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 ‘드루킹’ 김모씨(48)가 2010년 당시 유력 대권후보로 떠오르던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도 접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모씨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으로 활동했던 ㄱ씨는 “2010년 3월 드루킹이 내게 박사모 모임에 참석해 박근혜 쪽에 줄을 댈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부탁했다”며 “드루킹의 부탁을 받아 경기도 부천에서 열린 박사모 모임에 참석했고, 정광용 박사모 회장에게 드루킹이 작성한 15페이지 분량의 서류를 전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서류에는 박 전 대통령의 ‘사주풀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사주풀이인지 찬양문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내용이 가득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주풀이 해석본은 <송하비결>과 <자미두수> 등 김씨가 관심을 갖고 있던 예언서와 점술을 근간으로 작성됐다. 김씨는 ㄱ씨에게 사주풀이를 전달할 때 A4용지에 출력한 뒤 따로 표지를 만들어 그럴 듯하게 포장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ㄱ씨는 당시 김씨가 사주풀이를 전해주면서 ‘박근혜는 2012년 대선에서 반드시 대통령이 된다’며 ‘박근혜 쪽에 줄을 대놓으면 우리 쪽에 뭔가 떨어질 게 있으니 꼭 연결시켜 달라’고 당부했다고 기억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사주풀이 내용을 받아 보길 원했던 김씨의 바람과 달리 사주풀이는 정 회장에게 전달되는 데 그쳤다. ㄱ씨는 “당시 서류를 받아본 정 회장은 사주풀이를 훑어보더니 ‘뭐 이런 것까지 들고 오느냐’며 면박을 줬고, 바로 뒤집어서 메모장으로 썼다”고 회상했다. 이후 김씨는 ㄱ씨에게 ‘사주풀이 서류를 잘 전달했느냐’고 수차례 확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