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야구를 잘 못 한 구단이었습니다.
팀은 조롱의 대상이 되고. 팬들은 크게 실망하고 자학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돈을 쏟아붓고, 승부사를 데려오고, 죽기 직전까지 던지고 치고 받고 구르고 쓰러지고
그래서 이제 좀, 잘 까진 몰라도 경기다운 경기를 하게 됐습니다.
물론, 수장의 스타일상 많은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열정의 과잉이든 승리에의 집착이든, 어디까지나 경기 내적인 것들이었고 룰 안에서 이루어진 것들이었으니.
더 열심히 하려다 보니, 더 이기고 싶어하다 보니 좀 더 격렬히 몸부림친 약간의 부작용들이었다고 여겼습니다.
많이 이기다가, 연패를 하다가, 한 게임 다시 이기고 숨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팀의 중심타자라는 새끼가 약을 빨았네요.
뭐, 선수가 약을 빨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이야 약을 빨 수도, 승부조작을 할 수도,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구단의 명예도 사기도 실추되겠으나, 한두 새끼의 비위는 모두가 합심해서 이겨낼 수 있습니다.
1-2군 합쳐 60여명의 선수단 가운데, 한두 명이 아주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썩은 부위, 암덩어리는 도려내고 상처를 치료하면 됩니다
충격을 받았지만, 엄정한 조치와 단호한 내부의견이 나오기를 기대했습니다.
특히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신다는, 일구이무가 신조일 정도로 야구에 모든 것을 걸어온 감독이 있는 팀이니까요.
야구라는 것을 배신하는 것들에 대해, 누구보다 단호한 조치를 취해 주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는 PED를 복용한 선수를,
그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일 주일이나 더 경기에 출장시켰습니다.
프런트가 사실을 은폐한 것인지, 코칭스태프의 결정인지는 모르지만 그 어느 쪽이라도 매우 창피합니다.
야구를, 스포츠를, 피땀흘려 훈련하고 한 타석 한 타석에 눈물을 흩뿌리고 몇 시간 훈련을 더 하는 동료들을 배신한 새끼를.
그리고, 저 위의 감독이라는 분은 그런 사람을 비호합니다. 그렇게 야구를 사랑한다는 사람이.
그렇게 야구에 열정을 다하지 않는 선수들에게 질책을 가하고 분발을 촉구했던 사람이
야구를, 팀을 배신한 새끼를 비호하네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약 빤 새끼야 있을 수 있지만, 팀이 제 실력도 아닌 그 약빤 활약이 아깝다고 그를 두둔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가 왜 사랑받는지, 왜 사람들이 감동을 느끼는지, 0.1초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야구란 종목이 어째서 아름다운지
정말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면, 마땅히 그 공정한 경쟁에 사기를 쳐먹은 모든 새끼들은 내쳐져야 맞습니다.
지금이라도 한화가 징계 수위를 강화하고, 내부에서 더 강한 비판이 나오고 외부에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를 바랍니다.
이 팀은 그럴 만한 잘못을 했습니다. 절대 그 새끼를 경기에 내보내서는 안 되는 거였습니다.
수 년간 받았던 성적으로 인한 조롱이, 한 새끼의 사기행각을 비호한 데서 온 조소로 바뀌기 전에 구단이 나섰으면 합니다.
더 이상 팬들을, 그 엿같은 성적에도 꿋꿋이 한밭구장을 찾아주고 꼬박꼬박 인터넷으로 경기를 챙겨보고 조롱과 싸워온
그 팬들을 배신하지 말아 주었으면 합니다.
너무 참담합니다.
팀을 응원해온 25년의 역사에서, 지금처럼 부끄러운 적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