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마누라 아파도 벌초 가야하냐고 글 썼는데 남편 결국 벌초 갑니다.
그때 덧글에 남편이 간호하기 싫어한다고 하셨는데 남편은 아니라고 하고요.
이발하고 온 날도 세차하고 온 날도 남편이 집안일 다 해줬던 건 맞아요. 근데 우선순위라는 게 있잖아요. 남편은 그걸 몰라요.
그 날도 제가 청소를 해달라고 부탁했거든요. 근데 토요일/일요일 청소 까먹고 안 하더라고요.
결국 월요일에 제가 했구요. 근데 남편 오자마자 청소기 돌리더라고요? 제가 했다고 하니까 왜 했어, 하는데 니가 안하니까 했죠...
그리고 저희집 화장실 수도꼭지에서 계속 물이 한방울씩 떨어졌어요. 이게 꽤 오래됐는데 고친다 고친다 하고 안 고치고 있다가
저 아프니까 갑자기 그거 사와가지고 고치는 거예요.
전 남편한테 몇 시까지 아이 숙제를 봐달라 뭐를 해달라 그 날 해야될 거 말해뒀는데
갑자기 수도꼭지 고친다고 마트 갔다오고 공구상자 꺼내고 그러고 있는 게...
결국 제가 아이 숙제 봐줬구요.
융통성도 없고 눈치도 없어서 정말 직설적으로 말해야 알아듣고... 뭐 다 그렇다 쳐도
제가 몇 시까지 뭐뭐를 해달라고 말을 했으면 그것만 딱 해줘도 될 걸
괜히 다른 거 건드려가지고 일은 늦춰지고 결국 다 못하고 미뤄지고 그게 너무 짜증나요.
벌초 문제도... 제가 못가면 미룰 수 없냐 했더니 이미 사람들이랑 다 일정을 잡고 약속을 한 거라 미룰 수 없대요.
그래서 간다는 벌초를 제가 안 보낼 수는 없으니까 제가 먼저
친정에 가 있게 되면 친정엄마한테 간병인 수준의 용돈을 드리고 싶다고 했고 남편도 동의했어요. 이렇게 일이 마무리 될 줄 알았죠.
다음날 자기가 벌초갈 때 애를 데려갈 테니까 저보고 집에 혼자 있으래요?
엄마 돈 주는 게 아깝냐니까 말로는 그게 아니라 아이가 많이 나았고(많이 낫긴 했어요. 근데 기침 계속 함)
차라리 너도 집에서 혼자 있는 게 편하지 않냐 하더라고요.
진짜 싸우기 싫어서 그래 알았어, 했습니다.
그리고 어젯밤에 벌초가 미뤄졌답니다. 일요일, 월요일로요. (원래 토/일)
왜 미뤄졌나니까 온다는 친척 하나가 회사에 들어간지 얼마 안 됐는데 회사 일정이 어떻게 돼서 그 날 밖에 안 됐답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 마누라가 응급실에 가도 못 미루는 벌초를 회사 일정으로 하루 미룰 수 있냐고 하니까 아무 말 못하대요?
그럼 결국 월요일에 아이 학교 가야하니까 원래 계획대로 친정 가 있겠다, 했습니다.
오늘 오전에 전화가 와서 벌초 일정이 앞당겨졌답니다? 금요일, 토요일로요.
왜 앞당겨졌냐고 물어보니까 시아버지가 그렇게 하자고 했대요? 왜 그렇게 하자고 하셨대? 하니까 몰라, 하대요.
아니 도대체 마누라 아파도 사람들하고 한 약속이라 못 바꾼다는 일정이 이틀 새에 두 번이나 바뀌고
그러면서 애는 그럼 금요일에 학교 끝나자마자 자기가 픽업해서 데리고 내려가겠다고
다시 집에 혼자 있으라고 하는데 이 모든 상황이 짜증나서 제가 울었습니다.
지금 저희집 고양이도 아파요... 저 어제 제 병원/아이 병원/고양이 동물병원 혼자 순회했고요.
저녁마다 애 약 먹이고 저 먹고 고양이 약 먹이고 있어요. 오전도 마찬가지고요.
남편은 갑자기 연차 금요일 써야된다고 일 하느라 새벽에 퇴근해서 얼굴도 못 보고요.
당연히 집안일, 아이 숙제, 기타 등등 전부 제 차지입니다.
오늘은 너무 화가 나서 혼자 내가 선산 내려가서 그 묘 다 불사지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울었네요.
정말 아픈 것도 서러운데 세상 모든 게 서러워 죽겠어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