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는 글
한국 TRPG의 역사는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국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이야기지요.
나름 근 20년 이상 지속되었던 놀이 문화로,
저 역시 98년 처음 RPG를 알게 되었고, 00년 부터 시작해서 올해로 15년을 맞고 있는 상태군요.
충성도 역시 높은 편이어서, 블리자드 정도는 뺨을 왕복으로 후려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2. 시작
한국에 TRPG가 들어오고, 조용하던 판이 갑자기 성장하게 된 것은 역시 클래식 D&D 한글 번역본 정식 발매가 아닐까 합니다.
<D&D 클래식, 초중급 합본. 초판은 빨간색 베이직, 파란색 익스퍼트, 청녹색 컴패니언, 검은색 마스터..>
이 시기 즈음하여 [RPG 컨벤션] 이라는 대규모(?!) 행사도 있었고,
TRPG 관련 게임 잡지도 있었지요.
하지만, 분명하게 커져가던 시장은 급속도로 쇠락하게 되는데
그 이유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CRPG(컴퓨터 게임)의 확대와 함께,
추가적인 규칙의 발매가 없기에 추진력을 얻지 못한 것이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 일단 상업성 자체가 떨어지는 편이다보니 출판되기가 어려운 편이었으니까요.
그리하여 근 10년 이상 한국에서 TRPG라는 놀이 문화는
정말 아는 사람만 즐기는 문화가 되어버렸지요.
하지만, 그렇게 간간히 알음알음 즐기던 도중에 뭔가 커다란 폭탄이 하나 떨어지게 됩니다.
3. 크라우드 펀딩
바로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한 한글 룰북의 발매였지요.
FATE 라는 공개 규칙을 기반으로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능력 배틀 판타지 [던 오브 페이트] 였습니다.
현직 판타지 소설가 분이 주체가 되어 진행한 프로젝트로 528%의 펀딩 달성률을 보이게 되었지요.
이 룰에 대해서, 그리고 프로젝트 진행에 대해서는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입니다만
이 DOF 가 포문을 열었기에,
뒤를 이어 다시 한 번 TRPG 의 부흥을 노리며, 수많은 규칙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감히 말씀드려 봅니다.
<TRPG 규칙 던전월드의 펀딩, 거의 6천만원에 가까운 금액이 모였다.>
4. 그 이후를 이어
한국에서의 TRPG 펀딩은 단순히 룰이 하나 추가된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첫째는, 기존부터 금전적인 이유로 인해 나올 수 없었던 룰 들의 발매가 좀 더 쉬워졌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한글로 된 룰이 출판되면서 접근성이 '엄청나게' 낮아졌다는 것 입니다.
일전에는 말 그대로 원서를 사서 읽으며 플레이 했어야 했던 것이
이젠 인터넷 서점에서 클릭 한 방으로 한글로 된 규칙책이 날아오게 되었으니까요.
실제로 이 이후로
고민해결 마법서점 - 새비지월드 라는 규칙을 기반으로 만든, 9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아기자기한 판타지물
폴라리스 - 멸망해 가는 북극의 도시 폴라리스의 기사들, 그 모습을 그려내는 비극
이어리니안의 유산 -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판타지 모험물
등등의 규칙들이 성공적으로 펀딩을 통해 출간될 수 있었고
새비지 월드 - 빠르고 호쾌한 전투가 특징인 범용 규칙 (여기저기 다 써먹을 수 있는..)
초인동맹 TRPG - 라이트노벨 [초인동맹에 어서오세요] 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슈퍼 히어로물
피아스코 - 짧은 시간 동안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이야기 중심의 규칙
들이 연이어 출판되었습니다.
또한, 이 이후로 출간 예정 중인 것만 해도
헌티드 스쿨 TRPG - 웹툰 [헌티드 스쿨]을 모티브로 한 TRPG 규칙
아키블레이드 - 소설 [아키블레이드]를 기반으로 한 TRPG 규칙
로그호라이즌 RPG - 라이트노벨 [로그호라이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규칙
메카 RPG - 메카닉, 즉 [로봇]물
장미빛 입맞춤 - Hot Guys Making Out. BL 물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등등,
조금 과장을 보태서 폭발적으로 규칙들이 나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현재, 한국의 TRPG 시장에 대해서 [세컨드 윈드] 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지요.
5. 현재
지금 불고 있는 바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예상할 수 없습니다.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질 수도
혹은 이 기류를 타고 죽 이어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TRPG 업계(?!)가 손 놓고 관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보드게임 업체인 보드엠과 함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보드게임 파티 & 테이블 탑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며
이후로도 한국 TRPG 의 성장을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다음부터는 TRPG 를 즐기기 위한 규칙 소개를 중심으로 진행해 볼까 합니다.
우선적으로 한글 발매된 규칙들을 중심으로 진행해 갈 예정입니다.