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37년생이시다. 등산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킬리만자로인가 어딘가 높은 산의 세계 최고령 등반기록이 만80세 몇새월이라시며 그 기록을 깨시겠다는 목표를 가지시고 열심히 운동을 하셨다.
어느날 어머니가 아버지 허리가 많이 아프시다 하셨다. 동네 의원에서 찍은 엑스레이를 보니 우리회사 제품으로 하는 수술이 필요해 보였고 아는 의사선생님께 가서 우리 제품으로 척추에 시멘트를 주입해 뼈를 고정시키는 수술을 하셨다.
허리를 다치신 후 당신의 꿈은 물 건너 갔다는 생각 때문이셨을까 조금 기가 죽어 보이시더니 수술 후에는 자전거로 국토종단까지 하시며 회복을 하셨다.
3년전인가 혼자 유럽출장 때, 이태리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다 알프스 고개를 넘어 한적한 동네 작은 호텔에 새벽두시가 넘어 겨우 방을 잡아 들어간 적이 있었다. 자정이 넘었으니 내 생일날이었고 아침에 눈을 떠 창밨에 보이는 눈부신 몽블랑의 풍경이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로비로 내려가니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이 떼거지로 있었다. 발가락 상처를 치료하고, 장비를 챙기고 하는 사람들은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호기심에 물어보니 Tour de Montblac marathon이라는 대회 중이었고 그 작은 호텔은 중간 체크포인트였다.
킬리만자로인지 어딘지는 아버지의 체력을 보아 불가능 해 보였지만 지난번 보았던 몽블랑트래킹 정도는 가능하시지 않을까 싶었다. 작년에 시도를 해볼까 했는데 이래저래 시기를 놓쳤다. 올해 봄이 지나면서 올해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시그널이 자꾸 머리속을 긁었다. 아버지께 여쭤보니 무릎이 좀 안 좋아 자전거만 타고 계시긴 하지만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셨다. 안 괜찮을 것 같아도 가겠다고 하셨을 것 같았다. 나중에 어찌되던 일단 날짜라도 잡아야 겠다 싶어 적당한 날짜를 골라 비행기부터 잡아 놓았고 별다른 일이 없기를 바라며 시간은 지나갔다.
체코, 미국, 중국, 일본 출장을 어제까지 마치고 이제 아버지를 모시고 몽블랑으로 간다.
어릴 때는 아버지를 따라 등산을 참 많이 다녔다. 관악산과 도봉산을 주로 갔던것 같은데 어린놈이 잘도 따라 다닌다고 아버지 친구분들이 좋아하셨다. 산을 곧잘 탔던 것 같다. 마라톤을 그만둔지도 5년이 넘었고 운동이라고는 담을 쌓고 지낸지 꽤 됐는데 일주일의 산행을 버틸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