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안은 전형적인 경상도 집안이다.
음식도 짜고, 모이면 시끄럽고(대구방언작렬) 그리고 엄.청.난!! 보수세력이다. + 몇몇 개독추가(친척임에도 개독이라고 할만함)
우리집이 큰집이라 다 모이면 40명정도 되는데
작은할아버지 팔순잔치는 마치 박원순시장 탄핵결의안을 체택하는 의회 같았으며
작년 추석은 박ㄱㄴ 팬클럽 정모수준의 대화가 오가고
안철ㅅ는 그냥 공산당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의 ....
이런 집안의 장손인 나는 유일한 빨갱이였다
대부분의 친척들에게는 나의 성향을 숨기고 모르는척 글자를 못배운척 귀가 막힌척 잘 지냈으나
나이에 비해 유독 SNS에 밝던 삼촌 한분에게는 나의 빨간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그 삼촌은(해외에 거주하시는 관계로) 몇년간 나에대한 어그로를 축적하고 계셨고....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늘 오마이뉴스, JTBC,시사인,뉴스타파, 파파이스 등등을 SNS에 퍼나르며 왕성한 빨갱이짓(우리집 표현)을 하였다.
그러기를 몇년 올해 초.
집안일로 삼촌이 귀국하셨고 모든 친척들이 모인자리
당연히 술잔이 돌고
다들 기분이 좋아진 타이밍에
모두의 앞에서 삼촌이 나를 자아비판의 대상으로 지목하였다.
'장손놈이 빨갱이나 이놈이 어쩌고 페이스북에 올렸네. 이런 발언을 햇네'
'지난 대선에 문재인을 찍었네..아이고 우리집안 어쩌나 장손이 빨갱이네'
등등 나는 그동안 파랭이로 코스프레하던 빨강이인 것이 커밍아웃되어 버렸다.
나는 스스로 변호하기 시작하였으나 성난 어버이연합급 친척들에게는 전혀 소용이 없었다
정찰나갔다 베틀크루즈 부대를 만난 마린의 심정이랄까.
여론몰이에 성공한 삼촌은 나에게 결정타를 시전하였다
'마. 니 우리나라를 누가 구했나?' (대구 방언으로 읽어주세요)
'김. 재 . 규 요!'
이번 추석에는 집에서 스타2 공허의 유산 베타태스트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