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다. 12화까지 다 본 직후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불닭볶음면마냥 불쾌감이 뒤늦게 스멀스멀 올라왔다. 밝은 느낌의 결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암울하지도 않았는데 어째서일까?
맹수에게 쫓기는 나그네에 관한 우화가 있다. 쫓기다 보니 마른 우물 안에 들어갔는데 그 안에 용이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나그네가 매달린 관목 줄기를 쥐가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그네는 그 와중에 관목 잎에 묻은 꿀을 발견하곤 핥아 먹었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를 보고나서 난 내가 이 나그네같이 느껴진다. 극복할 문제가 도처에 있는데도 작은 쾌락 안에 안주하며 그걸 잊으려 했다.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은 ‘그런건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고 속삭이는 듯 했다.
개인적으로 마마마의 각본가가 냉정한 관찰자처럼 느껴진다. 희망과 절망을 싸움 붙여놓고 관찰하는 실험자같다. 어느 한 쪽을 유리하게 하는 식의 개입은 않는. 그 점이 절망을 더욱 사실적으로(절망은 멀리있는 게 아니라고 느끼게) 만들었고, 머리로만 알던 절망을 마음으로 생생히 알게 했다.
이 불쾌감을 계속 간직하기로 했다. 주인공 마도카가 절망의 잔해에서 더 아름다운 희망을 키워냈듯 나를 더 나은 나로 만들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