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부터 비핵화를 이끌어내고,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 종전 협상까지 이끌어내는 과정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 철수는 중국이 종전 협상에 참여할 명분 중 핵심인 반면, 김정일이 노통에게 밝혔듯이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비핵화를 조건으로 종전 협상까지 가능하다는 말을 하는 이유는 남북한이 대중국 봉쇄의 핵심인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이 땅의 수구세력들이 빨갱이 몰이라는 남남갈등을 통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진보진영 모두가 주한미군 철수에 찬성한다고 몰아감으로써 빨갱이 타령과 종북 프레임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통을 잃고 나서 노통이 왜 한미FTA와 이라크파병, 조건부로 제주해군기지를 추진했는지 깨닫게 된 노통과 문통의 지지자들은 남북평화체제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에 눈을 떴습니다.
남북한평화체제가 구축되고 북한경제의 한국경제의 종속성이 커진다 해도 북한과 중국의 특수관계를 아는 문통의 지지자들은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인정합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진행될수록 주한미군 대폭 축소와 주둔비용 재조정(미국의 부담을 대폭 늘림), 미군 범죄에 대한 국내법 적용, 전작권 회수도 진행돼야 함은 당근이고요. 문통이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도 김정은으로부터 이에 대한 확답을 받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 연방정부가 모든 악의 축이라고 주장하는 제가 트럼프 비난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서는 일체의 비판도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이전의 연방정부를 이끌었던 대통령들과는 달리 군산복합체와 월가를 중심으로 한 전통의 엘리트 집단의 이익을 위해 미국을 신용불량국가로 만든 것에서 벗어나 있는 이단적 대통령이라는 점이 작금의 기적 같은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트럼프 비판을 멈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통이 북한과의 논의에서 트럼프와 모든 것을 공유하고 투명함을 유지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문통은 미국 대통령의 동의 없이 북한과의 어떤 대화도 실질적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을 노무현과 김정일의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절감했을 터이고요. 문통이 임기 초반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 독일 등으로 날아간 것도, 평창올림픽 성공에 올인한 것도 이를 위한 사전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문통이 남북정상회담을 하자마자 미국을 방문해 한미정상회담을 갖는 것도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에서 돌발변수가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북한에게 중국 우선권(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고위급이 중국을 방문해 회담 결과를 알려줄 것이다)을 주는 대신 우리가 미국 우선권은 계속해서 가져가겠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김정은보다 트럼프를 제대로 관리해야 이후의 과정이 가능하니 문통으로서는 트럼프와의 신뢰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는 이제 뚜렷하게 종전협상과 남북평화체제가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합니다. 남북한의 공동 번영도 손에 잡힐 것 같습니다. 문통의 일처리가 너무나 치밀하고 완벽에 가까워서 살아서 보지 못할 것이라고 포기했던 것들을 볼 수 있다는 희망에 들떠 있습니다. 죽기 전에 선친의 고향(황해도 해주)도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고요. 문통은 지금 세계의 중심에 있으며 새로운 세상을 열고 있습니다. 해서, 다시 한 번 외칩니다,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