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취임 1년]'코리아 패싱' 우려 속 출범..'한반도 운전자' 거쳐 '승부사'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70% 안팎에 머물렀고, 최근엔 80%를 넘나들고 있다. 여야,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극심한 한국 정치지형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율이다. 특히 조기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기초 마련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성과’가 높은 지지율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가혹한 외교안보 환경에서 출범했다. 북한 핵능력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됐고 미국에는 역사상 가장 예측 불가능한 정부가 들어선 상태였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관계는 수교 이래 가장 적대적이었고 한·일관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 간 합의의 여파로 더 내려갈 곳이 없었다.
출범 초기 외교적 성과는 크지 않았다. 북한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했고 문 대통령의 ‘베를린선언’에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행보를 이어간 것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탄식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벽에 갇힌 것 같던 문재인 정부에 길이 열린 것은 역설적이게도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였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돌연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남북 대화의 대통로가 열리자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했다.
정부는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미래와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하고 ‘핵 없는 한반도’라는 남북 공동 목표를 재확인함으로써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대장정의 시작을 알렸다. ‘코리아 패싱’을 우려하던 한국은 단숨에 동북아시아 외교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한·중, 한·일 관계에서도 막강한 지렛대를 갖게 되는 성과를 낳았다.
불과 수개월 만에 이뤄진 갑작스러운 성취가 북한의 태도 변화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지만, 문 대통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의 정책변화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모든 언론이 문 대통령을 ‘승부사’ ‘탁월한 협상가’로 평가하게 된 이유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서 “외교는 테크닉이 아니라 진정성과 성의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