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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813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유님
추천 : 20
조회수 : 9108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5/07/01 21:20:35
지금은 모바일 게임회사를 차린 어엿한 사장님이지만
예전에는 시나리오 작가를 하는 아는 남자분이 계심.
십여년 전에 그분은 월급도 딱히 정해지지 않은
시나리오 작가이기 때문에
여자친구 집안에서 반대가 많이 심했다고 함.
불투명한 미래와 사랑하는 여자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던 그분은 우울증이 심하게 오면서
결국 자살시도를 함.
어떻게 자살 시도를 했는지 들었는데 까먹었고
여튼 일어나 보니 병원이었는데
자살 후유증으로 눈의 실핏줄이 다 터졌었다고 함.
결국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그분은 병원에 통원치료를 받으러 다님.
대구 상인동에 있는 병원에 다니셨는데
머리가 많이 텁텁?하고 우울함은 계속됐었음.
다들 아시다시피 대구 상인역은 가스폭발사고가
났었던 곳임.
(나도 중3 때 그곳을 지나서 학교를 다녔는데
그날 버스를 타고 지나간 뒤 한 블럭 정도 뒤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철판이 날아다녔던 걸 본적 있음
사상자들도 많았던 걸로 기억함)
치료받고 아직도 다 낫지 않은 빨간 눈을 뜨고
지하철를 타고 돌아가려고 역으로 내려왔는데
뭔가 이상한 걸 느끼심.
사람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다 차렷자세로 철로를 보고 있음.
정확하게 말하면 철로는 아니고 철로 쪽.
그렇다고 막 이상한 건 아니였으니 지하철이 오자 탑승하심.
지하철에는 할머니 한분이 앉아계셨움.
그것도 조금 무서웠지만 더 이상한 건
바깥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이들이 한명도 타지 않음.
당시엔 지하철이 딱 1호선만 있어서 안 타는 건
이상한 거임.
그래서 앉은 채로 창문바깥쪽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앉아있는데 지하철이 출발하는 거임.
근데 사람들이 같이 출발함.
그니까 지하철이 출발하게 되면
사람들이 플랫홈에 서 있는 모습으로
뒤로 점점 사라져야 정상인데
서 있는 모습 상반신 그대로 지하철과 같이 가는 거임.
그분은 내가 자살 후유증이 있구나.
뇌가 아직 탁하구나 하면서 참으면서 갔음.
그리고 같이 타고 있는 할머니도 아무 말 없으니까
헛걸 봤구나 하심.
그런데 다음역에 도착하자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심.
"니 아까 그거 봤나?
내는 이거 못 타고 간다!!!"
할머니는 지팡이를 옆에 끼고
마라톤 선수처럼 뛰어나갔다고 하심 ㅋㅋ
이거 마무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분은 지금 그 당시 여자친구와 결혼에 성공했고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심 ㅎㅎ)
딸래미가 초등학교를 다님 ㅎㅎ
아주 잘 살고 계심.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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