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53551
수업 내용 중 일부만 발췌해 "선동·편향" 마녀사냥... 고발하면 상품권 지급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A 교사는 지난달 11일 <월간조선> 인턴기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사연인즉슨 지난해 그의 수업 내용 중 일부를 한 학생이 몰래 녹음해서 <월간조선> 사이트에 올렸는데, 수업에서 관세 자주권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어떤 취지로 그런 수업을 했느냐며 취재를 요청한 것이다.
이 기자는 당시 '레이디블루'가 운영하고 있는 선동·편향수업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바탕으로 이른바 '정치편향수업'의 실태를 전국적으로 취재하는 중이었다.
A 교사는 당시 기자의 질문에 "수업 내용 중 강화도조약 설명 시 관세 자주권 관련 내용을 현대에 빗대어 설명한 것뿐이다. 특정한 정책이나 인물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설명이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기자는 "수업 내용 중 광우병 내용이 나오는데 그것은 편 가르기 아니냐"고 재차 물었고, A 교사는 "편 가르기 한 것이 아니다. 광우병에 관한 것도 알고 보면 잘못 알려져 있는 부분도 많아 잠시 얘기한 것 뿐"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자가 스승을 신고하는 시대
A 교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참담함을 토로했다. 자신의 수업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고 기사화된 것도 마음 아프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서로 고발하고 신고하는 시대가 되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학생들이 교사를 고발하는 사이트가 생기고, 그 대가로 문화상품권을 받는 등 우리 사회가 굉장히 불건전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수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여러모로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하는데 엉뚱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업 내용을 침소봉대해서 학생들이 들은 수업 내용 가운데 광우병 한 마디 발언한 것을 따서 왜곡된 기사를 쓰는 기성세대들이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한다. 과연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기본법 제 6조 1항은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14조 4항에도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서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사가 교단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그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 어떻게 정치적 중립으로 성립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오히려 교사는 학생들에게 생각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항기 때 우리 선조들이 우매했던 것에 대해서 비판하고 다시는 우리가 이런 실수를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는 앵무새가 아니다"
이어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과서를 앵무새처럼 읽어주는 것이 아니지 않나. 학생들의 사고를 열어주고 건전한 비판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하여 주는 것이 교사 본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얘기를 학생들이 그대로 따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교사가 할 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광우병 얘기를 하기 이전에도 몸에 나쁜 소시지를 먹지 말라고도 했고, 청소년 유해 식품이라며 공문 내려오는 콜라나 사이다도 먹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얘기했었다"고 전제한 뒤 "그렇다고 학생들이 안 먹나. 당연히 먹는다. 그러면서 스스로 가치 판단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현 교육은 학생들을 그런 가치 판단마저 못 하게 만들어 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A 교사는 의식화된 교사들을 보수단체와 보수언론이 서로 공조하면서 사냥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일들을 통해 교사들을 자기 검열하게 만드는 거다. 민주주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말하면서 스스로 자기를 스스로 검열하는 참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