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오유에 그리스에게만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글이 추천을 많이 받아 베스트에 오는 걸 몇번 보게되서 제 생각도 한번 적어보고자 합니다.
물론 유로존만 옹호하는 글은 아닙니다. 단지 다각적으로 보고자 써보았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현안으론 그리스가 망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IMF에서도 권고했듯이 그리스엔 좀 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줘야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것보다는 그리스에만 우호적인 시각을 보내는 분들이나 그리스에만 적대적인 분들에게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적어보았습니다.
현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현재 그것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아 채권단과 협상하고 있습니다.
일단 IMF 건 한정으로 디폴트 선언도 했구요. 지금 치프라스 총리는 한참 고통받던 그리스가 이대로는 도저히 못 참겠다고 하여 근래에 뽑힌 사람입니다. 전부터 권력을 잡았던 사람이 아니죠. 기존 그리스 권력층과 다른 시각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 합니다. 처음 구제금융안을 승인하고 실행한 정권과 지금 정권은 여러모로 다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 정권과 협상한 채권단이 새로운 정권이라고 해서 안을 그리스 입맛에 맞게 바꿔줄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가 이명박 정권 때 체결한 ISD조항 같은 걸 이제와서 어쩔 수 없듯이 체결 전에 신중해야 하는 것이지 한번 체결된 것을 한쪽이 맘에 안 든다고 바꿀 수 있는 경우는 상당히 적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업률 40%가 넘고 연금삭감으로 자살자가 상당수 나오는 그리스에서 더 이상의 연금삭감 등을 받아들이는 건 맞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현 상황은 이렇군요.
우선 EU의 시각을 보면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고 그것을 갚지 못한 나라입니다. IMF 돈을 빌려가서 갚지 못한 최초의 나라이죠. EU기금도 공짜로 쌓이는 것이 아닙니다. 각 회원국들의 돈을 모아 그것으로 지원하는데 내가 독일인인데 내 세금으로 만약을 대비해서 EU기금 쌓아놨더니 그리스에서 다 긁어갑니다, 당연 좋아할리가 없겠죠. 그러다 보니 회원기금을 되돌려 받을 가능성이 없는 나라에 지원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됩니다. 그러나 지금 그리스가 디폴트가 발생하면서 EU를 탈퇴할 경우, 포르투칼, 스페인 등에도 위기가 번질테고 현재의 기금으로 모든 나라를 살리기엔 부족합니다. 그리스를 지금 내치기엔 부담이 될 만하죠.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지원하긴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현재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현 구제금융안에 반대하는 정권들이 득세하기 시작한 이탈리아, 포르투칼 등에 대해서 EU의 협상부담이 많이 커집니다. 무조건 지원할 경우 남유럽 쪽의 다른 나라들과 그리스의 형평성상 조건을 맞추기가 더욱 까다로워 집니다. 조건을 엄격하게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일정부분 있는 것이죠. IMF에선 이미 이자를 갚지 못할 경우 더이상의 지원은 없다라고 못을 박아둔 상황이기 때문에 ECB는 더더욱 선택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보여집니다. 그리스를 구할 자금은 뭐 갑자기 러시아나 중국이 자금 지원해주지 않는 이상 자신들의 돈만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앞서 말했듯 남유럽의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걸려있고 그리스는 결정적으로 갚을 능력이 보장이 되지 않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매일 부울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리스는 부정부패와 탈세가 굉장히 심각한 나라입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탈세 부분만 잘 해결해도 빚 갚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일례로 외신 기사 중에 그리스에 수영장 딸린 집을 가진 부유층들이 사는 지역에서 실제 수영장을 가진 사람과 수영장 세금을 내는 사람 수의 차이는 4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식으로 탈세에 대해 조명한 기사들이 몇몇 있습니다. 탈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는 상위 계층에 대한 복지가 꽤 높습니다. 하위계층은 죽을지경인데 반해 상위계층에 대한 복지 지출은 하위계층에 비해 상당히 크게 지출되면서 정부 자체가 이러한 경제 불균형 해소에 대한 의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고 여겨지는 사실이 많습니다. 이렇다보니 EU에선 그리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가 어렵죠. 그렇다고 내치기엔 그리스를 필두로 본원적인 경쟁력에 비해 더 강한 유로화 환율에 고통받던 나라들이 줄줄이 탈퇴할 가능성도 없잖아 있는데다 유로존에 있다고 해서 아무런 도움도 못 준 저들에 대해 신뢰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 그냥 버리기에도 아쉬운 상황입니다. 그리스에 관한 익스포져도 산출했고 규모도 2011년에 비해 줄였다고 하나 여전히 큰 규모인 것도 부담이고요. EU의 입장에선 이러기도 저러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그리스의 경우엔 간단합니다. 실업률이 40%가 넘습니다. 가만히 눈뜨고 연금삭감 당하면서 내 돈 다 뜯깁니다. 우리나라도 IMF 경험국이니 만큼 다들 잘 아시겠지만 신자유주의를 급가속 시켜 더더욱 불평등 구조가 가속화 되면서 더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때처럼 IT기업 성장, 신용 경제 확산, 환율로 인한 수출 증가 등등의 IMF 탈출 시나리오가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앞서 EU시각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곳은 탈세도 심하고 상위계층의 복지 지출 등으로 하위계층 돈이 더 마르면서 경제가 회생 될 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동시에 가장 중요한 환율이 유로화에 고정되어 있어 본원적인 경쟁력에 비해 너무나 고평가 된 환율은 회생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들죠..이 상황에 평생 열심히 일 하시고 은퇴하시는 노인분들은 당연히 받아야 될 연금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더욱 줄어들어 구걸해야 연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고 젊은 층은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스는 선택의 여지가 굉장히 적죠. 그러나 유로존 탈퇴라는 말을 쉽게 꺼내기 힘든 것은 디폴트 상황과 함께 일어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위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 디폴트 상황에서 탈퇴 할 경우 그리스 국채는 휴지조각이 됩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정부 자체에서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없습니다. 돈이 한푼도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고 마냥 상황지켜보는 것 외에는 뭘 할 수가 없습니다. 동시에 이미 하루 인출제한이 걸려 있는 그리스가 예금자에게 줄 돈 자체가 없어서 경제 자체가 마비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드마르크화로 돌아가더라도 지금 돌아가면 그리스 화폐는 가치가 없습니다. 아무도 신용없는 그리스 화폐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죠. 돈 빌려줬다 갚지 않는 그리스 화폐를 누가 신용할까요, 전후 독일의 초인플레이션을 지금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긴 화폐경제가 아니라 물물교환 경제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크죠. 이렇다 보니 그리스로서도 사실 지금 유로존 탈퇴는 부담스럽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돈 많은 데서 그리스 국채 다 매입해주고 돈도 빌려주겠다고 하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기댈 곳 이라곤 ECB 밖에 없는데 치프라스는 패기롭게 국가를 걸고 총선으로 이기면 채권단이 고개숙인다에 배팅한 상황입니다. ECB 성질 긁으면서 한 것이니 만큼 도박이 성공하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네요. 치프라스가 강하게 나온만큼 여기에 고개 숙여 버리면 다음 이탈리아, 포르투칼 등과의 협상도 힘들어질 수 있어 쉽게 받아주긴 힘들꺼라 봅니다. 뭐 여튼 그리스는 자국 내 상황이 암울한 만큼 어떻게든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하지만 당장 유로존을 박차고 나가 드마르크화를 쓰기엔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현재 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더 힘들어 질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구요. 여담이지만 회담 중간에 박차고 나가서 재무장관과 협의도 안 한채 총선을 선언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리스의 현 상황을 좀 더 널리 알리고 눈물 호소 등을 통해 동정론으로 가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기존 정권과 교체된 정권이니 만큼 탈세 부분도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말이죠. 이미 늦은 말입니다만 새로운 정권이니 만큼 새롭게 바라봐달라 라고 유로존 내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현재 보다 더 좋지 않을까 여겨집니다만 메르켈 조차도 차갑게 돌어선 상황이라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네요
현재까지 제가 쓴 사안을 보면 유로존과 그리스 상위계층이 손 잡고 그리스 국민을 괴롭히고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 말씀대로 치프라스와 국민들이 지금 부패하고 돈 욕심만 가득한 그리스 상위계층과 유로의 거부들과 싸우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반대로 그리스가 복지로 망했다는 것도 탈세와 상위계층 하위계층에 대한 그리스 복지 지출 차이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가 복지로 망했다거나 지금 악의 축인 유로와 싸우고 있다 이 둘다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제 생각입니다.
IMF가 굉장히 좋지 않은 조건을 거는 것도 맞고 저렇게 고통받는 그리스 국민을 내버려두는 EU가 그리스에 있어 존재의의가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특정한 쪽이 악의축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고 그리스가 과도한 복지 지출이 있었다고 믿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양쪽의 상황이 복잡하게 걸린 만큼 너무 치우치게 해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적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회담 중간에 박차고 나가서 재무장관과 협의도 안 한채 총선을 선언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리스의 현 상황을 좀 더 널리 알리고 눈물 호소 등을 통해 동정론으로 가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기존 정권과 교체된 정권이니 만큼 탈세 부분도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말이죠. 이미 늦은 말입니다만 새로운 정권이니 만큼 새롭게 바라봐달라 라고 유로존 내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현재 보다 더 좋지 않을까 여겨집니다만 메르켈(독일 내에서 그리스 그만 도와주라고 압박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차도 차갑게 돌어선 상황이라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