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색 커튼이 눈에 익을 즈음,
불이 꺼졌다.
새카맣게 타고 물로 흥건해져버린
펜션이 그 주인의 마음을 닮았다.
일이 끝났으니 웃으며 돌아가면 좋으련만
그네들을 돌아보며 노곤한 몸보다 더 무거운 마음을 느낀다.
그 타고난 팔자가 박하여
내가 관람할 수 있는 불이란 노을과 여명 뿐이라
언제쯤 나는 불에서 멀어질 수 있을까.
고생하셨습니다.
교대 근무자가 장비를 담아내고
시커멓게 변한 얼굴이 흉한 줄 모르고 웃고만다.
퇴근 길,
콧속에 남은 탄내로 머리가 아프다.
씻는다고 씻어도, 씻어내지 못하는 것도 있는거다.
나는 땀 흘리지 않으면 일하지 못하는 사람.
내 땀은 곧 그 이의 눈물이고
나는 누군가의 고통이다.
작고 가느다란
초옥에 다다라 긴장이 풀릴 즈음,
친구를 찾는다.
언제나 이 쯤,
동네를 배회하며 맛난 것을 내놓으라며
돌깡패 행세하는 희고 작은 아이.
흰 양말을 신다 말았구나,
이놈 무어가 그리 급해서?
어미 뱃속에서 자라다 말았냐 그리 앙상하다니.
얼굴 세수는 하고 다니냐,
이리오게, 내 한 번 쓸어보자면 딱 거기 멈춰주던 아이.
하지만
오늘 그 아이가 말을 걸었다.
안녕, 그리고 안녕.
흰 양말에 피가 묻었구나. 칠칠맞게 묻히고 다니누.
더우냐, 혀를 빼물고선, 개처럼 보이니 그러지 말아라.
약동하던 심장은 어디 갔느냐, 거북이가 물어가던?
그 자리 서서 말을 걸어오는
너를 한참이나 내려다 보았다.
구청 관계자가 와서는 묻는다.
당신 집 식구입니까?
아니요.
뭘 그래 보고 섰소.
나오시오. 버리게.
아니요.
이제부터 내 식구입니다.
오늘부터 내 가족입니다.
네 털을 무서워하지 말껄, 네 애정을 두려워하지 말껄.
진작에 널 쓸어안아 온힘을 다해 사랑할껄.
안녕, 그리고 안녕.
이제부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