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글에서도 등장했던 헬스장의 나무 머루는 이제 나의 소중한 영적친구입니다.
머루가 있는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않는 아주 척박하고 좁은 땅입니다.
지저분한 쓰레기들이 있는 땅위에 아무도 돌봐주지않는 나무 몇그루 사이에 서있죠. 그런 머루의 뒤로 너무나 예쁘게 꾸며진 공원이 있습니다.
눈부시게 파란 잔디위에 이쁘게 다듬어진 나무들이 일렬로 줄지어서있고 중간중간 색색의 이쁜꽃들이 푸른나무들을 더 돋보이게 하는 공원입니다
아무렇게 흩날리고있는 머루뒤로 푸른 햇살에 빛나는 잔디위의 나무들을보면.. 흡사 삐까번쩍한 부잣집옆에 초라하기 그지없는 초가집 같아보입니다.
언젠가.. 머루때문에 맘이 짠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머루야.. 근데 넌 무슨나무니.. 소나무니?"
제가 워낙에 식물에 대해서는 무지한지라..^^;;
"소나무..? 그게 뭔데.. 무슨나무냐니.. 난 그냥 머루인데..허허.."
"아니.. 소나무같은 이름있잖아.. 품종같은거.. 몰라?"
"모르는데.. 아무도 나한테 무슨나무라고 말해준적없는데.. 그게 있어야하나? 혹시 그거모르면 날 보러안올꺼니...... 그게 중요한거야....?"
"아니......... 절대.. 아니야.... 내 가장 소중한 친구인걸.. 나한테 가장 특별한 나무인걸.. 그게 중요한거지.. 나한테 특별하다는게.." ?
식목일이었습니다..
"머루야..오늘 너의 날이야.. 식목일이라고하는데 너희들의 날이야..축하해.."
"그래?? 그런것도 있어? 그런데 이런날 왜 우릴 귀찮게하고있어?"
공원쪽을 보니 작업하시는분 여러분들이 나무들마다 붙어서 잎을 가위로 이발을 하시고 계시더군요..^^;;
"난 너무좋아.. 저렇게 나를 손대고 귀찮게 하지않으니까..흐흐.. 재들이 날 얼마나 부러워하는데.. 난 정말 좋아.."
"그래.. 하지만 가끔난.. 니가 좋은장소에서 햇살도 많이 받고 좋은땅에서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왜냐면 난 널 사랑하고 아끼니까.."
"아니야.. 나는 여기가 젤 좋아.. 이만큼의 바람.. 이만큼의 햇살.. 이만큼의 땅.. 그리고 내옆의 친구들.. 난 이곳이 젤 좋아.. 이만큼이면 다 좋아.." ?
머루는 나보다 늘 한수위입니다. 머루랑 얘기를 하다보면 늘 내자신이 부끄러워지고 먼저 말문이 막힙니다.
내가 만일 머루였다면..늘 공원을 보면서 내 초라한 처지를 한탄했을겁니다.
어떻게하면 이 척박한 땅에서 벗어날수있을지.. 어떻게하면 좋은장소에서 많은 햇살을 쬐일수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생각속에 사느라 시원한 바람도, 촉촉한 비의 느낌도 모르고살았을겁니다.
왜 내 옆에는 공원처럼 이쁜꽃대신 저렇게 못생긴 잡초들만 가득한지.. 잡초들을 미워하면서 살았을겁니다.
누군가 나를 보면서 인사를 한다면 지금 내모습이 어떤지부터 신경쓰고있을겁니다.
내가 머루였다면 세찬 바람에 꺽이지않게 힘을주고 긴장하고 있었을겁니다.
그리고 내 존재자체보다는 무슨무슨 나무라는 '이름'에 더 큰의미를 두고살았을겁니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들의 평범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바로잡으려 애쓰면서 살고있습니다.
머루는 그런나에게 '그냥 둘것' 을 가르쳐줍니다. 바람이 불면 부는곳으로 몸을 내버려두고.. 내 땅이.. 내 주위 모습이 어떻든.. 그 모든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버려둘것을 가르쳐줍니다.
삶이 나에게 준것들을 그대로 두라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스로 흘러갈수있도록 잡지말고 그대로 두라고.. 그래야 가장 행복한 삶을 살수있음을 가르쳐줍니다.
나는 머루를 사랑하고 아낍니다. 한낱 나무에 불구하나 머루는 나에게 많은 진리와 깨우침을 준 소중한 존재이니까요.
머루는 내가 아는 존재들중에 가장 순수한 친구입니다.
내가 머루와 교감을 하지않은 상태에서 내식으로만 머루를 사랑하고 아꼈다면.. 나는 어쩌면.. 철망을 넘어들어가 머루가 그렇게 좋아하는 잡초들을 다 뽑아버렸을지도모릅니다.
그리고 가위를 들고 공원안의 이쁜나무들처럼 머루의 누런잎들을 마구마구 잘라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어쩌면.. 능력만 된다면 머루가 그렇게 사랑하는 그땅에서, 머루를 좋은조건의 다른땅으로 옮겨버렸을지도모릅니다.
그리곤 내가 너를 위해 했다고.. 너를 아끼고 사랑해서그런거라고 흐뭇하게 웃을겁니다.
하지만 머루는 슬퍼서 눈물을 흘릴지도모릅니다. 너무나 소중한것들을 잃었을테니까요.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내 자식.. 내 연인.. 내 친구.. 내 부모.. 머루는 나에게 말해줍니다.
나는 그들이 진정 원하는것을 알지못한다고.. 그건 다만 내가 원하는것일뿐이라고. 정말 사랑한다면 그들을 내버려두고 조금은 물러서서 사랑할줄도 알아야함을 말해줍니다.
휴렌박사님이 늘 말씀하시죠..
"내려놓고.. 정화만하라.." ? 만족스럽지못한 내삶을 바로 잡고싶으십니까..
그럼 먼저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만족부터 하십시요.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십니까..
그럼 먼저 내 자신부터 사랑하십시요..
내안이 바로 잡혀야 세상도 바로 잡힙니다.
내안에 사랑이 있어야 남에게 사랑을 줄수도있는것입니다.
핑크돌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