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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출산 후 120일! 출산후기입니당.
게시물ID : baby_87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탱
추천 : 11
조회수 : 1167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5/06/30 09: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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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안녕하세요, 이제 121일 된 아드님을 모시고 사는 초보엄마입니다 :D
더 늦고 더 잊기전에 출산후기 한번 써봐요.
편의상 반말로 적을텐데 양해 부탁드릴게용.
 
 
 
 
2015년 2월 28일에서 3월 1일로 넘어가는 새벽.
곤히 잘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뱃속에서 아주 작게 '퍽'하는 소리가 들려서 깼다.
예정일이 3월 2일인지라 혹시 양수가 터졌나 하고 확인해봤더니 그건 아니었고, 그 후로 불규칙적인 가진통이 시작되었다.
첫 출산인지라 혹시 몰라 병원에 전화를 해봤더니 역시나 5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면 내원하라고 하길래 당장 진통 어플을 다운받아 간격을 재기 시작했다.
그렇게 졸면서 진통 간격 재면서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자마자 친정으로 향했다.
신랑에겐 아무래도 오늘내일인것 같으니 회사 가지 말고 내 옆에 꼭 붙어있으라고 단디 말해놓고.
 
진통 간격 잰다고 잠도 자는둥 마는둥 해서 피곤한데 엄마 옆에 오니까 잠시나마 긴장이 풀리고 잠깐 잠이 들었다 싶었는데 일어나보니 점심먹을 시간...
헐랭 내 진통간격........
 
앞서 사촌언니가 2주 먼저 출산을 했는데 19시간 진통 후 수술, 가장 억울한 케이스였다.
먹은게 없어서 힘이 딸려 결국 힘을 못줬다고...
언니는 나에게 거의 주문을 외다시피 꼭 밥 많이 먹고 든든한 상태에서 병원을 가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점심을 챙겨먹고... 먹는 도중에 진통와서 식탁 부여잡고... 진통 가시면 또 먹고...
그렇게 저녁을 챙겨먹고... 먹는 도중에 진통와서 식탁 부여잡고... 진통 가시면 또 먹고...
 
이쯤 되니 왠지 민망해지기 시작....^^;;
그러다 저녁 7시 반쯤 되자 간격이 일정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신랑 손 잡고 아빠가 차 태워주고 엄마가 출산가방 들어주고...
첫 손주 본다고 다들 들떠서(나는 아픈데...!!!) 온가족이 병원으로 병원으로 병원으로...
 
병원에 도착하여 진통이 규칙적이라 왔더니 내진을 해보자고 하여 침대에 누웠다.
아가 태동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치(이거 이름이 뭐더라?)를 배에 달고 의사를 기다리니 아니 왜때문에 처음 보는 선생님인거죠?!
이 병원 책임분만제라며?! 여태 진료봐준 선생님이 애기 받아준다며?!
 
알고보니 휴가 가셨다고... 외국으로 가셨다고...ㅜㅜㅜㅜ
 
어쩔 수 없이 처음보는 선생님이 내진을 봐주시는데 2cm 열렸다고 아직 멀었다고 하신다.
내진 후 가족분만실을 선택했기에 바로 분만실로 가서 태동기(이름 기억남ㅋㅋ) 달고 굴욕3종세트중 2종(제모, 관장)을 했는데..
관장... 어후... 진통하면서 관장하니까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도 모르겠고 어따 모르겠다 이러다 침대에 싸지르지 싶어서 냉큼 화장실로...
 
생각보다 진통 강도가 세진 않아서 이정도면 뭐 할만 하겠다 싶었다.
신랑이랑 얘기도 하고, 엄마가 첫 손주 태어난다고 집에 안가고 옆에 있어준다고 해서 든든했다.
(당신은 여기 못들어오니 집에 가있어요~ 하고 아빠를 집으로 쫓아낸건 비밀. 사실 엄마도 있으면 안되는데 간호사가 묵인해줬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간호사가 들어와서 내진을 하더니 양수 터뜨릴게요 하고 양수를 터뜨렸다.
그때가 저녁 9시.
그리고 시작된 진짜 진통.... 아...... 그 전은 진통도 아니었구나.................
 
왼쪽에 신랑손, 오른쪽에 엄마손을 붙잡고(쥐어짜고) 짐승처럼 포효했다.
농담처럼 "나는 절대로 소리지르면서 진통하지 않을테야. 나는 얌전히 진통할거야."라고 했던 말이 얼마나 가소롭고 어이없는 소리였는지 몸소 체험하면서.
 
후에 엄마는 그때 내가 눈에 초점이 없었다며 무서웠다고 했다.
분명히 눈은 뜨고 있는데 엄마랑 눈을 못맞췄다고.
이러다 내 딸 잘못되는거 아닌지 겁이 났다고.
 
무통 놔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왜 무통 놔주러 안오냐고 미친사람처럼 성질부렸다.
그렇게 맞은 무통은 천국... 아.. 이곳이 파라다이스...
잠깐 잠도 자고 숨도 편하게 쉬고 정신도 추스리는데 한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다시 진통이 느껴졌다.
 
보통 무통 맞으면 2시간정도 편하다고 하는데 어째서 나는 한시간밖에 안지났는데 진통이 느껴지는거죠?!
억울할 새도 없이 또다시 울면서 진통을 하는데 간호사가 내진을 해보더니 무통 맞은 1시간동안 진행이 다 되었다며 무통을 더 놔줄수가 없다고.
 
나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몸을 비틀고 울고, 소리지르고,
근데 그 와중에 호흡 잘 못하면 아기 심박수 떨어진다고 겁을 줘놔서 코에서 자꾸 빠지는 호흡기 도로 코에 넣고...
 
애 안낳겠다고, 진통 안할거라는 소리가 턱끝까지 밀려나왔지만
혹시 아가가 들을까 싶어 그 정신에 꾹꾹 눌러 참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간호사가 응가 나올것 같은 느낌이 들면 부르세요~ 하고 얄밉게 나가버림과 동시에 아가가 나올것 같은 느낌이 들어 도로 불렀더니,
아니 똥 쌀것 같으면 부르시라니까~ 하길래 나도 모르게 나온다고!! 버럭 소리를 질렀고 간호사가 내진을 해보더니 어머 정말이네, 하고는 나가버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구세주 같은 한마디는,
외국으로 휴가 나갔다던 담당선생님이 마침 오늘 귀국하는 날이었고 바로 병원으로 오셨다고!!
내 애를 받아주기 위해 공항에서 바로 병원으로 오신다고!!
남들은 담당선생님이 분만실에 들어오면 광채가 난다고 하던데 사실 나는 진통하느라 들어오신지도 몰랐다. 헤헿.
 
간호사가 힘주는 법을 알려주었고, 사실 아가를 낳기 위해 힘을 준다기 보단 살기 위해 힘을 줬다.
회음부 마취를 하는 느낌은 들지도 않았고, 다만 이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 시키는대로 열심히 했던듯.
 
그런 열정(?) 덕분인지 힘 다섯번 주니까 뭔가 물컹~ 하면서, 쑥~ 하면서, 시원~ 하면서, 응애~ 하면서 아가가 태어났다...!
 
사실 아가를 낳았다는 것보다 이 진통이 끝났다는 사실에 아주 잠깐 조금 더 감격했었다.
산도를 통과하며 머리가 나오고 끝내 몸이 다 빠져나왔을 때의 그 시원함과 통쾌함, 강렬함은 아직까지 잊지 못했고, 꽤 오랜시간 잊지 못할것 같았다.
 
뭐 여하간에 3월 1일 새벽에 가진통으로 시작하여 저녁에 진진통을 거치고 밤부터 본격적인 진통을 하여 아가가 나온 시간은 3월 2일 새벽 1시 17분.
(40주 꽉 채워 정확하게 예정일 당일에 나온 아가가 신기방기 동방신기(?). 헤헿.)
내가 엄마가 된 시간이고, 신랑이 아빠가 된 시간이고, 엄마가 할머니가, 아빠가 할아버지가 된 시간이었다.
 
탯줄도 끊지 않을 아가를 품에 안아보고 진통때와는 또다른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후에 들은 이야기로는 신랑도 울었다고... 안울었다며? 뻥치시네.
 
간호사가 아가 입을 가슴쪽에 대어주자 본능적으로 젖을 찾아 무는 아가의 모습에 그저 감격스러울 따름이었다.
 
아, 그리고 후처치...... 하.......
마취덕분에 회음부를 꿰메는 느낌도 안들었는데, 갑자기 의사선생님이 "어? 여기도... 음... 어차피 마취하는거나 이거나 따끔한건 마찬가지니까 그냥 할게요~"라고.
뭔지도 모르게 네?함과 동시에 악! 악! 악! 세번 아팠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생살에 바늘 찌른듯.... 이 나쁜....
 
계산해보니 아주 아픈 진통은 네시간정도로, 임신을 핑계로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밖에 안했던 나로서는 아주 훌륭하게 해냈다고 생각한다.
초산치고 이정도면 아주 순산이라며 눈물을 훔치던 엄마는 막 태어난 아가가 잠깐 밉기도 했다고.
(그리고 사실 태어나자마자 찍은 사진을 보니 아가 얼굴이 너무 동그랗고 빨개서 감자같았다.)
너때문에 내 딸이 이렇게 고생했어. 라는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비록 내가 엄마가 되었어도 엄마는 나의 엄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었다.
 
그러고 나서 목욕시킨다고 아가를 데리고 나가고, 나는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었다.
분명히 신랑이 탯줄을 잘랐을때 나 안잤는데 기억이 안나는건 미스테리...
 
그렇게 잠이 들었었는데 문득문득 몸에 오한이 들고.. 덜덜 떨리고.. 그래서 자다가 깨다가 자다가 깨다가..
아가가 목욕하고 들어왔는데 으애애애애앵~ 뚝. 으애애애애앵~ 뚝. 으애애애애앵~ 뚝. 이걸 계속 반복하니 나도 잠이 들었다 깼다가 들었다 깼다가.
 
그러다 화장실이 가고싶어서 침대에서 일어나 힘겹게 화장실에 갔는데 느낌만 있고 안나오고...
여담이지만 방광이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는지 이틀을 소변줄을 끼고 있었다ㅜㅜ
 
아, 화장실 가는 도중에 우연찮게 침대 밑을 보게 되었는데 피가.. 와.. 세상에 내가 저렇게 피를 흘리고도 살아있구나 싶었다.
보통 엉덩이 밑에 수건이든 뭐든 깔아준다는데 간호사가 깜박했는지 난 안깔아줬고, 그래서 침대 밑에 피웅덩이가...
 
계속 누워있다가 미역국이 나왔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느끼한 미역국은 처음 먹어봤다.
두숟갈 정도 먹고 도저히 못먹겠어서 신랑 먹으라고 줘버림.
 
그러다가 침대에서 침대로 옮겨져 입원실로 올라가고 그 후에는 뭐 2박 3일동안 시부모님, 친척, 친구들 면회 오고,
회음부 꼬맨거+소변줄 덕분에 거동이 불편했지만 어기적거리면서도 수시로 아가 보러 가고, 수유 가고..
 
좋았던게 아가 면회시간이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여서 수시로 면회객들 올때마다 아가를 보여줄 수 있었던것.
내가 보고싶을때 언제든 내려가서 유리 너머로 아가한테 말 걸었던 것.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고, 그렇게 태어난 아드님은 121일이 되었고, 잘먹고 잘자고 잘웃고 잘노는 우리집 슈퍼갑님이 되셨다.
근데 잘 싸진 못해..... 모유수유하는 아가들은 뭐 일주일동안 응가 안해도 걱정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걱정을 안할 수가 없어...
응가좀 해... 내 속이 불편해ㅜㅜㅜ
 
다행스럽게도 유별난 아가가 아니라 80일정도 되었을때 알아서 밤수유 끊어주시고,
10시쯤 잠들어서 오전 6시~7시 사이에 일어나고, 먹고자고 먹고자고 하여 오전 11시쯤 완전히 잠에서 깬다.
덕분에 나도 좀 잘 시간이 많고.
 
배고픈것만 채워주면 울지도 않고, 유모차나 카시트만 타면 잠들어서 데리고 나가기도 좋고,
외식 할때도 유모차에 잘 앉아서(누워서) 자주고, 조금만 눈맞추고 얼러주면 빵실빵실 웃어준다.
 
근데 왜때문에 50일 더 빨리 태어난 아가보다 더 큰거죠?!
영양상태가 너무 좋은가? 걔는 딸이고 얘는 아들이라 그런가? 왜때무니죠? 응?
 
 
 
 
이렇게 저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헤헿.
물론 얘도 초보 아가고 저도 초보 엄마라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지금은 둘다 많이 적응을 해서 복닥복닥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어요.
 
처음 수유할때 진짜 지독하게 아프고 피나고 너무 힘들었던 시간이 벌써 가물가물하네요.
이렇게 하루하루 예쁜 모습, 사랑스러운 모습만 기억하고 싶어요.
물론 처음 태어났을땐 너무 동그래서 감자 같았지만.
 
출산 했을 그 당시의 과정과 느낌을 잊지 않고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적어봅니다.
 
더불어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들 힘내세요!! 꼭 순산하세요!!
 
 
 
 
아 맞다. 그리고 출산하러 가실때 밥 많이 먹고 가세요.
근데 너무 많이 먹으면 진통하면서 토할 수 있어요.
저 저녁으로 치킨먹고 병원 갔는데 진통하면서 토할때마다 목구녕에서 치킨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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