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세 분석/ 말바꾼 미국과 열받은 북한- 트럼프 어디까지 벗겨낼까?> 오늘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북한 외무성의 성명이 나왔다. “미국이 우리의 평화 애호적인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우리에 대한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왜 이런 반발이 나왔을까. 내가 볼 때는 미국이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말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대신 ‘PVID(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하라고 했고, 존 볼턴은 지난달 29일 “북한과 논의할 것이 과거보다 많아졌다.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생화학무기도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볼턴은 4일에도 백악관에서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만나 북한이 보유한 대량 살상무기와 중·단거리를 포함한 모든 탄도미사일의 폐기를 위해 양국이 긴밀히 연대하기로 합의했다. ICBM 내놓겠다고 했더니 미사일까지 몽땅 폐기시키겠다는 것이다. 애초에 요구 확 올리는 것이 협상 전략일 수도 있지만, 이건 말을 바꿔도 너무 바꾸고 고압적이다. 북한은 핵무기와 ICBM을 주겠다고 딜을 하려 했는데, 갑자기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데로 가고 있다. 북한은 편들어줄 데도 없고 정말 갑자기 불쌍해보인다. ‘완전한 핵 폐기’도 핵무기 폐기만 확인시키면 되지만, ‘영구적 핵 폐기’라는 조건엔 북한이 보유한 핵 기술자와 연구데이터까지 모두 포함된다. 북한의 핵 기술자는 수백~수천 명이 될텐데, 어떻게 하면 미국이 받아들일까. 다른 연구에 돌리겠다고 해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이들을 미국에 다 데려갈 것도 아니고, 또 그건 북한도 받아들일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영구적 핵 폐기를 했다고 미국이 인정할 수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또 생화학무기까지 폐기하라니 열 받을 게 뻔하다. 더 값을 쳐줄 것도 아니면서…. 그래서 외무성이 우리의 평화 애호적인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지 말라고 반발하는 것이다. 이건 내가 북한 입장이라도 열 받아 폴짝 뛸 일이다. 내가 볼 때는 미국이 핵무기와 ICBM만 받으면 됐지, 연구 인력이나 생화학무기, 나아가 미사일 몽땅 폐기하겠다는 너무 욕심내는 것이라 본다. 바지 벗어주겠다고 했더니 팬티까지 홀딱 벗으라는 식이다. 지금은 바지만 벗겨도 충분하다. 팬티 벗기려면 나도 그만큼 지불해야 하는데, 미국이 할리 만무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소 날짜 정해졌으니 곧 발표한다고 해놓고 이틀이니 질질 끄는 것도 물밑 조율 보고 발표하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이 팬티까지 벗겠다면 자기가 평양까지 못갈 이유도 없다. 이런 맥락에서 싱가포르로 회담 장소가 결정되면 이건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다. 물밑 협상이 원만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론되는 장소 중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언제든 회담장을 박차고 나와 쉽게 미국으로 돌아오기가 제일 좋은 곳이 싱가포르다. 언론을 보면, 판문점이나 싱가포르냐 이런 데 관심을 갖고 있고 또 심지어 김정은 배려해서 트럼프가 발표하지 않는다는 식의 분석도 나온다. 내가 볼 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 진짜 핵심 위기 국면이다. 물밑에서 항해하던 잠수함이 빙산을 만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