
 
 
4. 자포자기. 비관적인 생각들.
 
 
그러는 와중에 몸과 얼굴이 점점 변해갑니다.
 
한때는 데뷔초의 샤이니 같았던 피부와 생기는 점점 사그라들고
 
아랫배가 슬슬 돌출되기 시작하며 목은 점점 짧아집니다.
 
그리고 그런 제 자신을 보며 스스로 더 비관적이 되어 갑니다.
 
 
난 안될꺼야.
 
나따위가 무슨.
 
등등의 생각을 하며 집에 틀어박히게 됩니다.
 
쉬는 날동안 한 번도 집을 나서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가 되어가고
 
운동량이 적어지자 몸이 불어나는 속도는 점점 가속화 됩니다.
 
제 스스로 저를 망치고 있었던 거죠.
 
에이 좀 살 찌면 어때. 어차피 만날 사람도 없는데.
 
같은 한심한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휴가를 써놓고 어디 가지도 않은채 집에서 쉬는게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점점 중증이 되어가는거죠.
 
그리고 그런 스스로를 보며 더욱 비관적이 되어갑니다.
 
그러다가 전속을 가게됩니다.
 
강원도의 산골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하는 일은 상당히 쉬워졌지만 그만큼 나태해지기 시작하죠.
 
 
고등학교 졸업 당시 61킬로 였던 저의 몸무게는 91키로에 육박하게 됩니다.
 
만사가 귀찮아지기 시작하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게 되며 턱선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죠.
 
이쯤되면 그냥 히키코모립니다. 일마치면 집에 틀어박혀서 게임을 하거나 티비를 보거나 먹거나
 
셋중 하나였죠.
 
그렇게 저는 점점 더 세상과의 벽을 쌓게 됩니다.
 
 
 
5. 그리고 두번째 스타트
 
 
저의 의무복무 기간은 7년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직업군인, 그중에서도 부사관은 장기복무자로 선발만 되면 철밥통입니다.
 
음주운전을 한다거나 민간인과 싸워서 사고를 친다거나 하지 않으면 진급이 좀 늦어진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먼저 짤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사고 안치면 진급은 늦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합니다. 그리고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죠.
 
그런 철밥통을 바라보고 시작한 군생활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전 장기복무가 이미 확정된 상황이었고, 진급도 해서 혼자 먹고 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월급을 받고 있었죠.
 
그러다가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난 평생 이렇게 살찌고 게으른 놈으로 어영부영 살다가 죽겠구나. 라고 말이죠.
 
안정된 직업 때문에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전 결심합니다. 제대를 하기로.
 
 
주변사람들은 다들 뜯어말리기 바쁘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줄 아니.
 
미생 못봤니? 밖은 지옥이다.
 
서로 못해서 안달인걸 넌 왜 스스로 걷어차려고 하니.
 
 
다 저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줄은 압니다.
 
안정된 것을 걷어찬다는게 요즘 세상에 얼마나 미친 짓인지도요.
 
 
하지만 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무언가 커다란 변환점 없이는 그런 저의 나태함을 벗어버릴 자신이 없었거든요.
 
하루하루 죽어간다는 느낌의 생활은 저의 자존감을 한없이 깎아먹고 있었기에
 
결국 전 올해 3월1일부로 전역을 하게 됩니다.
 
 
 
전역하면서 다짐한 게 하나 있었죠.
 
올해 안에 무조건 연애를 하겠다. 난 할 수있어. 
 
그런 다짐과 함께 제일 먼저 시작한게 운동입니다.
 
전역하기 직전에 쟀던 몸무게는 91키로.
 
20살때 몸무게였던 61키로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60키로 후반에서 70키로 초반까지는 가고 싶었습니다.
 
먹는 것을 확 줄이고 아침 저녁으로 등산과 트래킹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7월 중순이 된 지금, 전역하고 4달반이 지나서 몸무게는 76키로 정도로 줄었습니다.
 
한 15키로 정도 빠졌네요.
 
점점 살이 빠지는 제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할수있구나 라는 마음과 함께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사람들도 만나기 시작합니다.
 
요즘에는 이런저런 어플에서 작은 모임들을 하기도 하더군요.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들도 만나고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머리도 길러보고 염색도 해보고, 옷도 쇼핑하러 가고....
 
 
 
그렇게 스스로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는 걸 느끼며 사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살 빠지고 머리도 하고 옷도 사고 해도.....
 
안생기더군요. 흐허허흐헣ㅎ흫허흫ㅎㅎㅎ헣흐헣
 
 
하지만 이제 저는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조금씩, 여자들을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대화하고 어떻게 호감을 얻는지 배워갈겁니다.
 
언젠가는, 저를 좋아해줄 누군가를 만나게 될거라고 전 믿어요.
 
그렇게 되면 솔로부대에서도 전역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그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엔 보통 모태솔로들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리고 왜 모태솔로를 탈출하기 힘든지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쓰다보니까 저의 과거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네요.
 
하지만 결국 모태솔로인 분들은 대부분 비슷한 원인을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주변에 여자는 없고, 그러다보니 여자들을 겪어본 적도 없고, 그러다보니 여자친구가 없는...
 
결국은 이 싸이클을 반복하게 되는거죠.
 
그래서 모태솔로의 굴레는 빨리 끊으면 끊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정말 잘생겼거나 정말 말을 잘하거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거나 하지 않으면
 
여자가 먼저 다가와주는 경우는 없다고 보는게 맞겠죠.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로 모태솔로를 벗어날 수 없어요. 저 지옥같은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죠.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모태솔로분들.... 우리 다같이 힘내고 스스로 노력해서,
 
 
나만 빼고 다 있다는 여자친구란거, 한번 만들어 보자구요.
 
화이팅입니다.
 
 
 
 
 
나중에 시간될때, 당장 저번달에 겪은 따끈따끈한 안생겨요 경험을 들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만 26년하고도 6개월동안 모태솔로인 나의 머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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