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글을 쓰고, 바빠서 못 들어오다가 다음날 접속했습니다.
일단.....일이 너무 커져서 당황했습니다. 댓글로 뭔가 말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더군요.
제가 다시 한번 글을 쓰는 이유는 오유라는 인터넷 공간에서 한번쯤은 정리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오지랖 부리는거 같아서 조금 겁납니다만...
제가 가장 당황했던 것은 "시노자키 아이"의 사진이 불쾌했다는 댓글들이 꽤 많았다는 겁니다.
저는 그 불쾌감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넬라의 게시물을 봤는데 댓글의 양상이 정반대에 가까운..찬양 일색이더군요.
사진의 노출 수위로만 따지면,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더 야해보일 수 있는 사진이었는데 말이죠.
도채체 시노자키 아이의 사진이 불쾌했던 이유가 뭘까요?
자신의 성적 매력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여자 모델에 대한 불쾌감?
아니면 시노자키 아이를 보면서 환호하고 있는 남자들에 대한 불쾌감?
또는 (내가 보고 싶지 않은) 이런 야한 사진을 게시판에 올린 게시자에 대한 불쾌감?
그런데 왜 그 불쾌감이 아넬라의 사진에서는 작동하지 않았을까요?
그녀의 직업을 생각해보면 아넬라의 사진도 다분히 상업적이고 남자들도 환호했고 그리고 야했습니다.
이 잣대의 차이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건가...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에서 오는 것인가?
(실제로 홈쇼핑 속옷 모델이 서양인 일색으로 바뀐 이유 중의 하나가 동양인을 모델로 썼을 경우 선정적이라는 항의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국내 모델의 기피현상, 저렴한 모델료, 외국 모델의 신체 조건 등의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요)
아니면 근육질의 여체는 야함을 느끼지 않는건가?
그런데 어떻게 생각해봐도 저는 그 불쾌감에 동의할 수가 없더군요.
야함의 기준에서 치골까지 보여주는 사진은 멋진 것이고, 가슴을 모은 사진은 불쾌하다는 건 너무 모순적이니까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한때 우리는 여성의 어깨에 흘러내린 브래이지어 끈만 봐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워하던 시대를 살았습니다.
어머니가 보시던 여성시대 같은 잡지 속 (20페이지 이내에 항상 있던) 속옷 모델 사진을 보며 자위를 하곤 했는데
그게 정말 큰 죄인 줄 알고 사춘기를 보냈죠.
구한말 여성에게 순결을 강요하던 유교식 문화와 배우자 이외의 sex를 죄로 취급하는 기독교가 만나버렸으니
sex를 입에 올리는 것, 상상하는 것, 자위하는 것 모두가 터부시 되어버렸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는 생각으로 간음하는 것도 간음이라고... 상상하는 것도 죄라고 설교를 했었죠. 개자식...)
지금이야 섹시하다는 말이 칭찬에 가깝지만,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섹시한 여자는 경멸 대상이었죠.
젖통이 큰 여자는 멍청하다. 골반을 보니 남자 여럿 잡겠다. 허리 잘 돌리겠다. 저 xxx 색기 쩐다.....등등등
(나름...순화한 표현입니다...사실 이보다 더 심했죠)
아마도 시노자키 아이 게시물에서 불쾌감을 느꼈다면 분명 사진의 수위가 아니라 모델이 주는 분위기 때문일겁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유로 잘 포장해서 변명하지만, 사실은 sex 또는 sexy 한 여자를 터부시했던 과거 사희적 의식의 잔재가 발동된 것이구요.
그래서......그래서요?
TV에서 피임약 광고를 하고, 하다못해 탱크탑이나 크롭탑을 입은 여성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기 2015년 고도화 된 산업사회에서
오유만큼은 (한강공원 수영장만 가도 원없이 볼 수 있는....) 고작 비키니를 입은 여성 모델의 사진조차
아무도 없는 방구석 "작박구리" 폴더에서 봐야한다는 건가요?
그래서 그것을 관철시키고 싶어서 비공감을 누르고 댓글로 비난을 하고 자신이 옳다 그럴 듯한 이유를 만들어 내는 건 아닌가요?
이 사회에는 정도를 이미 훌쩍 넘어버린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어마어마한 수의 성매매 업소, 한국식 노래방 문화, 소라넷.....그리고 성희롱 성추행...
시노자키아이의 사진을 보며 좋아하고, 좀더 양보해서 조용히 현자타임을 가지는 정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의 건강한 문화인겁니다.
그런 문화를 굳이 음지로 끌어내리려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