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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마담의 가락시장 이야기 1: 아내의 노래
게시물ID : lovestory_748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핑크마담
추천 : 0
조회수 : 10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7/14 23: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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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마담의 가락시장 이야기 1:  아내의 노래
 
어디선가 익숙한 노래가 들립니다.
저도 모르게 귀가 그곳을 향합니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의 나이가 있나요. ……”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내 나이가 어때서>란 노래입니다.
 
이곳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그 넓고도 넓은 가락시장에서도
야채나 과일, 나물 등을 파는 청과직판시장.
밤을 새워 장사를 하며 바쁜 시간들을 보낸 상인들이
슬슬 한가해지기 시작할 때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아침 6시 반,
다른 직장인이라면 출근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입니다.
희미하게 들리던 노랫소리가 점점 더 커지더니
이윽고 건장한 체격의 아저씨가 나타납니다.
늘 이 시간이 되면 노래와 함께 등장하는 아저씨입니다.
 
연일상회 이광성-1.jpg
 
노래는 상인들이 일명 ‘딸딸이’라는 부르는 바퀴가 두 개 달린
자그마한 수레에 실린 앰프에서 흘러나옵니다.
그런데 가사가 좀 이상합니다.
가수도 바뀐 것 같고요.
 
“야야야 직판장이 어때서 장사하기 딱 좋은 곳인데
입구도 많고요 주차장도 넓어요 직판장이 내 터전인데 눈물이 나네요
직판장이 어때요 장사하기 딱 좋은 곳인데
어느날 갑자기 관리공사에서 우리를 지하로 가라내요
지하에는 못 가요 죽어도 못 가요 지하에는 죽어도 못 가요”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한 저는 며칠 전에 그 아저씨의 가게를 찾았습니다.
가게는 네 개의 큰 건물로 이루어진 직판시장에서 나동 건물에 있었는데
연일상회라는 자그마한 간판이 저를 반겼습니다.
콩이 담긴 자루와 취나물 박스가 가게에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연일상회 이광성-2.jpg
 
그런데 개사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또 누구였을까요?
그 주인공은 바로 연일상회 사장님의 아내였습니다.
아내가 부른 노래를 들려주면서 그 넓은 직판시장을 도는 연일상회 사장님.
요새는 아내에 대한 정이 새롭게 돋아날 듯합니다.
 
지금 청과직판시장 상인들은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락시장 전체를 관리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시설현대화랍시고 새로 지은 건물의 지하로 들어가라고
상인들을 다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대 재계약 마감일이 내일까지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곳 지하를 한 번이라도 가본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이곳은 장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제가 연일상회 사장님의 딸딸이를 빼앗아
잠시 직판시장을 돌았는데 지날 때마다 주변의 상인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가 하면 박수도 쳐주더군요.
그러더니 오늘은 어깨춤이 예사롭지 않은 어떤 상인이
그 딸딸이를 빼앗아 시장을 돌았습니다.
그 작은 앰프를 실은 딸딸이는 어느덧 직판시장의 마스코트가
되어 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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