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은 유서 깊은 흑인 교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해 9명이 살해 된 사건 '찰스턴 교회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여태까지 크게 언급된 적이 없던 논쟁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미국 남북전쟁 당시 육군기로 쓰였던 '군기'. 현재 남부연합기의 가장 대표적인 상징입니다.
'아픈 역사라도 후손들에게 알려야,' '연방 정부의 압제에 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던 남부군인들의 희생을 기리기위해,'라는 뜻으로 사우스 캐롤라이나, 미시시피 주등 여러 미 남부 주들에서 주정부가 직접 나서서 써왔고 실제로 많은 수의 남부 주민들의 자랑거리입니다.
하지만 이 깃발은 주로 소위 '레드넥(Redneck)'이라고 불리는 백인 시골 저임금 노동자들 또는 KKK같은 대표적인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 남부연합 '국기' 1864년까지 사용됨)
(사진: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콜롬비아 시에 있는 남부연합 기념비와 남부군기)
남부연합군기를 두고 '과거의 자유를 위한 희생에 대한 추모'의 의견과 '인종차별을 가장 적나라하게 상징'의 의견이 서로 충돌해 왔지만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의 바람에 맞서 남부 군기가 백인주의를 대표하여 이른바 '문화전쟁'에서 쓰이는 등 꽤나 입지가 확고하였습니다.
(사진: 2008년 마틴 루터 킹 데이에 콜롬비아 시에서 남부 군기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집회 참여자.)
찰스턴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뒤, 전 미국에선 성조기를 조기하여 희생자들을 추모하였습니다. 미 남부주들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참여를 했으나 여기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는 성조기는 절반만 올렸으나, 주 정부 청사앞의 남부연합기는 언제나처럼 깃대의 가장 꼭대기에서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찰스턴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대표적인 도시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 남부연합기를 조기하지 않은 것은 큰 이슈가 되었고 곧 대대적인 보이콧으로 확대됩니다.
(사진: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정부 청사 앞의 남부연합기 철거 집회에서 한 참가자의 손에서 나부끼는 남부 군기)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주 법에는 이러한 것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주 청사 건물 앞의 남부연합기는 주 의회에서 2/3의 동의를 얻기 전엔 어떠한 변형도 허가되지 않는다.'
즉 주 의회에서 2/3의 동의를 얻어야만 내릴 수 있다는 것이죠.
거기에 깃대가 하도 옛날꺼라 깃대 중간에 깃발을 걸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어 아예 다올리거나 다 내려야하는데 다 내릴 수도 없고 하여 그대로 냅뒀던 것입니다.
이 법안 역시 1960년대에 만들어졌으며, 당시 흑인 인권 운동에 위기심을 느낀 백인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깃발을 지키기 위해 이러한 법안이 있었던 거겠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이것이 역효과를 불러온 셈입니다.
월마트, 아마존등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들은 모든 남부기 관련 상품들을 전부 판매금지 시켰고, 위에서는 연방 정부가 그 어느때보타 남부기 철폐에 대해 강한 압박을 넣고 있으며, 아래에서는 시 의회, 군(county)의회에서 자신들의 동네에 있는 남부 연합 영웅들의 이름을 딴 공원들의 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차기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는 남부연합기의 사용에 대해 강한 비판을 날렸고 린세이 그라함 같은 대표적인 보수진영 인물들도 '남부 군기 철폐'에 아무런 반대도 하지않고 오히려 지지를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미 남부 주들 중 하나인 버지니아 주에서는 '과거의 선조들을 기리기 위한', 또는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이유로 과거 항소법원에서 합법 판정을 받았던 남부기 자동차 번호판을 자체적으로 금지시켰습니다.
(사진:이제는 철폐된 버지니아주의 남부기 번호판)
이제는 남부 주 곳곳에 있는 로버트 리 장군과 같은 남부연합의 대표적인 인물들의 동상들도 철거하자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어 단순히 남부연합기 뿐만 아니라 남부 연합에 대한 모든 것을 청산해버리는 계기가 될 것인가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미 서해안 지방에서만 살다보니 별로 볼 기회가 없던 남부기. 미국 내 유색인종 차별의 대표 상징이기에 썩 좋게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크게 신경 쓰고 있지는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아주 싹 밀어버리자 같은 분위기가 굉장히 고무적입니다. 마치 '골칫덩이를 이번 기회에 빼버리자' 같은 느낌입니다.
철폐안들이 전부 잘 통과되어 논란이 되는 상징물에 대한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합니다.
긴 글 읽기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3줄 요약.
1. 미국서 인종 증오 총기사건 터짐
2. 남들 다 성조기 조기하는데 인종차별했던 남부연합기만 조기 안함.
3. 남부연합기 졎ㅋ망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