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년 년수를 세어보니 벌써 3년이나 전의 일이네요.
감사한 마음 전하는 글이니까 음슴체 안쓰고 씁니당.ㅎ_ㅎ
고3때의 일이었어요. 그 당시 제가 살던 동네는 주택들 뒷편에 산이 있는 곳이었어요.
제가 사는 아파트는 그 중에서도 가장 변두리라서, 아파트 뒷편으로 나가면 바로 논과 밭과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는데요.
좀 복잡해서 그림으로 첨부했습니다!
A가 아파트 단지구요, B는 논이랑 밭, 무덤이 있구요 저기 - - - - 표시가 있는 곳이 버스가 지나다니는 도로예요!
검은색으로 칠해진 부분은 사람과 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아스팔트 길이고..
하늘색 점이 종점 정류장인데, 보시다시피 논이랑 밭들 사이에 도로가 난 격이라 뒤는 어둡고 산이예요; 무덤도 있고..
그림으로 보시는 부분이 거의 동네 뒤쪽인데.. 왠만한 주택들은 다 동네 앞쪽에 있기 때문에
종점에서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원래는 밤에는 저 곳이 어둡고 으슥하니까 저리로 잘 안다니지만.. 그날따라 피곤해서 집에 빨리 가고 싶어서 종점에서 내렸어요.
근데 ㅠㅠ 제가 내릴 때 왠일로 같이 내리는 사람이 있는거예요. 그것도 술 잔뜩 취한 아저씨가..ㅠㅠ
제가 먼저 내려서 살짝 뒤돌아봤는데 이상한 소리 내면서 막 제 몸 못가누시면서 내리시는데 좀 .. 무서운 감이 들어서
설마 날 따라오진 않겠지만 그래도 멀리 떨어져 가는 게 좋겠다 싶어서 막 뛰었어요. 근데
갑자기 ㅠㅠㅠ어어 ㅠㅠ 지금 생각해도 공폰데 뒤에서 "아가씨 왜 뛰어~~~??? 아가씨 뛰니까 나도 막 뛰고 싶어지잖아~~~" 하고 막 뛰어
달려오시는 거예요 ㅠㅠ 정말 여러분 아세요? 그 땐 진짜 몸이 굳고 공포감에 뒤도 못돌아봐요;; 뒤돌아서 얼마나 쫓아오는지 확인하고
얼굴도 확인할 것 같지만 그 땐 진짜 공포감에 뛰기만 했어요 진짜 울먹거리면서 뛰는데
그 때 마침 앞에서 어떤 젊은 남자분이 편한 차림으로 걸어오고 계셨는데, 이쪽 상황을 보신 듯이 막 뛰어서 제 앞을 지나쳐 그 아저씨를 잡더니
(몰랐는데 그 아저씨랑 저랑 거리가 꽤 가깝더라구요 ㅠㅠ 따라잡힐 뻔했던 거죠..)
"아저씨 왜이러세요?" 하고 제가 어ㅠㅠ 어어ㅠㅠ 하면서 뒤돌아 그분 쳐다보니까 그분이
"학생!! 빨리 가요!"하고 재촉해 보내시더라구요..
너무 당황해서 감사도 못 드리고 막 뛰어 아파트 단지쪽으로 도망갔어요..
얼핏 등 뒤로 소리 듣는데
"아니 저 학생이 날 보고 뛰잖아?? 그냥 나도 뒤에서 뛴 것 밖에 없어!"
"아저씨 그렇게 뒤에서 쫓아오면 여학생이 얼마나 무서워할지 모르세요?"
제 은인 분ㅠㅠ 감사 인사라도 했어야 하는데 너무 무서워서 그냥 집으로 달렸네요..
정말 너무 공포스러웠는데 뛰어들어 제지해주시고 막아주셔서 저는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평소에는 내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이렇게 이렇게 대처해야지 하고 시뮬레이션 잘 하다가도, 막상 그 상황이 되니 공포심만 느끼고 뛰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어요..ㅠㅠ
그 때도 오유에 올려볼까 했는데 설마 오유 하실까? 싶어 그냥 그만뒀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오유가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은 분들이 이용하고 계셔서 혹시나 계시지 않을까 해서 올려요. 그리고 또, 비명소리 듣고 신고하신 여자분 글이랑 그 댓글 다신 맘 따뜻한 분들 보고 올려요.ㅎㅎ
혹시나 계시다면, 그 땐 정말정말 감사했습니다.
그 뒤로는 알아서 조심해서 절대 그 정류장에서 안내렸어요.ㅎㅎ
3년 전에 사*, K아파트 뒤편에 논밭 사잇길에서 저 도와주셨던 남자분.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아직도 잊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안잊어버릴거예요.
세상은 따뜻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